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경계에 부딪칠 때 마다 외치는 게송 ‘범소유상 개시허망'

담마다사 이병욱 2007. 3. 25. 09:44

경계에 부딪칠 때 마다 외치는 게송 ‘범소유상 개시허망'

 

 

누구나 한번쯤 무의식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벌컥 화를 낸다든가 운전중에 욕설이 튀어 나오는 것 등이다.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떤 경계에 부딪쳤을 때 나오는 해프닝이다. 과연 이런 해프닝이 자기와 전혀 무관한 행동이라 볼 수 있을까.

 

역사는 과거의 경험과 기억의 산물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로 갖가지 경험과 기억이 축적 되어서 나라는 정체성이 성립 하는 것이다. 그 경험과 기억이 좋은 것도 있지만 생각 하기도 싫은 것도 있을 것이다. 또 모든 경험은 다 기억 나는 것은 아니다. 좋은 경험은 오래도록 기억 하고 싶지만 좋지 않은 기억은 빨리 지워버리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도 잠재의식의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다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면 발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의 좋지 않았던 기억과 현재의 상황이 묘하게 맞아 떨어지면 자기도 모르게 행동 하는 것이다.

 

사람은 수억겁동안 윤회하고 삶을 반복한다. 깨달음에 이르기 전까지 끊임없이 계속 될 것이다. 이렇게 수억겁동안 쌓인 과거 행적이 무의식의 깊은 창고에 고스란히 보전 되어 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경계에 부딪치면 발현 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꿈속에서도 무의식을 체험 할 수 있다. 잠을 자게 되면 마치 녹화테이프가 돌아가듯이 생각에도 없었던 장면을 보게 되고 체험 하는 것이다.  마치 현실과 같이 너무나 생생하게 재현 되는 것이다. 그러나 꿈을 깨고 나면 다 내마음이 다 만들어 내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다 만들었다는 것은 결국 언젠가 억겁전생에 다 경험하였던 것이리라.

 

이미 우리는 억겁전생에 수없이 많은 삶을 살아 왔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이렇게 꿈속에서도 발현되고 때로는 현실에서 무의식적으로도 발현된다. 다만 그것이 좋은 경험이냐 좋지 않은 경험이었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미래생을 위한다면 좋은 경험, 좋은 인연을 쌓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살아 가면서 수없이 많은 경계에 부딪치며 살고 있다. 그 경계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 가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선정삼매에 든다면 경계에 접촉할 없겠지만 그 것이 어렵다면 매일 부처님을 생각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현실을 살아가면서 경계에 부딪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렇다면 그 경계에 부딪쳤을 때 일체가 다 공한 것이다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면 좀더 그 경계에 자유러워 지지 않을까. 부딪치는 경계에 대처 할 수 있는 좋은 말이 금강경의 사구게가 아닐까 한다.  경계에 부딪칠때마다 다음과 같은 금강경 사구게를 암송 하리라.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凡所有相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가 허망하다.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 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

 

2007-03-25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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