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졸음을 어찌할 것인가? 재가안거 72일차

담마다사 이병욱 2023. 10. 10. 11:36

졸음을 어찌할 것인가? 재가안거 72일차

 

 

매번 졸음과의 전쟁에서 패한다. 오늘도 예외가 아니다. 자리에 앉은지 십여분이 지나면 졸음이 온다. 이럴 때 손님이라도 오면 좋을 것 같다. 통증을 말한다. 다리저림과 같은 통증을 말한다. 그러나 손님도 없을 때 졸음을 참을 수 없다.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재가안거 72일째이다. 자리에는 89분에 앉았다. 자리에서 일어선 시각은 842분이다. 자리에 33분 앉아 있었다. 졸음이 와서 더 이상 앉아 있을 수 없었다.

 

흔히 수마(睡魔)라고 한다. 잠의 악마라는 뜻이다. 좌선 중에도 수마가 있다. 자리에 앉았을 때 해태와 혼침이 발생한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수마는 경전적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수타니파타 빠다나경(정진의 경, Sn.3.2)에 따르면 팔마군이 있다. 그 중에 다섯 번째 마군을 보면 빤짜맘 티나밋담 떼 (Pañcama thinamiddha te)”라고 했다. 이 말은 그대의 다섯째 군대는 권태와 수면”(Stn.439)이라는 뜻이다.

 

티나밋다, 이를 권태와 수면이라고 번역한다. 해태와 혼침이라고도 한다. 마음이 해이진 상태, 마음이 풀어진 상태를 말한다. 하품이 나고 졸리운 상태를 말한다. 좌선 중에서는 졸음이 있는 상태가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운전 중에 졸리면 사고 날 수 있다. 이런 때는 휴게소나 졸음휴게소에서 쉬어가야 한다. 좌선 중에 졸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리적인 것일 수 있다. 이런 때는 부처님 가르침을 생각한다든가 엉덩이 닿음 등 대상을 달리하는 방법이 있다. 이도 저도 안될 때는 일어서야 한다.

 

좌선 중에 졸음이 와서 좌선을 그만 두었다. 이대로 그만 두면 졸음과 싸워서 패한 것이나 다름 없다. 다시 좌선을 하기로 했다. 먼저 걷기로 했다. 명학공원 산책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날씨가 좋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이다. 온도와 습도는 적절하다. 몸도 마음도 가볍다. 특히 건강이 좋아 졌다. 한달전까지만 해도 등의 한기로 인하여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잠을 잘 자서 그런지 최상의 컨디션이 되었다.

 

 

명학공원을 돌았다. 다섯 바퀴 돌았다. 30분 가량 걸었다. 걸을 때 경쾌했다. 온몸으로 걷는 듯 했다. 사지가 따로따로 놀듯이 걸었다. 빠른 속도로 걷다 보니 온몸으로 춤추는 듯이 걷는 듯 했다.

 

 

다시 자리에 앉았다. 2차 좌선을 시작한 것이다. 923분에 앉았다. 한시간을 알리는 알람소리가 날 때까지 앉아 있었다. 더 이상 수마는 없었다.

 

좌선 중에 졸음이 오면 극복해내야 한다. 잠을 자지 못해서 진짜 졸리운 경우라면 어쩔 수 없이 포기 해야 하지만 단지 심리적인 것이라면 이겨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해태와 혼침이라는 악마의 군대와 싸워서 패한 것이다.

 

빠다나경을 보면 부처님은 팔마군과 싸워서 이겼다. 이는 그대의 첫 번째 군대는 욕망, 두 번째 군대는 혐오라 불리고, 그대의 세 번째 군대는 기갈, 네 번째 군대는 갈애라 불린다. 그대의 다섯째 군대는 권태와 수면, 여섯째 군대는 공포라 불리고, 그대의 일곱째 군대는 의혹, 여덟째 군대는 위선과 고집이라 불린다.”(Stn.438-439)라는 가르침으로 알 수 있다.

 

극복해야 될 것은 탐, , 치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해태와 혼침도 있었던 것이다. 이는 새김을 잃어 버렸을 때 생겨난다. 매사에 새기고 있다면 권태, 하품, 해이, 졸림과 같은 불선법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졸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023-10-1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