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나도 발간사를 쓸 수 있을까?

담마다사 이병욱 2024. 6. 9. 17:14

나도 발간사를 쓸 수 있을까?
 
 
오늘 이른 아침부터 사투를 벌였다. 고객이 주문한 모델에 대하여 부품입력작업을 한 것이다. 무려 21모델에 대한 것이다.
 
오늘 아침 여섯 시에 백권당에 왔다. 집에서는 여섯 시 이전에 출발했다. 이렇게 일찍 집을 나선 것은 일요일임에도 오늘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에게 납기는 생명과도 같다. 고객이 원하는 날자에 맞추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밤낮이 없고 주말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어제 일박이일 여행을 다녀왔다. 평창에 있는 용평과 봉평, 그리고 횡성에 있는 저수지를 다녀왔다. 평일이 낀 여행이다. 보상이 따라야 한다. 평일 못한 것을 일요일에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사업자의 삶은 운에 달려 있다. 이는 고정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월급생활자처럼 고정적으로 들어 오는 것이 없다. 계획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일감은 들쑥날쑥하다. 일감이 없을 때는 한달이 다 가도 소식이 없다. 일감이 있을 때는 겹치기로 몰려 온다.
 
사업자는 일감이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겹치기로 있으면 든든하다. 세 개가 겹치면 부담스럽다. 네 개가 겹치면 처리할 수 없다. 직원을 써야 할 것이다.
 
일인사업자에게는 직원이 없다. 직원을 쓸 만큼 일감이 많은 것이 아니다. 일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훨씬 더 많다.
 
요즘은 키워드광고를 하지 않는다. 광고를 하지 않아도 일감이 들어 온다. 정식으로 사업한지 17년 되었기 때문에 단골 고객이 없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해야 고객관리를 잘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고객을 만족시켜 주는 것이다. 만족을 넘어 감동에 이르게 하면 확실하다. 나는 그렇게 해 왔는가?
 
사업을 처음 할 때는 모든 것이 서툴렀다. 고객과 싸우기도 했다. 고객이 갑이고 자신은 을인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그것은 직장생활 할 때 오랜 세월 갑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객과 싸우지 않는다. 가능하면 고객의 요구를 들어 준다. 견적에 대하여 네고가 들어 오면 받아 준다. 만족하는 수준까지 낮추어 준다. 이번에 A사도 그랬다.
 
A사와 거래 관계는 칠팔년 된 것 같다. 담당이 바뀌었음에도 계속 되고 있다. 담당이 바뀌면 거래처도 바뀌는데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A사로부터 수주를 받았다. 거의 한달 걸려서 PCB(인쇄회로기판) 설계를 완성했다. 그런데 수주한 금액 전부를 보시전용통장에 넣기로 했다. 금액은 한달 수입에 해당되는 이백이십팔만원이다.
 
보시전용통장이 있다. 입출금통장과는 별도로 통장을 하나 따로 만든 것이다. 이 통장에서는 오로지 보시금액만 지출된다. 이전에는 입출금 통장에서 지출 되었다.
 
보시는 불자들에게 있어서 주요한 실천덕목이다. 육바라밀에서도 보시가 강조 된다. 십바라밀에서는 목숨걸고 보시하는 것이다.
 
보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초기경전을 보면 보시공덕에 대한 가르침으로 가득하다.
 
어느 스님은 법문할 때마다 보시를 강조한다. 법문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보시이야기를 한다. ‘기승전보시’가 되는 것 같다.
 
보시는 강요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보시는 자발적이어야 한다. 보시의 맛을 알아야 보시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흐뭇한 것은 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었을 때 뿌듯하다. 연인에게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보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이제까지 주어 본 적이 별로 없다. 월급생활자로 살 때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사업을 하면서 가능하게 생겼다. 왜 그런가? 통장관리를 직접 하기 때문이다.
 
현재 보시 통장에는 백오십여만원이 있다. 이백팔십만원을 입금했는데 두 달 사이에 백삼십만원 가량 지출된 것이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많이 지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보시통장의 위력을 실감한다.
 
보시를 하면 지출이 된다. 돈이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가는 만큼 들어 온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그랬다. 아니 두 배, 세 배로 들어 오는 것 같다. 이번에 A사로부터 새로 주문 받은 것이 그렇다.
 
A사 담당이 메일을 보내 왔다. 무려 21모델 회로도이다. 이는 전에 10모델 보다 두 배나 많다. 금액으로 따진다면 세 배나 되는 것 같다. 보시를 결의했더니 세 배가 들어 온 것이다.
 
보시를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것일까? 건축불사에 보시하는 것도 있다. 새로 짓는 전각에 보시하는 것이다.
 
의왕에 C사가 있다. C사에서는 칠팔년 전에 전각을 새로 지었다. 절 입구 가파른 계단 위에 이층 누각을 지은 것이다. 그때 보시품목이 있었다. 대들보 하나에 수천만원 했다.
 
요즘 천장사에서 새로운 불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층 누각을 새로 짓는 것이다. 이름하여 ‘천보루’라고 한다.
 
천장사 천보루 대들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카톡방에서 보았다. 그렇다면 이층누각 불사에 돈은 얼마나 들어 갈까?
 
천보루 불사와 관련하여 주지스님에게 물어 본 것이 있다. 불사가 시작되면 불사금을 걷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질문한 것이다. 그런데 답변은 놀라웠다. 불사계획이 없다고 했다. 왜 그런가? 정부지원금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전통사찰의 경우 전통사찰 관련 법에 따라 지원금이 가능한 것이다.
 
절에 가면 수많은 공덕비를 볼 수 있다. 주로 청신녀 공덕비가 많다. 그 옛날 부유한 사람이 큰 보시를 했을 것이다. 어떤 절에서는 전각 기둥 받침 돌에 화주의 성함을 새겨 놓았다. 또 어떤 절에서는 천연 바위에 시주자 명단을 새겨 놓았다.
 
전각불사, 종불사, 탑불사 등 각종 불사에 참여하는 것은 큰 공덕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불타 버리면 허무한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보시는 어떤 것일까?
 
불에 타지 않는 불사가 요청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경전불사라고 본다.
 
금강경에 보시공덕에 대한 것이 있다. 재보시보다 법보시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승한 것임을 말한다. 그래서 삼천대천세계를 칠보로 장엄한다고 해도 사구게 하나 알려 주는 것보다 못하다고 했다.
 
니까야에도 법보시공덕에 대한 것이 있다. 이는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두 가지 보시가 있다. 두 가지란 무엇인가? 물질적 보시와 정신적 보시이다. 수행승들이여, 이와 같은 두 가지 보시가 있다. 수행승들이여, 이 가운데 정신적 보시가 더 수승하다.”(A2.144)라고 했다.
 
물질적 보시보다 정신적 보시가 왜 더 수승한가? 물질적 보시는 한번 주면 그만이다. 그러나 사구게라도 하나 알려 주면 물질적 보시를 능가한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법보시를 하면 그 법으로 인하여 물질적 보시를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보시 중에 가장 수승한 보시는 법보시이다. 부처침 가르침을 하나라도 더 알려 주는 것은 결국 물질적 보시로 이어진다. 보시하는 것이 가장 수승한 공덕임을 법보시를 통해서 알게 되는 것이다.
 
건축불사도 좋지만 더 좋은 것은 경전보시로 본다. 그 중에서도 번역불사에 보시하는 것이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는 니까야 번역을 하고 있다. 사부니까야는 다 번역했고 쿳다까니까야 일부 경전이 남아 있다. 최근에는 밀린다팡하가 완역되어서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경전이 번역되어 출간되면 발간사를 볼 수 있다. 발간사는 출간비용을 지불한 사람이 쓰게 되어 있다. 경전 가장 첫 페이지에 발간사를 실어 주는 영광을 주는 것이다.
 
나도 발간사를 쓸 수 있을까? 이제까지 발간사 쓴 사람을 보면 사회적으로 저명 인사들이 많다. 변호사, 병원원장, 스님 등이다. 여기에 블로거도 가능할까?
 
사회적 지위가 없다. 일인사업자이다 보니 일인사장일 뿐이다. 불교학 관련 학위도 없다. 생업과 관련된 학사 학위만 있을 뿐이다. 이렇게 본다면 명사가 아니다.
 
명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마 대학원에 들어가서 공부하면 될 것이다. 불교학 관련 석사를 받고 박사를 받으면 명사 자격은 된다. 또 하나는 지위가 높은 자가 되는 것이다. 사업을 크게 해서 회사를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가능하지 않다.
 
번역불사에 대한 꿈을 지니고 있다. 꿈을 가지면 언젠가는 이루어질지 모른다. 그런데 최근 희망을 보았다는 것이다. 보시통장을 만들어 돈을 넣었더니 그만한 돈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또다시 돈을 넣고자 결의했더니 세 배나 되는 수주를 받았다.
 
나가는 것만큼 들어 오는 것 같다. 아니 두 배, 세 배로 들어 온다. 이런 맛에 보시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도 출간보시를 할 수 있을까?
 
 
2024-06-0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