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작은법회

능인선원과의 인연 15 – 금강경 외우기

담마다사 이병욱 2006. 10. 25. 10:57

능인선원과의 인연 15 – 금강경 외우기

 

 

 

 

 

사실 능인불교대학에서는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 하였다.  맨뒤에 앉아서 법문을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듣고 노트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전연구반에서 금강경 공부를 하면서는 좀더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필기도 하고 사경도 하고 다른 주해서도 많이 들여다 보았다.

 

그러던 어느날 쉬는 시간에 어떤 법우님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법우님은 금강경을 16분 까지 다 외었다는 것이다.  17분 부터는 반복이기 때문에 16분 까지 만 외었다는 것이다.  한자(漢字)로 된 외국어와 다름없는 또 발음 하기도 생소한 경을 외웠다니!  사실 금강경은 스님들이나 외우는 줄 알았는데 일반 재가 신자도 외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묘한 도전의식이 발동 하기 시작 하였다.  나도 한번 외어 보기로 작정 했다. 더구나 수지독송(收持讀頌)하는 공덕도 어마 하게 크다고 경전에 쓰여 있지 아니 한가.

 

금강경은 정확하게 5,249자 이다.  그것도 순 한문으로 만 되어 있고 내용도 난해 하여서 내가 외울 수 있을 것 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였지만 도전 해 보기로 하였다.  사실 금강경 외우기 도전은 천수경 외우기에서 자신감을 얻은 바가 크다. 천수경을 외우면서 나름대로 노우하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강경은 32분으로 구분 되어 있기 때문에 분별로 구분하여 외우기로 하였다. 교재는 책 보다는 금강경 사경한 200자 원고지를 이용하여 밑줄 치고 토를 달고 하여 시각적으로 사진 찍듯이 이미지화 하는 작업도 병행 하였다. 먼저 1분을 완전히 외우고 나면 2분으로 넘어 갔다. 2분을 완전히 외우고 나면 이번에는 1분과 2분을 합해서 외우는 작업에 들어갔다. 1분과 2분을 완전히 외우고 나면 3분을 외우고 3분을 완전히 외우고 나면 1분서부터 3분 까지 완전히 외우는 식으로 진행 하는 형식이다. 

 

금강경은 1분에서부터 13분 까지는 문장이 그리 길지 않지만 14분의 이상적멸분(離相寂滅分)은 내용이 무척 길었다.  14분의 고비를 넘기고 16분까지 외우고 나니 금강경의 큰 줄기는 다 외운 셈이다.  어떤 이들은 17분 부터는 반복이기 때문에 16분 까지만 외었다는 말을 듣고 16분에서 멈출까도 생각 하였다.  하지만 17분 부터의 내용이 반복이라 하지만 동일한 내용은 아니고 뉘앙스가 다른 내용으로서 독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 되어서 계속 외어 나가기로 작정 하였다.

 

16분까지 외우면서 외우는 요령도 생기고 공덕도 쌓는다는 마음으로 나머지 32분 까지 죽 밀고 나갔다.  그 결과 한달 보름에 걸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울 수 있었다. 즉 한달 보름 되는 날에 처음부터 끝까지 암송 하는데 1시간 30정도 걸렸는데 뿌듯하고 감격 스러워서 마치 득도한 것 처럼 또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 처럼 만족감을 느낀 하루 이었다.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 어찌 말로 표현 할 수 있을까.

 

그 난해하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금강경을 통째로 다 외었으니 이제는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매일 몇 차례씩 암송 해야 했다.  책을 보지 않고 암송 하는데 있어서 100% 틀리지 않고 암송 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초기에는 내용을 많이 빼먹고 암송 하거나 틀리게 알고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는 다시 책을 보고 확인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렇게 석 달 정도 매일 두 세 차례씩 암송 하다 보니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암송 하게 되었고 시간도 훨씬 단축 되어서 50분대로 내려 오게 되었다.

 

금강경을 암송 하였다고 하니 어떤 이들은 어떻게 그렇게 외울 수 있느냐고 놀라기도 하고 머리가 좋은 것 아니냐고 하기도 한다.  금강경을 암송 하는데 어떤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머리가 좋다고 잘 외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외우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차근 차근 한계단씩 오른다는 마음가짐으로 외우다 보면 누구나 다 외울 수 있다고 생각 한다. 

 

금강경 자체가 난해 하기도 하지만 특히 한문으로 된 문구를 읽어 나가다 보면 참으로 생소하고 까다롭고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많이 있다.  인도에서 만들어진 경전을 한문으로 번역된 것을 공부 하고 있지만 본래의 뜻을 전하는데 있어서 범어나 한문이나 영문이나 동일 하다고 생각 한다.  좀더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한글이든 영문이든 상관 없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번에는 영문으로 된 금강경 외우기 도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영어공부도 하고 공덕도 쌓고 일석이조가 아닌가.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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