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선원과의 인연 2 – 첫째날
2004년 3월 둘째 주에 처음으로 강의에 참석 하게 되었다. 양재동의 양재대로변에 에 위치 하고 있는 능인선원은 국내 최대의 포교도량이다. 큰 석조건물에 대형법당, 소법당, 예식장을 갖추고 지하에는 넓은 주차시설과 공양간, 서점 등의 편의 시설이 한 건물 안에 모두 있었다.
대법당 입구에 들어서자 어깨띠를 두른 사람들이 2열로 도열 하여 교육생들을 맞이 하고 있었다. 여자분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남자분들은 양복정정 차림으로 미소와 함께 들어오는 사람 모두에게 일일이 공손하게 인사 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바로 전의 기수가 다음의 후배 기수를 위하여 교육시작전과 교육을 마친 후에 봉사하는 미소보시봉사팀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법당 안으로 들어서자 법당규모에 깜짝 놀랐다. 마치 실내체육관 같이 비슷한 규모의 넓직한 마루와 높다란 천장, 그리고 정면에 커다란 불상까지 이제 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하였던 광경 이었다. 마루에는 방석과 간이 접찰식 책상이 수백개 가지런히 정렬 되어 놓여 있었다. 이것도 나중에 안일이지만 전기수가 후배 기수를 위해 봉사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법당 안은 사람들로 가득 했다. 아마 800에서 1000명 가까이 되는 것 같았다. 기껏해야 일이백명 정도 생각 하고 있었는데 완전히 예상을 벗어난 숫자 이었다. 좌석은 지역으로 구분하여 놓고 있었다. 크게 강남1지역, 강남2지역, 강북지역, 수도권지역으로 나누고 다시 동 또는 도시로 세분화 하여 좌석배치가 되어 있었다. 따라서 자기가 속해 있는 동이나 도시에 가서 앉으면 되는 것이다. 연령층은 주로 40대가 제일 많고 50대와 30대가 그 다음이고 20대도 보이고 60대 이상도 꽤 볼 수 있었다. 또 저녁반이기 때문에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남자와 여자는 반반 정도 되는 것 같았다.
7시부터 정식 강의가 시작 되지만 본격적인 강의는 7시반 이후서부터 시작 된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제일먼저 천수경독경으로 시작해서 예불문, 삼귀의,반야심경, 염송문, 청법가 등의 여러 단계를 거치다 보면 30-40분 정도 걸려서 끝이 난다. 모두다 낯설고 처음 들어보는 내용이 이었다. 이런 사전 의식을 행한 후에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 되는 것이다.
꽤 오랫동안의 사전의식이 끝나자 스님 한 분이 입장 하였다. 먼저 삼배의 예를 올려야 하는데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앉은 자세에서 합장 인사로 대신 한다. 곧이어 몇 분간 입정을 한 후 스님의 강의가 본격적으로 시작 되었다. 법당이 크고 사람이 많아서 마이크를 들고 일어선 자세로 강의를 진행 하였다. 작은 키에 적당히 뚱뚱한 체구이고 안경을 낀 얼굴은 둥글 넓적 하고 훤하게 빛나 보였다. 목소리는 저음으로 부드러우면서도 맑고 힘이 있었다.
이분이 유명한 지광스님 이었다. 언론과 메스콤에 종종 나오기도 하고 신도도 많고 또 하는 일도 많아서 직접강의 하리라고는 생각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처음부터 끝까지 직강 하시는 것 이었다. 스님의 강의는 교재를 중심으로 강의 하지만 입문교육 이기 때문에 적절히 유머도 구사하고 예를 들어 가면서 재미있게 끌고 간다. 아마도 20년간의 강의 관록이 녹아 들어가서 원숙의 경지에 들어서지 않았나 생각 된다. 50대 중반의 나이 이지만 강한 힘이 느켜지고 강의는 박력있게 진행 한다. 그 특유의 강의로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하고 심각하게 인생을 되돌아 보게 만들기도 해서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다.
첫째 날은 사전정보 없이 참여 하였다. 그래서 교재도 없었고 필기구도 없이 몸만 왔으므로 그저 듣고만 있었다. 한참 듣다 보니 금새 시간이 흘러서 끝날 시간이 되었다. 강의가 끝났다고 곧바로 집에 가는 것은 아니다. 스님이 직접 주관하는 정근 이라는 기도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정근이 끝나면 사홍서원과 산회가를 끝으로 모든 과정이 끝이 난다. 흩어지기 전에 앞과 뒤 그리고 좌우에 있는 사람들에게 합장하며 “성불 하십시요” 라는 인사를 나눈 후에 헤어진다. 합장하며 인사 하는 것은 보기도 좋을 뿐만 아니라 품위와 격조가 있어 보인다.
처음으로 불교에 정식으로 입문하는 첫째 날은 이렇게 시작 되었다. 이제까지의 불교는 호감정도 이었고 책을 통한 교양 정도의 불교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렇게 체계적으로 불교를 교육 받기는 이곳이 처음이다. 또한 불교교리만 가르쳐 주는 것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신행 할 수 있도록 엮어주고 배려 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한국불교가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을 채워 넣어 주는 곳이란 느낌이 들었다. 참으로 일생일대의 기분 좋은 경험 이었다.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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