나의 사생활을 필요이상 말하지 말라
"나의 사생활을 필요이상 말하지 말라." 뼈아픈 지적이다. 플라톤이 말한 것이다. 유튜브 '플라톤의 인간관계론'에서 보았다.
대철학자가 인간관계론을 말했다는 것이 놀랍다. 차라리 처세론에 가깝다. 처세론과 관련하여 공자도 말했다. 그럼 부처님은?
부처님도 인간관계론을 말했고 처세론을 말했다. 초기경전을 보면 알 수 있다. 법구경과 수타니파타에서는 어리석은 자를 멀리하라고 했다. 심지어 어리석은 자와 길을 함께 가지 말라고 했다. 길을 갈 때는 나보다 나은 자나 동등한 자와 함께 가라고 했다.
블로그에 수많은 글을 썼다. 그 숫자가 무려 7,200개에 달한다. 2006년이후 16년동안 매일 줄기차게 써왔다. 글은 어떤 식으로든지 자신을 드러내게 되어 있다. 이렇게 본다면 나는 7,200개의 허물을 지은 것이 된다.
플라톤의 인간관계론에 따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입을 여는 순간 어긋나게 되어 있다. 하물며 글로 남긴 것은 어쩌랴?
나의 글쓰기 3대원칙이 있다. 절대 가족이야기는 쓰지 않는다. 경전을 근거로 한 글쓰기를 한다. 향상과 성장을 위한 글쓰기를 한다. 그러나 쓰다 보면 어겨질 때가 있다. 그날의 감정이나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나의 글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질까?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대개 두 가지 중에서 하나이다. 하나는 긍정문이고 또 하나는 부정문이다.
블로그에 주로 글을 올렸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해서 글을 썼다. 필명으로 썼다. 당연히 얼굴도 숨겼다. 프로필도 남기지 않았다. 이에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혹시 스님 아닙니까?"라거나, "혹시 학자 아닙니까?"라고 물어 보았다.
정체가 밝혀 졌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마치 미네르바의 정체가 밝혀진 것과 같았다. 어떤 이는 맹렬히 비난했다. 수집한 자료를 보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만 하다.
이득과 손실, 명예와 치욕, 칭찬과 비난, 행복과 불행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그래서 세속팔풍이라 한다. 범부들은 이런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수행자는 초연하다. 저 바위산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것과 같다.
오늘 유튜브에서 플라톤의 인간관계론을 보고서 되돌아 보게 되었다. 지나치게 자신의 단점을 말한 것이 아닌지 돌아 보게 된 것이다. 플라톤의 인간관계론에 따르면 이런 것은 약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입닫고 살아야 할 것 같다.
“눈 있는 자는 오히려 눈먼 자와 같고,
귀 있는 자는 오히려 귀먹은 자와 같아야 한다.
지혜가 있는 자는 오히려 바보와 같고
힘센 자는 오히려 허약한 자와 같아야 한다.
생각건대 의취가 성취되었을 때
죽음의 침상에 누워야 하기 때문이다.”(Thag.501)
테라가타에 있는 게송이다. 장로수행승은 바보처럼 살고자 했다. 플라톤의 인간관계론에 대입하면 딱 맞는 이야기이다.
매일 구업짓고 있다. 그 동안 구업 지은 것이 7,200개가 넘는다. 또한 백권의 책으로 만들었다고 구업 지었다. 플라톤의 인간관계론에 대입하면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오늘도 내일도 쓸 것이다. 글쓰기가 이익도 되고 손실도 된다. 명예도 되고 치욕된다. 칭찬도 되고 비난도 된다. 글쓰기로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하다. 그러나 멈출 수 없다.
경전에 근거한 글쓰기, 향상을 위한 글쓰기를 한다. 누가 보건말건, 누가 칭찬하건말건, 누가 비난하건말건, 오늘도 내일도 쓸 뿐이다. 다만 글에 대한 무한책임을 진다. 내가 날짜와 함께 서명하는 이유이다.
2023-08-13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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