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후기

정지화상(JPEG)과 동영상(MPEG)

담마다사 이병욱 2007. 3. 9. 09:09

정지화상(JPEG)과 동영상(MPEG)

 

 

 

 

영화 서편제 중에 명장면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중의 하나가 있다.  시골길에서 3인의 가족이 나와서 북치고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이다.  화면은 야트막한 언덕길에 아버지와 딸, 아들이 출현하고 곧이어 한바탕 신나는 아리랑창과 춤이 벌어지다가 사라지고 그 언덕배기 길만이 나오는 장면을 보여 준다. 그 언덕배기 길은 처음이나 나중이나 마치 정지화상 같이 움직임 없이 항상 그 자리에 있고 다만 사람들이 출현하여 움직임을 보이다가 사라지는 것을 강조한 장면이다.

 

과학기술 용어 중에 정지화상(JPEG)과 동화상(MPEG)이라는 용어가 있다. 쉽게 말해서 사진같이 움직임이 없는 화상을 정지화상 이라 하고 영화같이 움직임이 있는 화상을 동화상 또는 동영상이라 한다. 요즘 유행하는 디지털TV개념이 이런 MPEG기술의 응용이라 보면 된다. 한가지 예로 뉴스를 보면 아나운서는 움직임이 없이 다만 입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데이터를 전송할 때 움직이는 부분만 전송하고 배경 같은 움직이지 않는 화상은 중복된 화상은 전송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데이터양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파수도 효율적으로 사용 할 수 있어서 다채널화가 가능한 것이다. 아날로그 방송은 한 주파수에 오로지 한 개의 채널 밖에 전송하지 못하지만 이런 MPEG기술을 활용 하면 한 개의 주파수에 최대 10개 채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요즈음의 스카이라이프나 디지털 케이블 같은 디지털 매체에서 수백개의 채널을 확보하여 방송 하는 것이 가능 한 것이다.

 

이와 같이 움직이는 화면에 데이터가 더 많이 필요 하듯이 모든 움직이는 것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자동차나 사람의 움직임도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한편 영화 서편제의 한 장면에서와 같이 자연은 움직임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느리긴 하지만 거기에도 변화가 있다. 봄이 되면 싹이 나고 나무가 우거지고 여름이 되면 비도 오고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단풍이 들기도 하고 겨울이 오면 눈이 오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다.  자연은 도시와는 달리 움직임이 매우 느리기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시골이 정적인 반면에 도시는 동적이다.  동적인 움직임은 또한 빠르게 사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언젠가 정지됨을 목적으로 가지고 있다. 결국 고요함으로 회귀 하는 것이다. 서편제의 한 장면에서와 같이 3인의 가족이 한바탕 놀았으나 그들이 가버리고 남은 자리는 다시 고요의 정적만이 있을 뿐이다.

 

정지화상과 동화상의 차이가 데이터양의 차이 이듯이 시골의 정적인 분위기와 도시의 동적인 분위기의 차이는 에너지의 차이 이다. 모든 근본은 적막과 고요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움직이다가 다시 고요함으로 되돌아 간다.  시골에서 한바탕 잔치가 벌어지고 난 후 다시 고요로 되돌아 가듯이 정적은 기본 바탕이다.  번잡한 도시에서 역동적인 모습도 그 에너지가 다했을 때는 다시 적막해 질 것이다.  움직임이 한없이 영원히 계속 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생활을 한다. 숨가쁘게 바삐 돌아가는 생활속에서 때로는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동적인 도시를 떠나서 정적인 시골생활을 동경하게 된다. 하지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만 생각할 뿐이다.  이런 욕구를 해소 시켜주는 곳이 산사가 아닐까 생각 한다.  산중에 있는 산사는 대표적인 정적인 장소이다. 오로지 자연의 변화만 감지될 뿐이다.  현대인은 삶과 생활에 지쳐 있다. 이런 지친 현대인들의 휴식과 충전의 장소가 바로 산사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산사야 말로 우리나라에서 몇 개 안 되는 소중한 자원중의 하나이고 자랑스런 문화유산이라 아니 할 수 없다.

 

2007-03-09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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