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살인(殺人) 하지 말라’와 ‘살생(殺生) 하지 말라’

담마다사 이병욱 2007. 7. 1. 08:49

 

‘살인(殺人) 하지 말라’와 ‘살생(殺生) 하지 말라’

 

 

 

반도체에는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IC(Intergrated Circuit, 집적회로)가 있다. 그 IC중에 원칩마이콤이라는 반도체가 있다. 원칩마이콤(One Chip Micom)은 칩하나로 전자제품을 제어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소형 컴퓨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가 보는 TV, VTR, 라디오, 오디오등 소위 아날로그 기기라는 제품은 모두 원칩마이콤을 응용한 것이다.

 

제품을 생산 하기 위해서는 원칩마이콤을 대량으로 구매해야 한다. 가격문제 때문에 OTP라는 형태로 구매하는 것이 보통이다. OTP는 one Time Programmable  의 약자로서 오직 한번만 구워낼 수 있는 것(Writing)이다. 만일 프로그램이 잘못 되었다면 전량 폐기 하여야 한다. 반면에 플레시 메모리형태로 된 원칩마이콤이 있다. 이 플레시 메모리는 프로그램이 잘못되었더라도 지우고 다시 쓰면된다. 플레시 메모리가 OTP보다 가격이 월등히 높은 것은 물론이다.

 

불교에서 5계를 보면 불살생계(不殺生戒)가 있다. ‘살인을 하지 말라’가 아니라 ‘살생을 하지 말라’이다.  살인은 사람을 살해 하는 것을 말하고 살생은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를 죽이는 것을 말한다. 대상이 사람인 것 하고 모든 살아 있는 존재 하고는 엄청난 개념의 차이가 있다. 불교에서는 살아있는 모든 것을 중생으로 본다. 금강경에도 나와 있듯이 태란습화 즉 알에서 태어난 것, 태에서 태어난 것, 습기에서 태어난것, 변화로 태어난 모두 중생으로 본다. 어디 그 뿐인가. 형색이 있는 것, 형색이 없는 것, 생각이 있는 것, 생각이 없는 것,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것들도 모두 중생으로 본다. 즉 이 우주에 존재 하는 모든 유정중생들 즉 하찮게 보이는 미물에서부터 천상에 있는 천신까지 모두 제도해야할 중생으로 보는 것이다.

 

이 모든 유정중생들은 각자 지은 업에 따라 윤회를 거듭한다. 사람도 지은 업에 따라 동물로 태어 날 수 있고 천신으로 태어 날 수 있다. 언젠가 한번은 우리가 동물로 태어 낫었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수억겁동안 3계와 6도를 윤회하면서 한번쯤 각기 다른 몸을 받아 생을 살던 때가 분명히 있었으리라. 그렇다면 이세상 이 우주에 존재 하는 모든 유정중생은 언젠가 한번쯤 나를 낳아준 어머니이었을 때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인생은 원타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반도체에서 오직단 한번만 프로그램 할 수 있는 일회성 OTP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계속 �다 지웠다를 반복 할 수 있는 플레시메모리와 같다는 느낌이다. 플레시 메모리는 프로그램이 바뀌게 되면 TV도 되고 라디오도 되고 VTR도 된다. 마찬가지로 유정중생도 각자 지은 업에 따라 사람으로 나기도 하고 축생으로 나기도 하고 천신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흔히 주변에서 보고 있는 개나 소, 돼지, 닭등도 언젠가는 우리와 인연을 맺었던 형제 이었을 것이고 언젠가 나를 낳아준 어머니이었을 지도 모른다. 타종교에서 말하는 단순히 ‘살인 하지 말라’라는 말보다 불교에서 말하는 ‘살생 하지 말라’라는 말의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2007-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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