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작은법회

능인선원과의 인연 16 – 미소보시 봉사

담마다사 이병욱 2006. 10. 31. 11:13

능인선원과의 인연 16 – 미소보시 봉사

 

 

 

능인불교대학을 나가면 처음 마주 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양옆으로 도열하여 입장 하는 모든 사람에게 ‘성불 하십시요’ 라는 말과 함께 합장 하며 인사 한다. 여자는 한복을 곱게 입고 남자는 정장 차림으로 어깨에는 봉사팀임을 표시하는 띠를 두르고 있다.  또 그들은 입장이 다 완료 되어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 되면 대법당에 들어와 기둥 좌우측에 앚아서 원장 스님의 강의를 경청 한다. 한복을 곱게 입고 편안하고 맑은 얼굴을 보면 천사가 따로 있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에는 대법당에  입장과 퇴장할 때에 이들로 부터의 환대가 너무 크게 느껴져서 몸둘 바를 몰랐던 경험이 있다. 과연 이들은 왜 어떤 목적으로 지극히 환대를 하는 것 일까 하고 의문 스러 웠다. 아마 꽤 오래된 신도들이 봉사 하는 것 쯤으로 알았다. 왜냐 하면 능인불교대학 역사가 20년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들 봉사팀은 우리 바로 전기수인 38기 라는 것이다. 능인불교대학졸업을 하면 후배 기수를 위하여 바로 전의 선배기수가 봉사 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수업시작 전에 방석을 깔고 책상을 갖다 놓고 하는 것이 모두 바로 전 기수가 봉사 한다는 것이다. 저녁반 수강생이 적게는 500에서 많게는 1000명 가까이 되다 보니 방석깔고 책상놓고 하는일이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수업을 받기 위하여 대법당에 들어서면 방석과 책상이 가지런히 정리가 되어 있어서 편안하게 앉아서 법문만 들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입장할 때와 퇴장할 때에 도열한 봉사팀으로부터 인사 받는 이런 극진한 대우를 무려 4개월이나 받았던 것이다. 이런 봉사가 바로 전기수 였다니 무척 의아 했다. 대게 사람들은 자기 한테 이익 되지 않은 일은 하지 않은것이 일상화 되어 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상식이 깨어져 버린 것이다.

 

일생 동안 살면서 남을 위하여 봉사 해본 기억이 없다. 언제나 받기만 하고 살았고 응당 받을 줄만 알았다. 봉사는 곧 베품이고 보시 라는 것을 미소보시를 통해서 알았다고 할까.  불교대학 끝나고 금강경공부가 계속 이어 지는데 그 금강경에도 보시공덕에 대하여 수없이 이야기 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미소보시 봉사는 봉사의 실천이고 금강경 공부의 연장선상으로 이해 되어진다.

 

드디어 37기에서도 봉사팀이 발족 되었다. 주로 직책을 가진 법우님들 위주로 80여명 가까운 인원으로 출범 하였다.  각자 사정과 형편에 따라서 방석과 책상 까는조가 있고 입장할 때 인사하는 조와 퇴장할 때 인사 하는 조 등으로 역할이 나누어진다.  그리고 미소보시봉사조의 경우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서 있을 자리도 지정된다.  가장 좋은 자리는 아마도 양 계단을 사이에 둔 중앙 자리 일 것이다.  특히 이자리는 퇴장 할 때에 원장 스님이 직접나와 환송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미소보시 하면서 가장 힘들때가 역시 추운 겨울 일 것이다.  12월의 혹한으로 접어 들면 중앙 출입문의 경우 무척 춥다. 우리기수가 전기수 한테 대접을 잘 받았으니 다음기수 한테도 대우를 해 주어야 할 의무라고 생각 하고 다들 열심히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법우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처음이고 초발심자들이라서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 해 본다.

 

이렇게 힘들게 4개월을 봉사 하고 나니 불교대학 졸업한 것 못지 않은 의미가 있었다. 특히 입장과 퇴장 모두 참석하고 그것도 일주일 두번 다 나와서 봉사 하는 법우 들도 꽤 되었는데 엄청 나게 어려운 일을 한 것 이다.  이들 법우들은 보통 저녁6시에 나와서 봉사가 종료되는 10시까지 봉사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  드디어 38기 졸업법회가 열렸다.  졸업 법회를 끝으로 37기 봉사도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지난 4개월간의 봉사가 마치 자식을 키워서 시집 장가 보내는 기분었다면  너무 과도한 표현일 까.

 

이런 4개월간의 힘든 봉사과정을 거치면서 법우들간에 정도 많이 들었다. 어떤 면에 있어서는 학교친구나 사회 친구들 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할까.  흔히 말하기를 사회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그러나 법우들 모임은 일단은 이해 관계는 떠나 있기 때문에 마치 학교 친구들 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봉사가 다 끝나고 2005년 1월에 봉사팀 전체가 모이는 큰 회식이 벌어졌다. 다시 한번 법우들간의 정을 확인 하는 장소 이었다.

 

능인불교대학은 20년간 이런식으로 바로 전기수가 바로 아래 후배 기수를 위하여 아낌없는 봉사를 해주는 전통이 면면히 내려옴을 알았다.  지금도 능인선원에 가면 미소보시봉사팀이 봉사활동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참으로 훌륭한 제도이고 좋은 전통이라 생각 된다.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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