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권 진흙속의연꽃 2023 I, 성공한 하루와 실패한 하루 그리고 성공한 인생과 실패한 인생
변함 없는 일상이다. 먹고 마시고 자는 일상이다. 이런 일상이 되면 실패한 하루가 된다. 어떻게 해야 성공한 하루가 될 수 있을까?
아침 먹을 것을 준비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계란과 고구마를 찌는 것이다. 요즘은 감자를 찐다. 감자철이기 때문이다.
계란은 물에 넣어서 삶는다. 계란프라이를 하지 않는다. 고구마는 찜기에 찐다. 둘 다 가스렌지를 활용한다. 감자는 에어프라이를 활용한다. 에어프라이로 찌면 맛이 고소하다.
계란과 고구마와 감자는 이십분 가량 걸린다. 이 시간 동안 샤워를 한다. 미지근한 물에 샤워를 하면 새로운 기분이다. 이전과 이후는 완연히 달라진다.
모든 준비는 다 되었다. 이제 출발이다. 밖에 부슬비가 오나 보다. 우산을 써야 한다.
우산은 늘 준비한다. 접이식 소형우산이다. 배낭에 넣고 다닌다. 백권당까지 걸어 다니다 보니 도중에 비를 만날 때가 있다. 그때 펼치는 것이다. 유비무환이다.
백권당까지는 1.4키로 가량 걸린다. 천천히 걸어간다. 거의 삼십분 걸린다. 걸어 갈 때 무심코 걷지 않고자 한다. 한걸음한걸음 새김 하며 걷고자 한다.
어제 밤부터 새벽까지 비가 왔나 보다. 평서 건너 다니던 징검다리가 잠겼다. 거센 물살로 변했다.
늘 배낭을 메고 다닌다. 매일 걸어 다니기 때문에 배낭은 필수가 되었다. 아침에 먹을 것을 넣는다. 책을 넣고 다닐 때도 있다. 우산은 늘 넣어져 있다. 마치 학교 다니는 것처럼 배낭을 메고 일터로 향한다.
오늘 아침 메뉴는 세 개이다. 삶은 계란 하나, 찐 고구마 하나, 에어플라이 감자 하나이다. 전에는 감자 대신에 토스트 한쪽과 치즈를 곁들였다. 여기에 꿀물을 곁들인다. 이렇게 되면 사찬이 된다.
계란과 감자는 소금을 찍어 먹는다. 탁자에 소금을 가져다 놓았다. 고구마는 소금 없이 먹는다.
아침 먹는 시간은 오분도 걸리지 않는다. 오래 전에는 거창하게 먹었다. 밥에다 국에다 갖가지 반찬을 먹었다.
백권당에 오면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아침 행선과 좌선을 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글을 먼저 썼다.
요즘 안거기간이다. 테라와다 우안거를 말한다. 7월 20일부터 시작되었다. 재가우안거를 하고 있다. 재가우안거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까지 ‘재가우안거’라는 말을 들어 보지 못했다. 어쩌면 내가 만든 신조어인지 모른다. 재가자가 삶의 현장에서 안거에 들어가는 것이다.
재가우안거를 하려면 목적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수행이 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행선과 좌선이다.
하루를 행선과 좌선으로 시작한다. 일체 뉴스를 보지 않는다. 유튜브도 보지 않는다. 수행에 방해되기 때문이다.
행선은 십여분한다. 좌선은 삼십분한다. 본래 마하시 전통에서는 행선과 좌선을 동등하게 취급한다. 좌선 한시간 하면 행선 한시간하기 식이다.
행선을 하면 쉽게 집중이 이루어진다. 이는 육단계 행선을 하기 때문이다. 발을 떼고, 들고, 밀고, 내리고, 딛고, 누르는 여섯 단계를 말한다. 이 모든 단계를 새김(싸띠)해야 한다.
새김이 없으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 없다. 싸띠가 없으면 영혼을 빼앗긴 것이나 다름 없다.
잠을 잘 못 이룰 때가 있다. 꿈속에서 헤매는 것이다. 이럴 때 정신을 빼앗기는 것 같다. 마치 영혼이 탈탈 털리는 것 같다.
유튜브를 보면 시간이 잘 간다. 수도 없이 많은 영상에서 하나 꼽히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 영상에 마음이 빼앗기는 것이다. 영혼이 탈탈 털리는 것과 같다. 악마의 영역에 가 있는 것과 같다.
초기경전을 보면 늘 새김을 유지하라고 했다. 마음이 대상에 가 있지 말라는 것이다. 늘 새기고 있을 때 정신을 빼앗기지 않고 있는 것과 같다. 꿈속에서도 가능할까?
행선을 하는 목적이 있다. 그것은 행선에서 형성된 집중을 좌선으로 가져가기 위한 것이다. 어느 정도 새김이 있게 되면 자리에 앉는다.
이번 우안거에서 좌선은 삼십분하기로 했다. 작년에는 한시간 앉아 있었다.
한시간은 매우 긴 시간이다. 생업이 있는 자에게 한시간은 하루 일과 여덟 시간에서 팔분의 일을 차지한다.
좌선 들어 갈 때 타이머를 삼십분에 세팅해 두었다. 삼십분 후가 되면 소리가 울린다.
이제 앉는 것은 익숙해졌다. 다리 저림 현상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그것은 방석 영향도 크다.
방석을 네 개 겹쳐 앉는다. 푹신한 아래 방석과는 단차가 십센티 가량 차이가 난다. 이 상태에서 평좌를 한다.
좌선할 때는 추리닝바지로 갈아 입는다. 양복 바지 입고 하면 꼭 끼여서 방해가 된다. 법복이 가장 좋다. 앞으로 법복을 갖추어 놓아야겠다.
늘 혼자 앉아 있다. 일년 삼백육십오일 찾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추리닝 바람으로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좌선이 늘 성공적이지 않다. 어떤 날은 망상 속에서 보낸다. 다시 정신을 차려 배의 부품과 꺼짐에 집중한다.
하루 일상은 좌선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다음에는 글을 쓰는 것이다. 가능하면 오전 9시까지 마쳐야 한다. 업체 사람들 출근 시간이다. 메일도 열어 보아야 한다. 그러나 글쓰기 삼매에 빠지면 점심시간이 된다.
아침이 되면 글이 쓰고 싶어 안달이다. 그러나 앞으로 행선과 좌선을 먼저 하기로 했다.
글을 먼저 쓰면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 그러나 행선과 좌선을 하면 마음은 충만 된다. 이 상태에서 글을 쓰면 더 잘 써지는 것 같다.
끝 없이 반복되는 일상이다. 이 사무실에 입주한 이래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어마어마한 분량의 글을 쓰게 되었다.
글쓰기는 일상이다. 글쓰기가 일상인 것은 밥 먹는 것과 같다.
사람은 매일 밥 먹는다. 그것도 하루 세 끼 먹는다. 글을 매일 쓰면 일상이 된다. 밥 먹는 것과 똑 같은 것이 되는 것이다. 요즘은 행선과 좌선도 일상이 되고자 한다.
하루를 명상으로 시작하고 하루를 글쓰기로 시작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그날 하루는 성공이 되기 쉽다.
하루를 뉴스 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TV에서 정치관련 뉴스를 보았을 때 불선심(不善心)이 일어날지 모른다. 하루를 음란물 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감각적 욕망에 지배당하는 하루가 되기 쉽다. 실패하는 하루가 되기 쉽다.
문재인이 퇴임할 때 말한 것이 있다.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서 “저는 성공한 대통령입니까?”라며 물어 보았다. 더 나아가 “한번 더 할까요?”라고 물어 보았다.
어느 대통령이든지 성공한 대통령이길 바란다. 또한 지지자들은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결과가 시원치 않다면 실패한 대통령, 실패한 정부라 할 것이다.
성공한 인생을 살고자 한다. 비록 시작은 불만족 투성이었지만 인생 후반전은 나의 삶을 살고자 했다.
인생을 둘로 나눈다면 아무래도 사십대 중반이 될 것 같다. 이전은 나의 삶이 아니었다. 끌려 다니는 삶이었다. 종의 삶, 노예의 삶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후는 나의 삶이 되었다. 주인의 삶, 주체의 삶이 되었다.
흔히 말년 운이 좋아야 한다고 말한다. 초년 운보다 중년 운보다 말년 운이 좋아야 인생을 잘 살았다고 볼 수 있다.
고생총량법칙이 있을 수 있다. 괴로움총량법칙이라고도 볼 수 있다. 초년에 고생한 자는 중년이나 노년에 안락한 삶을 보낼 수 있다. 반면 초년에 안락한 삶을 산 자는 중년이나 노년에 고생하며 살 수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한다고 했다. 불운한 젊은 시절을 보낸 자가 이를 극복 했을 때 중년과 노년에 행운이 찾아 올지 모른다. 고생총량법칙에 따른 것이다.
매일 글쓰기 하고 있다. 2006년부터 썼으니 18년 되었다. 더 이상 직장을 잡을 수 없어서 일인사업자가 되었을 때 할 것이 없었다. 아침에 글쓰기로 시간을 보냈다.
인생이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지난날을 생각해 보면 불만이 더 많다. 아마 그대로 인생을 보냈다면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 나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가?
현재 삶에 만족한다. 돈으로 따지는 것은 아니다. 돈의 잣대로 판단한다면 실패한 인생이다. 써 놓은 글로 따진다.
대학 같은 과 동기가 하나 있다. 그는 무역을 해서 큰 돈을 벌었다. 그 친구에게 지기 싫었다. 그 친구에게 “내가 만든 책 하나는 아파트 한 채 가치가 있다.”라고 말해 주었다.
현재 129권의 책을 만들었다. 책은 pdf로 만들어 놓았다. 블로그 ‘책만들기’ 카테고리에 모두 올려 놓았다. 누구든지 다운 받아 가라고 올려 놓은 것이다.
책은 종이로도 만들었다. 현재 책장에는 126권이 꼽혀 있다. 어느 정도 pdf파일이 완성되면 한꺼번에 인쇄와 제본 주문 한다. 보관용으로 딱 두 질만 만든다.
한권의 책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지기 싫어서 책 한권 가치는 아파트 한채 가격과 같다고 했다. 이제까지 129권 만들었으니 129채의 아파트가 있게 된다.
요즘 아파트 한채 가격은 얼마나 될까? 평균 5억으로 잡는다. 나는 645억원을 가진 부자가 된다. 아니 이 정도이면 재벌이다. 이것도 성공한 인생일까?
책은 계속 만든다. 이번에 만든 책은 ‘130 진흙속의연꽃 2023 I’라는 제목이다. 총 130번 째 책으로 2023년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동안 일상에 대한 기록이다. 목차는 55개이다. 폰트 사이즈 10으로 하여 줄 간격은 최소로 해서 B5크기에 250페이지에 달한다. 참고로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목차)
1. 나는 여전히 현역이고 싶다
2. 기술이 있으면 굶지 않는다
3. 인도해 주는 스승이 없어서
4.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5. 삼프로TV에서 본 중국의 엘리트주의
6. 깨진 놋쇠그릇처럼
7. 나도 토굴 하나 있었으면
8. 시인이여, 더이상 슬픔을 노래하지 말자
9. 자타카가 출간되었다
10. 부가세 신고를 하면서
11. 전원마을 식사초대를 받았는데
12. 도인인지 돌인인지 구분하는 방법은
13. 보광한약방에서 환약을 한보따리 받았는데
14. 서산에 불교갤러리카페가 있는데
15. 당신이 보살입니다
16. 공감능력 제로의 인터넷 꼰대를 보면
17. 미국은 꿈의 나라인가?
18. 월호스님과 엘리베이터에서
19. 악마와의 진검승부에서
20. 관리비 폭탄 두 달째
21.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해야
22. 같은 표현을 세 번 반복한다면
23. 미주현대불교에 글이 실렸는데
24. 노작가의 격려를 받고
25. 글을 쓰고 있는 한 나는 관심종자
26. 내 삶의 정초(定礎)는
27. 공양청 참여를 요청받고
28. 망한 인생이 아니라 마치는 인생이 되어야
29. 꽃도둑이 되었는데
30. 미친물가시대에 긴 줄이
31. 차를 마실 때는 입에 물고 침과 함께, 2023 불교박람회장에서
32. 시장바닥에도 진리가
33.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34. 벚꽃 흐드러지게 핀 봄날에
35. 모닝에서 벤츠를 바라보았을 때
36. 서울대 관악수목원 개방의 날에
37. 세도 유채꽃 축제와 방울토마토 축제
38. 당근마켓에서 구입한 소형냉장고
39. 왜 법보시가 재보시보다 더 중요할까?
40. 더벅머리 그 사람을 볼 때마다
41. 아메리카노와 반미의 나라
42. 나는 고객과 싸우지 않는다
43. 만원에 구입한 전자렌지
44. 지게꾼의 행복
45. 구글번역기를 이용하여 텍스트 활성화 하기
46. 부부이체일심(夫婦二體一心)이 되려면
47. 5.18 사적지 탐방버스에 탑승하고자
48. 5.18 사적지 탐방
49. 불교환경연대에서 주먹밥을
50. 물오리 가족에게서 생명의 경외를
51. 도발에 휘말려 들지 않으리
52. 종합소득세 내는 날에
53. 지식인들이여, 광주를 기억하자!
54. 스님에게 등 하나 달고
55. 대인(大人)의 풍모를 보여 주어야
책만들기가 쉽지 않다. 사진을 편집하는 과정은 지루하다. 그럼에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루 일과 중에 오전을 글쓰기로 보냈는데 그대로 둘 수 없는 것이다.
책 만들기 한지 여러 해 되었다. 2018년 연말에 처음 만들었다. 이후 매년 꾸준히 만들기 시작하여 이번 것까지 130권에 이르렀다.
구슬은 꿰어야 보배라고 한다. 구슬이 아무리 값어치 있어도 가만 내버려 두면 사라질지 모른다. 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느 해인가 바이러스를 심하게 먹었다. 인터넷 자료를 다운하는 과정에서 랜섬 바이러스 먹은 것이다. 그 결과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글과 사진은 모조리 파괴되었다.
사고는 한순간에 일어난다. 한순간 자료가 사라졌을 때 자료보관 필요성을 절감했다. 블로그에 있는 글도 안심할 수 없었다.
한번 바이러스 경험을 하자 마음이 바빠졌다. 블로그에 있는 글도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른다. 블로그에 있는 모든 글을 다운 받아 놓고자 했다.
책을 만들게 된 계기는 자료를 보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블로그에 있는 글도 안심하지 못해서 별도로 책을 만들어 보관하고자 한 것이다.
책은 2018년 이후 6년 째 만들고 있다. 그 결과 129개의 pdf를 만들었다. 종이로 된 책은 126권 만들었다. 원본과 pdf파일은 유에스비(USB)에 담아서 분산 보관하고 있다.
글은 생명과도 같다. 왜 그런가? 하루일과 중에 오전이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글이 바이러스로 인하여 날아가버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오늘 책 한권을 만들었다. 130번째 책이다. 누가 보건 말건 블로그에 올려 놓는다. 그리고 책으로 만들어 책장에 꼽아 놓는다. 이런 것도 삶의 결실이다. 성공적인 하루, 성공적인 인생을 살기 위한 것이다.
2024-07-22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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