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량지 아침 물안개
물안개를 보고자 했다. 아침 강이나 호수에서 피어나는 물안개를 말한다. 신비로울 것 같았다.
물안개를 보기 위해서 강가 펜션에서 민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강 청평이 대표적이다. 화순에도 물안개 피는 곳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한천자연휴양림에서 세량지로 차를 몰았다. 물안개를 보기 위해서는 가능한 일찍 출발해야 한다. 아침 일곱시 이전에 시동을 걸었다.
물안개 피는 곳까지는 삼십분 걸린다. 오월 신록의 아침 햇살에 세상은 평화롭다. 큰길, 작은 길, 메타세콰이어 길을 지나 마침내 세량지 주차장에 도착했다.
세량지까지는 꽤 걸어야 한다. 십분가량 걷자 제방이 나타났다. 평일 이른 아침이어서일까 사람은 없다.
호수 저편에서 물안개를 보았다. 수증기처럼 안개가 피어 오른다. 뜨거운 물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것 같다. 신비하고 경이로운 광경이다.
호수는 잔잔하다. 연두빛과 녹색의 신록에 아침햇살이 비친다. 그런데 호수에는 또 하나의 풍경이 펼쳐졌다는 것이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두 개의 풍광이 쌍생아 같다.
물안개 피는 호수, 참으로 고요하고 평화롭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싱그러운 아침이다. 무엇보다 세상에 물들지 않은 풍광이다. 그러나 머문 시간은 삼십분도 되지 않았다.
2024-05-1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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