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사람은 배가 고파 보아야

담마다사 이병욱 2007. 1. 11. 10:28

사람은 배가 고파 보아야

 

 

작가 이외수가 처음 글을 쓸 당시에 무척 어려웠다고 한다.  먹을 것이 없어서 추운 겨울날 꽁꽁 알은 밥덩어리를 씹어 먹으면서 글을 쓰기 시작 했다고 한다.  이런 춥고 배고팠던 시절에 나온 글이야 말로 진정으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피 같은 글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헝가리 정신으로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체를 구사하는 유명 작가가 된 것이다.

 

사람은 배가 고파 보아야 한다고 한다.  배가 고파야 자기 자신의 처지를 돌이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배 고프기 전에는 오로지 자기 자신 밖에 모른다. 그리고 언제나 그런 배부른 상태가 유지 되리라고 착각 하고 살아 간다.  마치 온실 속의 화분 처럼 말이다.  온실 속의 화분은 찬바람이 부는 밖에 나오면 금방 얼어 죽는다.  따뜻한 온실 속에서만 자라 왔기 때문에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다.

 

흔히들 열심히 신행 생활 하여 천국이나 극락에 태어나기를 원한다.  현실이 고통 스럽기 때문에 또 죽지 못해 살아 가기 때문에 이상향을 원하는 것이다.  그런 천상의 세계는 수고 없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이루어 지는 세계이다.  고통도 없고 언제나 즐거움만 있는 지상 낙원이다. 반면에 사바 세계는 원하는 것을 가지려면 수고를 들여야 한다.  그래서 기를 쓰고 돈을 벌어서 천상세계가 부럽지 않게 살고저 노력한다.

 

천상과 사바 세계의 차이는 수고를 들이느냐 들이지 않느냐에 따라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큰 차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하는 것을 다 손에 넣었다고 행복한 것일까. 이런 천상 생활을 백천만년 하라고 하면 그것도 무미 건조 하고 지겨운 일이 될 것이다.  그래서 종국에는 나태해지고 으레 당연히 누리는 복인줄 알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시작과 끝은 있고 원인과 결과는 있게 마련이다.  천상에서의 즐거운 생활도 때가 되면 시들해지고 그게 그거 같은 별 볼일 없는 그저 재미 없는 생활의 연속이 될 것이다.  이런 상태가 복이 다했다는 상태이다. 누린 복을 다 찾아 먹었으니 이제는 아래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인간세상 보다도 더 아래로.  그 다음 부터는 고통의 세월을 백천만겁 보내야 또 위로 올라 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현세도 알고 보면 위와 같은 이치와 똑같이 않을 까 생각 한다. 지금 평생직장이 보장 되어서 걱정 없이 살고 누릴 것 다 누리고 살면서 퇴직 하면 죽을 때까지 연금 혜택 받으면서 산다면 아무 걱정 없는 천상과 같은 삶일 것이다.  장래가 아무 걱정 없으니 아무리 즐거운 일이 많아도 인생 자체가 밋밋하고 무미 건조한 생활의 연속 일 것이다. 이런 생활은 결국 자신이 전생에 지은 공덕을 다 까 먹는 생활이 된다.  현생에서 까 먹기만 하고 다음 생을 위한 공덕을 쌓지 않았다면 다음 생은 크게 기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현생에서 보시하고 배풀면서 살아 가라고 경전에 쓰여 있지 않은가.

 

2007-01-11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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