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 캠핑장 라면맛이란
비가 그치지 않는다. 어제 예보 때는 오늘 새벽 다섯 시였다. 현재 시각 아홉시이다. 캠핑장에 비는 줄기차게 내리고 있다.
이 비는 언제 그칠까? 다시 스마트폰 첫화면을 본다. 오후 한시부터 그치는 것으로 예보 되었다. 기상청은 속된말로 구라청일까?
세상에 결정된 일은 없다. 가 봐야 안다. 만약에 세상사가 결정되어 있다면 애쓰고 살지 않아도 된다. 범죄를 저질러도 죄가 되지 않는다. 부처님 당시 육사외도 중에 하나인 뿌라나 깟싸빠가 칠요소설에서 주장했다.
열한 시까지 자리를 비워 주어야 한다. 데크 사용권한은 오후 두 시부터 다음날 열한 시까지이다.
안양 병목안캠핑장에 가게 된 것은 행운이다. 인터넷 예약제인데 자리가 없었다. 어제 어린이날 운 좋게 걸렸다. 비가 와서 취소한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어른 장난감이나 다름없다. 생애 최초 자동차를 구입했을 때 가만 있지 않는다. 운전본능에 따라 어디든지 끌고 나가려 한다. 텐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즘 당근마켓에는 없는 것이 없다. 심지어 중고 자동차도 개인간 직거래 될 정도이다. 텐트도 중고품이 없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중고인생인가? 중고물품이 많다. 현재 타고 다니는 경차도 중고로 샀다. 사무실 소형냉장고와 전자렌지도 중고이다. 당근에서 냉장고는 오만원에 샀고 전자렌지는 만원에 샀다. 이뿐만이 아니다. 차기세트도 아름다운 가게와 굿윌스토어에서 쓰던 것을 샀다. 이번에는 당근에서 텐트를 샀다. 시가 십만원짜리를 이만원에 샀다.
텐트는 가로가 이미터가량 되는 중형이다. 위에 덮는 후라이도 있다. 이런 텐트는 처음이다. 마치 자동차를 구입하면 운전해 보고 싶은 것처럼 텐트를 구입하자 펼쳐 보고 싶었다.
미침내 기회는 왔다. 안양시에서 운영하는 병목안캠핑장에 자리가 난 것이다. 우중이지만 텐트를 치기로 했다.
자연휴양림을 이곳저곳 다녔다. 숲속의 집이라 불리는 통나무집에서 보냈다. 그러나 아파트 구조로 되어 있어서 현실 삶의 연장선상에 있다. 깊은 산중이기는 하지만 맛이 나지 않았다. 자연 속에 있지만 자연을 느낄 수 없었다. 이럴 때 야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텐트치는 사람들은 젊다. 머리가 허연 나이 든 사람은 보기 힘들다. 잠자리도 불편하고 먹는 것도 불편하다. 화장실도 멀리 있다. 캠핑은 불편한 것 투성이다. 그럼에도 단지 텐트를 구입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모험을 감행했다.
비오는 날 밤은 쌀쌀하다. 준비한 패딩잠바를 껴 입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습기가 올라온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왜 이리 밤이 길까? 그럼에도 아침이 되자 상쾌했다. 땅의 기운 때문일 것이다.
텐트 안에서는 할 일이 없다. 유일한 낙은 유튜브 듣는 것이다. 밧데리는 용량 큰 것으로 준비해 왔다. 시국관련 유튜브를 들었다.
요즘 보수 유튜브를 즐겨 듣는다. 예전에 없던 현상이다. 현정권을 까는 보수 유튜브를 말한다. 조갑제tv, 정규재tv, 문갑식tv를 즐겨 듣는다.
나는 진보일까 보수일까? 당연히 진보이다. 보수가 되려 해도 될 수 없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찬양할 수 없다. 북한을 적대시 할 수 없다. 미국을 찬양할 수 없다. 이 세 가지 이유만으로도 보수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보수 유튜브를 보는 것은 검사정권에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적의 적은 우리편일까?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문갑식tv에서 문갑식이 현정권의 정책을 비판할 때 속이 후련하다. 진보 유튜브에서 볼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캠핑장의 저녁은 고기굽는 냄새로 가득하다. 그러나 고기 굽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집에서 가져온 밥과 김치를 먹었다. 여기에 라면 하나 끓여 먹은 것이 전부이다.
아침이 되었다. 오전 열한 시까지는 있어야 한다. 아침을 무엇으로 먹어야 할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오늘 아침은 라면이다
같은 라면이라도 캠핑장 라면은 다르다. 준비해 간 브로스타에 끓였다. 김치는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이 되었다. 비오는날 캠핑장 라면 국물맛은 최상이다.
2024-05-0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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