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에인다까 사야도와 영상통화를

담마다사 이병욱 2023. 8. 10. 20:23

에인다까 사야도와 영상통화를



페이스북 메신저로 전화가 왔다. 이런 경우 받지 않는다. 대개 모르는 사람들이다. 무엇보다 얼굴이 노출된다. 상대방 얼굴도 보인다.

오늘 점심 때 페이스북 메신저로 전화가 왔다. 에인다까 사야도에게서 온 것이다. 뜻 밖이었다. 그리고 당황했다. 결국 받지 못했다.

사야도는 왜 전화 했을까? 그것도 미얀마에서 건 것이다. 아마 점심공양 후에 건 것 같다. 잠시후에 내가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었다. 먼저 담마마마까 정원이 보였다. 익숙한 풍경이다. 사야도는 대나무 길을 걷고 있었다. 주변에 나이 든 재가자들도 있다.

 


사야도는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말 했다. 사야도는 한국말을 조금한다. 그러나 인사 정도에 그치는 것 같다. 긴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만나서 반갑다고 말했다. 사야도는 혜송스님 안부도 물었다. 대화는 금방 끝났다.

페이스북 메신저로 영상통화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것도 사야도와 통화 했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일이다.

사야도는 왜 내게 전화 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내가 여러번 ‘좋아요’ 공감표시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한국어로 짤막한 인사를 올린 것도 이유가 되는 것 같다.

페이스북은 저 멀리 있는 외국 사람들도 연결시켜 준다. 작년 12월 스리랑카 순례 갔었는데 그때 가이드가 있었다. 운전기사 겸 가이드 ‘가미니'라는 사람이다. 이 사람과도 페이스북으로 소통하고 있다. 가미니는 ‘좋아요’공감 버튼을 자주 눌러 준다.

언어가 달라도 소통하는 시대가 되었다. 번역기를 누르면 1초도 안되어 번역되어 나온다. 스리랑카 사람이나 미얀마 사람이나 내 글을 읽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사야도 계정은 우연히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사야도 계정이 보여서 ‘좋아요’를 눌렀다. 이후에도 계속 눌렀다. 사야도는 내 글을 보았을 것이다. 번역기를 돌리면 미얀마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야도를 처음 본 것은 2018년 12월 31일이다. 양곤 외곽에 있는 위빠사나 수행센터 담마마마까에서 본 것이다. 그때 당시 김진태 선생이 한국의 수행자들을 인솔하여 갔었다.

 


담마마마까는 혜송스님 원력으로 세워진 절이다. 혜송스님은 직지사 백련암 주지로 있는 비구니 스님이다. 혜송스님은 미얀마에서 담마마마까선원 창건주로서 대우를 받고 있다.

담마마마까는 한국어로는 고려사라고 한다. 한국불자들과 스님들이 십시일반 모금하여 지은 절이다. 고려사는 완성 되었을 때 미얀마 상가에 기증되었다.

 


담마마마까는 국제선원이다. 최근에 지어서인지 시설이 좋다. 일인일실일목욕실이 기본이다. 에어콘도 기본이다. 온수는 선택이다. 미얀마의 여러 국제선원 중에서 최상의 시설을 자랑한다.

 

 

담마마마까는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다. 4만평이 넘는 대지에 갖가지 종류의 나무와 이름 모를 열대 꽃들이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청정해지는 것 같았다.

담마마마까에서 2주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한달이나 두 달 있었는데 생업이 있어서 2주 이상 시간을 낼 수 없었다.

 


미얀마에 가면 수행이 자동으로 되는 줄 알았다. 선원에서 살면 선정도 자동으로 들어가는 줄 알았다. 그러나 준비 되지 않은 수행자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대신 미얀마불교를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가졌다.

미얀마에서 2주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무엇보다 새벽예불이다. 한국의 새벽예불도 장엄하지만 미얀마 새벽 예불 역시 장엄하다. 특히 운율이 있는 예불이 그렇다. 9계를 받을 때 자비게송은 환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얏새 미앳나네 아롱도 땃뜨와 두위
베이양 낀짜 바세
쎄이 싱예 낀짜 바세
꼬 싱예 낀짜 바세
꼬 쎄이 닛피아 찬 다 스와핀
미미도 칸다윙고 유에사웅 나인짜 바세”
 
 
미얀마어로 된 자비게송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시방에 있는 모든 생명들 위험과 해악으로부터 벗어나기를! 마음의 근심이 사라져 행복하기를! 몸의 고통이 사라져서 건강하기를! 몸과 마음이 모두 평화롭게 자신의 업을 잘 실어 나를 수 있기를!”라는 내용이다.

에인다까 사야도는 목소리가 아름답다. 그래서일까 이른바 미얀마식 염불을 하면 듣는 이로 하여금 환희심을 나게 하는 것 같다. 세상에 이런 염불도 있었던 것이다!

 


미얀마에서 2주를 잊지 못한다. 매일 새벽 3시 반에 일어난다. 4시가 되면 한시간 동안 새벽좌선을 한다. 5시가 되면 새벽예불을 하는데 이때 9계를 받는다. 포살계라고 불리는 8계에다 자비계를 하나 더 받는 것이다.

9계는 하루동안 지켜야 할 계율이다. 항목에는 오후불식도 있다. 계를 받은 하루만큼은 출가수행승처럼 사는 것이다. 그런데 9계는 하루낮하루밤계이기 때문에 매일 새벽예불할 때 다시 받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에인다까 사야도는 한국에도 왔었다. 2019년 7월에 직지사에서 5박6일 위빠사나 수행을 지도했었다. 그때 집중수행에 참여했었다.

 


사야도가 한국에 왔었을 때 공개 법회가 열렸다. 2019년 6월의 일이다. 그때 이학종 선생과 함께 행사를 준비 했다. 나는 주로 홍보역할을 했다. 이학종 선생은 법회에서 사회를 봤다.

 


사야도와는 몇 번 만났다. 사야도는 아마 나의 얼굴을 알고 있을 것이다. 가까이서 본 적도 있다. 이런 인연이 있어서일까 오늘 전화를 건 것 같다.

사야도는 카리스마가 넘친다.  세속에 있었으면 장군이 되었을 것이다. 호랑이 상으로 근엄한 인상이다. 눈매는 부리부리해서 뚫어 버릴 것 같다. 조금도 빈틈이 없다. 늘 새김이 유지 되는 것 같다.

 


에인다까 사야도는 마하시 사야도의 손상좌뻘 된다. 에인다까 사야도의 스승은 쿤달라 사야도이다. 쿤달라 사야도는 마하시 사야도의 직제자 중의 하나이다.

오랜만에 담마마마까를 봤다. 화면에 잠시 비친 대나무길이 그립다. 담마마마까에서 14일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미얀마 여행이 자유화 된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다.



2023-08-1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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