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가난한 여인의 연등(蓮燈) 하나

담마다사 이병욱 2007. 5. 4. 10:17

 

가난한 여인의 연등(蓮燈) 하나

 

 

빈자일등(貧者一燈)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부처님 당시에 가난한 여인이 있었다. 부처님이 마을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부처님에게 공양을 하려 하는데 가진 것이 없어서 공양을 할 수 없었다. 간신히 마련한 몇 푼의 동전으로 초라한 등을 사서 지나가는 길목에 걸어 놓고 간절히 기도 하였다. "비록 보잘것 없는 등불이오나, 이 공덕으로 다음 생에는 깨달음을 얻어 성불(成佛)할수 있게 해 주소서." 새벽이 되어서 다른 등불은 다 꺼졌지만 이 여인의 등불은 새벽이 되어도 꺼지지 않고 활활 타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본 부처님이 말 하였다. "그 불은 가난하지만 마음착한 여인의 간절한 소원이 담겨 있는 꺼지지 않는 불이다. 다음 생애는 반드시 성불할 것이니라." 우경에 나오는 말이다.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을 전후 하여 거리마다 형형색색 연등이 걸리고 밤이 되면 불이 밝혀진다. 사찰에서도 연등 만들기에 바쁘고 등을 달기 위하여 모처럼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일년에 한번 있는 큰 행사를 앞두고 저마다 마음속에 품고 있는 소원을 성취 하기 위하여 등을 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가난한 여인이 부처님오신날을 맞이 하여 등공양을 하긴 해야 하는데 가진 것이 별로 없다. 특별히 배운것도 없고 그렇다고 기술도 없는 가난한 여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휴일도 없이 일하는 단순노동일 뿐이다. 잘 정돈된 거리에서 고급승용차가 달리고 멋진 현대식 아파트가 올라가도 여인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뒤돌아 볼 여유 없이 바쁜생활의 연속이다. 그러는 와중에 일년에 한번 뿐인 부처님오신날은 점점 다가온다.그래서 큰 마음 먹고 등하나 달기로 작정 하였다. 남들처럼 일주일에 한번씩 옷자랑 하듯이 종교행사에 갈 처지도 못되지만 등하나 달아 놓으면 그래도 일년은 가지 않은가.

 

등에는 각종 발원이 적혀 있다. 합격발원, 사업성취, 입찰통과발원, 건강발원, 가족무사발원등 저마다 원하는 바가 생년과 함께 가족이름과 함께 빼곡히 적혀 있다. 여인은 거창한 발원보다 단순하고 소박한 소망을 적어 넣는다. 그리고 불보살 앞에서 촛불을 켜고 향을 사르고 가지고 온 한줌의 공양미를 올렸다. 불보살님께 지극정성으로 삼배를 올린다. 특별히 바라는 것도 없고 특별히 기원 하는 것은 없지만 지극정성 만큼은 우주법계의 끝까지 이른다. 마치 고요한 호수에 돌맹이 하나를 던지면 퍼지고 퍼져서 호수 끝까지 전달 되듯이. 불보살의 은은하고 잔잔한 미소를 떠올리며 가난한 여인은 또 생활의 현장으로 달려 간다.

 

2007-05-04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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