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선원과의 인연 17 – 순례법회
법회 하면 보통 큰 사찰이나 포교당에서 덕망 높으신 스님들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법회라는 것이 반드시 재적 사찰에서만 행 하여지는 것은 아님을 알았다. 즉 다른 곳 특히 전국에 걸쳐 있는 산사에서도 열림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명산 명찰을 챃아서 기도도 하고 불심도 다지는 행사가 순례법회 이다.
능인불교대학을 졸업하고 경전연구반에서 금강경 공부를 하고 있는 중에 금강회 주관으로 순레법회 계획이 잡혀 있었다. 보통 금강회에서 주관 하는 순례법회는 봄과 가을에 걸쳐서 두번 시행된다. 봄에는 6월 첫째주, 그리고 가을에는 11월 첫째주 이다. 금강회에서 주관 하는 가장 큰 행사 이기 때문에 원장스님도 함께 따라 나선다.
2004년도 11월에 시행된 순례법회는 경북 문경에 있는 윤필암과 봉암사로 계획이 잡혀 있었다. 능인불교대학과 인연을 맺고 난 후에 처음으로 맞는 순례 법회 이었다. 우리 37기도 거의 90명 정도가 참석해서 버스가 2대 할당 되었다. 총 20대 정도의 버스에 약800명 정도의 인원이 참가한 대규모 행사 이었다.
오전 6시에 도착 했지만 출발은 7시가 거의 다되어서 출발 하였다. 아침식사는 봉사팀이 나누어 주는 김밥과 떡, 음료수 등으로 해결 하였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렇게 크게 움직이는 행사는 일사분란 하게 움직이는 조직의 힘이 크게 작용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발적인 봉사팀의 역할이 훨씬 큰 것이다.
일요일의 상큼한 공기와 더불어 버스는 문경을 향하여 달리기 시작 하였다. 보통 관광버스 하면 음주가무가 당연한 코스로 인식 되지만 종교행사에 참석 하는 버스이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는 프로그램이 준비 되었다. 버스로 이동중에 천수경이 나올때는 모두들 따라 낭송 하기도 하고 과거 원장스님의 법문도 들으면서 점점 문경 산골짜기로 진입 하였다. 산골에는 먹음직한 빨간 사과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윤필암은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 하는 도량 이다. 대웅전 앞마당은 수많은 대중을 수용하기에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마당에 커다란 깔개를 깔고 햇볕도 가릴수 있는 가리개를 설치하는 작업을 한 후에 법회가 시작 되었다. 원정스님의 주도로 시작된 법회는 관세음보살 정근에서 무척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한 5분이면 끝 날 줄 알았는데 무려 사오십분 동안 걸려서 진행 되었다. 그야말로 간절한 정근 이었고 절하는 것으로 따진다면 아마 이삼백배 정도 되었을 것으로 생각 된다.
법회가 끝나고 점심공양 시간이 되었다. 워낙 대 인원이라 줄도 무척 길었고 그만치 공양시간도 오래 걸렸다. 오래 기다려서 먹는 산채 비빔밥은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먹으니 맛도 있었고 또 남김없이 깨끗이 비웠다. 공양시간은 즐거운 시간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인원이 적으면 문제 없으나 인원이 많은 경우는 미리 김밥 같은 도시락을 미리 싸와서 먹는 다면 훨씬 시간이 단축 되지 않을 까 생각 해본다.
윤필암에서 공양을 마치고 봉암사로 이동 하였다. 봉암사는 조계종에서 운영하는 종립선원 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선원중에 가장 청규가 엄해서 봉암사에서 수행 했다고 하면 모두 다 인정 해 준다는 곳이라 한다. 봉암사는 부처님오신날 외에는 일반인에게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능인선원 순례법회 팀에게는 허용이 된 모양이다.
봉암사는 종립선원 답게 규모도 크고 매우 청정해 보였다. 특히 큰 바위와 어우러진 희양산의 장대한 모습이 인상적 이었다. 이와 같이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된 구역에서 오로지 수행에만 전진 한다면 수행처로서는 최고의 도량이 될 것이다.
순례법회는 금강회에서도 주관 하지만 같은 기수 내에서도 시행 되기도 한다. 같은 기에서 시행 하는 순례법회는 차로 한대 내지 두대 정도의 인원이다.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전국 어디에나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나 유명 산에는 유명 사찰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좋은 도량을 챃아 순례도 하고 기도도 하고 법우들 간의 우의도 돈독히 하는 참으로 좋은 제도가 순례법회가 아닐까 생각 한다.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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