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헌금함이라고 부르지 않고 복전함(福田函)이라고 부르는 이유

담마다사 이병욱 2007. 7. 3. 10:57

 

헌금함이라고 부르지 않고 복전함(福田函)이라고 부르는 이유

 

 

 

지하철이나 전철은 서민들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이다. 학생들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 까지 매일 수백만명을 실어 나르는 전철은 우리 주변에서 보는 평범한 이웃 들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이들을 대상으로 장사 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이들을 대상으로 선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구걸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 되어 있지만 용인 하는 듯 하다. 마치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장마철이라 자주 비가 오락 가락 한다. 비가 내리고 있는 중에 지하철에서 우산장수가 열심히 우산선전을 하고 있다. 모두들 우산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거금 5000원짜리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장점을 설명하기에 여념이 없다. 우산도 크고 꽤 튼튼하게 생겼으나 서민들이 사기에는 가격이 문제이다. 결국 한 개도 못 팔고 이동한다. 가격도 문제이었으나 타이밍도 맞지 않았다. 비가 오고 있는 중이라 모두 우산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젊은 아가씨 둘이서 불우이웃에 도와 달라고 모금함을 들고 나타 난다. 착하고 선하게 생긴 아가씨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설득력이 있었나 보다.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천원짜리 한장씩을 주머니에서 꺼내고 모금함에 집어 넣는다. 아마 오늘 모금은 대성공이라 예감이 든다. 사람들은 구걸하는 사람들 한테는 매우 인색하지만  젊고 예쁘고 선하게 생긴 아가씨 한테는 줄줄이 모금에 참여 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좋은데 쓰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모금에 참여한 것 이리라.

 

전철에서 장사하는 사람이나 구걸하는 사람이나 모두 우리가 도와 주어야 할 사람들이다. 서민들이 서민들의 심정을 아는 법이다. 많이 가지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 자선사업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 줄 것 같은데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다. 자가용으로 이동하고 같이 모여 살기 때문에 불우 이웃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 오히려 가진 재산을 더 늘리기 위하여 투자 하기 때문에 도움을 주는 것은 엄두도 못 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인도에서는 거지도 당당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나에게 적선을 하면 공덕 쌓기 때문에 당신 좋은 일 아니냐고 당당히 도움을 요청 한다는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생활전선에 나서는 사람들에게 천원짜리 한장이라도 내서 물건을 사주거나 불우이웃돕기 모금함에 천원짜리 한장 넣는 것과 걸인에게 동전 몇 개라도 집어 넣어 주는 행위는 불교적 용어로 말한다면 보시에 해당된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여러가지 능력이 부족해서 많이 가지고 능력을 가진 사람들 하고 경쟁이 되지 않는다. 잘나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이들을 외면하고 자신의 부만 축적 하여 영화를 누린다면 다음생에 이들과 같이 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다음 생에도 더 잘 살려면 부지런히 보시 해야 한다. 그런데 보시중에서도 스님들한테 보시하는 것이 최고로 잘하는 보시가 아닐까 생각 한다. 단순히 불우이웃돕기나 걸인에게 하는 보시와는 달리 덕 높은 스님께 하는 보시 공덕은 분명 차별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불우이웃이나 걸인에게 하는 보시는 단지 불쌍해서 주지만 공덕을 쌓았다고는 생각 하지 않는다. 그러나 청정하고 덕 높으신 스님들에게 하는 보시는 그 어느 보시보다 수승하다. 수행을 많이 하고 덕을 많이 쌓은 스님들께는 공양하고픈 마음이 우러나온다. 이런 스님들이 복전(福田)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사찰에 가면 부처님에게 공양한다. 그리고 보시 한다. 그 보시함을 모금함이나 헌금함이라고 부르지 않고 복전함(福田函)이라고 부르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200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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