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수행자가 밤낮으로 빛나는 것은, 재가안거 65일차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0. 3. 08:29

수행자가 밤낮으로 빛나는 것은, 재가안거 65일차

 

 

오늘은 행사가 있는 날이다. 시간이 없다. 아침에 일찍 나와 좌선을 하고 후기를 써야 한다. 속도전이다.

 

좌선을 속도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할 수 없다. 수행은 욕망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 내려 놓은 상태에서 좌선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후기는 속도전 할 수 있다.

 

오늘은 재가안거 65일차이다. 오늘 오전에 옥천에 가기로 했다. 8시 반에는 출발해야 한다. 좌선할 시간이 없다. 다녀 와서 할까도 생각했다. 저녁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그만 두었다. 일찍 나오면 되기 때문이다.

 

평소 때와 마찬가지로 백권당에 나왔다. 도착하니 645분이다. 준비해 온 감자와 고구마, 계란으로 아침을 먹었다. 오늘은 30분만 좌선해야 한다.

 

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행선을 했다. 행선을 10분하고 앉은 것이다. 6단계 행선에서 집중된 힘을 가져 오면 그냥 앉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

 

처음부터 배의 부품과 꺼짐을 보았다. 처음에는 거칠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한다. 그런데 10분쯤 지나자 갑자기 손바닥이 따끔거리는 것이었다.

 

손바닥이 마치 벌레 물린 것 같다. 벌의 침에 톡 쏘인 듯 따끔했다. 찌르는 듯이 통증이 왔다. 통증은 점점 확대 되었다. 손바닥 특정 부위를 중심으로 따끔따끔 했다.

 

통증은 귀한 손님 같은 것이다. 손님은 반갑게 맞이 해 주어야 한다. 통증은 법의 성품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에 해당된다.

 

손바닥의 따끔거림은 쑤시기도 하고 찌르기도 했다. 예전 같았으면 긁었을 것이다. 그러나 좌선 중에 갑자기 나타난 통증은 반가웠다. 지켜 보기로 했다.

 

위빠사나 수행에서 보면 사라진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알면 사라진다라는 말과 같다. 모르기 때문에 답답한 것이다. 알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갑자기 나타난 통증을 제3자적 입장에서 지켜 보았다.

 

손바닥 통증을 남의 손바닥 보듯 했다. 이렇게 통증을 남의 것 보듯 하는 것은 익숙하다. 재가안거 초기에 평좌한 오른쪽 다리가 끊어질 듯 아팠는데 남의 다리 보듯 지켜 보았었다.

 

손바닥 통증은 10분 가량 지속 되다가 사라졌다. 세력이 약화 되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마치 태풍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세력이 약해져서 사라지는 것과 같다.

 

다시 한번 통증을 보게 되었다. 몸에 통증이 왔다고 해서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통증은 있을 만 해서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통증은 단지 지켜 보는 것으로 끝내야 한다.

 

통증을 나의 것으로 보면 더욱더 괴롭다. “아파 죽겠네!”라고 말하면 내 통증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통증을 제3자적 입장에서 지켜 보면 나의 통증이 되지 않는다.

 

손바닥이 따끔꺼리고 찌르고 쑤시는 통증이 약화 되었다. 다시 주관찰 대상인 복부의 부품과 꺼짐을 새겼다. 통증이 있을 때는 가장 강력한 관찰 대상이기 때문에 거기로 가야 한다. 통증이 가시면 주관찰 대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것이다.

 

배의 부품과 꺼짐을 새겼다. 이 공간에 부품과 꺼짐, 그리고 새김만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새기다 보니 미래 근심과 걱정이 없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이 되었다.

 

갑자기 눈 앞이 환해졌다. 이때가 기회이다. 환함에 마음을 두었다. 배의 새김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환함에 마음을 두자 세상이 밝아 지는 것 같았다. 이럴 때 다음과 같은 게송이 떠올랐다.

 

 

태양은 낮에 빛나고

달은 밤에 빛난다.

전사는 무장하여 빛난다.

존귀한 님은 선정으로 빛난다.

그런데 깨달은 님은

일체의 밤낮으로 빛난다.”(Dhp.387)

 

 

태양은 낮에 빛나지만 밤에 빛나지는 않는다. 달은 구름이 걷혀야 빛난다. 그것도 밤에만 빛난다. 왕족의 전사는 황금이나 보석으로 빛나는 훈장들로 치장하고 네 종류의 군대로 둘러 쌌였을 때 빛난다. 여기서 네 종류의 군대는 고대 인도의 코끼리부대, 기마부대, 전차부대, 보병부대를 말한다.

 

존귀한 님은 선정으로 빛난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존귀한 님은 브라흐마노를 말한다. 아라한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번뇌를 소멸한 거룩한 님은 군중을 떠나 선정에 들었을 때 빛남을 말한다.

 

깨달은 자는 밤낮으로 빛난다고 했다.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부처님이 빛나는 것은 1)악계를 극복하는 계행의 광명으로 빛나고, 2)악행을 극복하는 선정으로 빛나고, 3)악혜를 극복하고는 지혜의 광명으로 빛나고, 4)부덕을 극복하는 공명의 광명으로 빛나고, 5)비법을 극복하는 정법의 광명으로 빛난다고 했다.

 

명상에 들면 마음이 환해지는 것 같다. 명상의 공간에서 세상이 빛나는 것과 같다. 그 빛은 낮에만 빛나는 태양, 밤에만 빛나는 달, 갑옷 입을 때만 빛나는 전사와 빛과 비할 바가 아니다.

 

오늘 행사가 있어서 좌선을 30분 했다. 30분 동안 통증을 보았고 일시적으로 환함도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속도전으로 후기를 남긴다. 그러나 부처님의 빛만 못할 것이다.

 

부처님에게는 계행의 광명, 선정의 광명, 공명의 광명, 정법의 광명이 있다. 이러한 광명이 있는 한 밤낮으로 빛날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도 밤낮으로 빛난다.

 

 

2023-10-0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