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니까야 8학년 15학기를 맞이하여
금요니까야모임이 개강되었다. 이를 개학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한학기가 지나면 방학이 있고 또 다음 학기가 진행된다. 이렇게 본다면 니까야모임은 학교 같기도 하다.
학교는 배우는 곳이다. 배우고 익혀서 내 것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졸업장을 준다. 대학에서는 학위를 준다. 더 심도 있게 공부하면 석사가 되고 박사가 된다. 그러나 금요니까야에서는 졸업장도 없고 학위도 없다.
금요니까야모임 8년차가 되었다. 학교로 따진다면 8학년이 된 것이다. 이는 초등학교 6년을 마치고 중학교에 들어가서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된 것과 같다. 학기로 따지면 15학기가 시작된 것이다.
금요니까야모임 8학년 15학기가 2월 23일 금요일에 시작되었다. 새로운 시작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장소는 변함 없이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사무실이다. 서고도 겸하고 있는 곳이다. 매달 두 번째와 네 번째 금요일 열린다. 그래서 금요니까야모임이라고 한다. 시간은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두 시간 동안 열린다.
니까야모임이 있는 날은 서두른다. 오후 7시에 시작되는 모임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3시 반이면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안양 명학역 부근에서 고양 삼송역 부근까지는 수도권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하면 50키로 가량 걸린다. 금요일 저녁은 막히는 시간이기 때문에 두 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매달 두 번 있는 공부모임은 피곤한 것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먼 거리를 이동하여 듣기 때문이다. 운전을 두 시간 하고 나면 기운이 빠진다. 기진맥진하여 도착해서 모임에 합류한다. 이런 세월을 만 7년 살았다.
사람들은 공부하는 것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공부모임에 참여하는 숫자는 극히 적기 때문이다. 그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 갔지만 한두 번에 그치는 것이 고작이다. 매번 꾸준히 나오는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모임이 이렇게 유지 되는 것은 고정맴버들이 있기 때문이다.
니까야모임 졸업은 언제일까? 아마 현재 교재로 삼고 있는 ‘오늘 부처님에게 묻는다면’이 다 끝나면 모임도 끝날 것이다. 그러나 알 수 없다. 새로운 교재로 계속 시작될지 모른다. 지난 번 앙굿따라니까야에서 선정한 ‘생활속의 명상수행’이 완료 되었을 때 거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무려 6년동안 진행되었던 교재이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나이 먹었다고 하여 배우지 않으면 항상 그 상태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배움의 기회가 있을 때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배우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아마 바쁘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생업을 가지고 있다. 낮에 일하고 밤에도 일한다. 야근 등 늦게까지 일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저녁에 공부하러 갈 시간이 없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토요일은 행사가 가장 많이 있는 날이다. 일요일은 쉬는 날이다. 이래저래 모임에 참여하기 어려운 것이다.
멀리 있어서 참여하기 힘든 사람도 있다. 한번 모임에 참여하려면 가는데 두 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귀가하는 데도 그 시간만큼 시간이 걸린다. 모임에 두 시간 참여하기 위해서 다섯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시간이 돈인 세상에서 모임에 참여하기 힘든 이유에 해당된다.
현재 카톡방에는 50명이상 사람들이 있다. 모임에 한번이라도 참석한 사람은 모두 초대 대상이 된다. 모임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또한 담마에 대하여 의견 교환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모임에 참여하게 하려면 줌으로 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 시기에는 줌으로 했었다. 코로나가 끝나자 다시 대면모임으로 바뀌었다. 줌으로 한다면 멀리 있는 사람이나 시간이 맞지 않는 사람은 참여하기 좋을 것이다. 더 나아가 녹화한 것을 유튜브에 올려 놓으면 모든 사람들이 볼 것이다.
줌으로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모임을 진행하는 전재성 선생의 의견을 들어 보아야 한다. 현재 새로운 번역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다고 전했다. 줌보다는 직접 대면하여 모임 갖기를 바라는 것 같다. 서로 바라보며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일 것이다.
배움이 있는 곳에는 찾아 가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선생이 학생을 찾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학원선생이라면 학생이 있는 곳에 찾아 갈 것이다. 과외선생이라면 역시 학생이 있는 집에 찾아 갈 것이다. 그러나 스승은 다르다.
스승이 학생을 찾아 가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배움의 열망에 가득한 자는 스승을 찾아서 간다. 때로 기숙하며 산다. 마당도 쓰는 등 청소도 하면서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스승이 있는 곳에 찾아 가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어떤 선생은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놓는다. 법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좋은 선물이다. 또한 자신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 선생도 있다. 노출하기를 꺼려 하는 것이다. 영상이 돌아 다니는 것을 바라지도 않는 것 같다. 오로지 현재 해야 할 일에 몰두한다면 대외적인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줌모임에 대한 의견이 있었지만 실행되지 않았다. 불편하더라도 찾아 가서 들어야 한다. 그런데 먼 길을 여러 시간 걸려 찾아 와서 들었을 때 보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줌에서 볼 수 없는 인정이 있기 때문이다.
줌으로 듣는 공부모임이 하나 있다. 현재 ‘빠알리기초문법’을 줌으로 듣고 있다. 사단법인 ‘고요한 소리’에서 진행하는 모임이다. 강사는 백도수선생이다. 이런 공부모임은 줌으로 진행할 수 있다. 전국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이다.
빠알리기초문법은 12주 코스로 되어 있다. 거의 세 달 걸린다. 한달에 수업료를 5만원 지불해야 한다. 세 달이면 15만원이다. 그러나 수업료가 문제 되지 않는다. 이런 공부기회를 마련해 주었다는 것에 감사를 드린다.
빠알리니까야모임에는 수업료가 없다. 누구나 듣고 싶은 사람은 와서 들을 수 있다. 듣기도 하고 토론도 한다. 그러나 참가자는 많지 않다. 수업료를 받으면 참가자가 많아질까?
금요빠알리니까야모임은 이제 8년이 되었다. 한번도 수업료를 받은 적이 없다. 그러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수업료를 낸다. 번역서 뒤편에 계좌번호가 있기 때문에 자율보시하는 것이다.
금요니까야모임은 2017년 2월에 시작되었다. 모임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매달 후원금을 내고 있다. 금액은 많지 않다. 소액에 지나지 않는다. 형편에 맞추어 능력껏 낸다. 이런 세월이 8년 되었다.
금요니까야모임 7년동안 거의 빠지지 않았다. 계산해 보니 120회 가까이 되는 것 같다. 왕래하는데 평균 4시간 소요된다. 모임시간은 2시간이다. 모두 합하면 6시간이다. 이를 120번 곱하면 720시간이 된다. 나는 이 오랜 세월 동안 무엇을 이루었는가?
시간이 돈인 세상이다. 모임에 참여한 720시간은 황금과도 같은 시간이다. 이런 시간을 헛되이 하지 않았다. 모임에 참여하고 나면 반드시 후기를 작성했다.
모임에서는 노트하기에 바쁘다. 전재성 선생이 말한 것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자 했다. 바로 옆에 앉은 홍광순 선생은 녹음을 한다. 모임이 시작될 때부터 지금까지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해 왔다. 아마 나중에 큰 자료가 될 것 같다.
모임이 끝나면 후기를 작성한다. 모임에서 받아 적은 노트를 참고하여 글을 쓰는 것이다. 그것도 길게 쓴다. 이렇게 쓴 글은 현재 196개에 달한다. 블로그 ‘진흙속의연꽃’의 ‘금요니까야모임’ 카테고리에 모두 실려 있다. 누구든지 가서 볼 수 있다. 누구든지 가져 갈 수 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은 매년 연말이 되면 책으로 만든다. 이제까지 금요니까야모임 책은 이제까지 다섯 권 만들었다.
책을 만들게 동기가 있다. 모임 멤버 중의 하나인 도현스님이 제안했기 때문이다. 모임 2년 차인 2018년일 때 스님은 내가 쓴 글을 프린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스마트폰으로 보기에 잘 안보인다고 했다.
스님을 위해서 책을 만들었다. 처음 만든 책은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저녁’이다. 니까야모임 2년 글쓰기 한 것을 모아 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만듦으로 인하여 책만들기에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현재 책을 121권 만들었다. 블로그에 실려 있는 글을 시기별로 또는 카테고리별로 모아서 책으로 만드는 것이다. 딱 두 권 만든다. 보관용이다. 한 질은 사무실 책장에 보관하고 또 한 질은 아파트 작은방 책장에 보관한다.
아파트 작은방 책장에 책으로 가득하다. 이전에는 여러 종류의 책이 있었으나 모두 다 치웠다. 그 대신 내가 만든 책으로 채워 넣었다.
책장에 있는 책을 바라 보고 있으면 뿌듯하다. 내가 보기에도 엄청난 일을 했다. 그런데 이런 일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려 18년동안 매일 쓰다시피 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현재 책장에는 책이 121권 있다. 앞으로 30권가량 더 만들어야 한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동안 기록한 것을 책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책을 만드는데 있어서 계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도현스님이 눈이 잘 보이지 않다고 하여 프린트해 줄 것을 요청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지난주 금요일 니까야모임이 있었다. 8학년차 15학기가 개강된 날 두 권의 책을 준비했다. 전재성 선생과 도현스님에게 줄 책이다. 책 제목은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저녁 V 2023’이다. 이는 2023년 일년동안 금요니까야모임에 참여하여 후기를 모은 것이다. 금요니까야모임 관련 책으로는 다섯 번째 책이다. 모두 23개의 글이 실려 있고 238페이지에 달한다.
이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모임이다. 졸업장도 없고 학위도 없는 모임이다. 지난 7년을 회상해 본다. 모임에 거의 빠지지 않았다. 노트를 준비해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받아 적고자 했다. 이런 노트가 수십권 된다.
노트한 것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모임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후기로 작성한 것이다. 기록할 수 있는 것은 다 기록했다. 누가 참석했는지 이름까지 기록했다. 그리고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도 기록했다. 이런 기록도 먼 훗날 역사적 사료가 될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대학에서 이렇게 공부를 했다면 아마 석사와 박사학위를 얻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학위는 없다. 그러나 글은 남아 있다. 또한 책으로 남아 있다. 글과 책은 학위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2024-02-27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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