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폭염속의 동물원에서 보는 경전(經典)속의 동물들

담마다사 이병욱 2007. 8. 26. 10:36

 

폭염속의 동물원에서 보는 경전(經典)속의 동물들

 

 

 


 

여름도 절정인가 보다. 오락 가락 하던 아열대지방의 우기 같은 비가 멈추자 파란 하늘에는 이글거리는 햇볕이 사정없이 내리 친다. 마치 불꽃 같이 뜨거운 열기가 대지에 그대로 전달 되어서 모든 사물을 다 태워 버릴 듯한 기세이다. 그렇지만 습도는 많지 않아서 그늘에서는 견딜 만 하다. 전형적인 아열대 지방의 기후라 볼 수 있다. 이렇게 폭염이 절정에 달 한 것을 보니 이제 더위도 며칠 남지 않았나 보다.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절정에 이르러 분출 하고 하면 그 이후에 꺽여 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자연이치 일 것이다.

 

폭염속의 동물원은 제철을 만난 것 같다. 특히 아열대 지방에 사는 코끼리나 코뿔소, 물소 같은 열대성 동물들은 지금의 폭염이 싫지는 않은 것 같다. 추운 계절 보다는 훨씬 살맛이 나는 시절이라 그런지 보기에도 안스럽지 않다. 열대 동물중에 가장 관심이 가는 동물이 코끼리이다. 불교는 인도에서 탄생 하였는데 불교경전을 보면 코끼리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경전을 통하여 코끼리를 상상 하였을 것이다. 물론 한번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코끼리 다리 만지기 식이라는 속담도 나왔지 않은가.

 

불교경전중에 특이한 경전이 하나 있다. 바로 그 경전이 숫타니파타(Sutta-nipata)’라고 불리는 경전이다. 이 경전은 한역 대장경에는 없고 오로지 남방불교의 남전대경전에만 있다. 팔리어로 쓰여진 이경전은 부처님 당시의 순수하고 소박한 초기불교의 모습을 담고 있어서 부처님의 인간미가 듬뿍 담겨 있는 경전이다. 거의 2000년간 남방에서만 고스란히 전승 되어온 이 경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근세의 일이다. 그래서 한역본이 없고 한글로 직접 번역된 책만 있는 것이다. 그 내용중에 무소의 뿔 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싯구가 있다. 여기서 무소는 인도 코뿔소를 말하는데 주둥이 끝 위에 오직 한 개의 외 뿔이 있다.  다른 뿔 달린 동물 들은 뿔이 두개라서 서로 짝을 짓고 살지만 뿔이 하나인 무소는 혼자 생활한다. 외모도 엄청나게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서 우직하게 앞으로만 나가는 모습이 부처님 당시의 혼자 살아가는 수행자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즉 어리석은 사람들과 함께 가지 말라는 의미이다. 경전속에 나오는 상상속의 동물을 동물원에서 직접 보고 경을 읽는 다면 훨씬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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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숲속에서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한편 여러 가지 모양으로

우리 마음을 산산이 흐트려놓는다.

욕망의 대상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다투는 철학적 견해를 초월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도달하여

도를 얻은 사람은

'나는 지혜를 얻었으니

이제는 남의 지도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알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 말고,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상의 유희나 오락

혹은 쾌락에 젖지 말고

관심도 가지지 말라.

꾸밈 없이 진실을 말하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번 불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음속에 다섯 가지 덮개(五蓋)를 벗기고

온갖 번뇌를 제거하여 의지하지 않으며

애욕의 허물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최고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 정진하고

마음의 안일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말며

용맹 정진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애착을 없애는 일에 게으르지 말며,

벙어리가 되지 말라.

학문을 닦고 마음을 안정시켜

이치를 분명히 알며 자제(自制)하고 노력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빨이 억세고 뭇짐승의 왕인 사자가

다른 짐승을 제압하듯이

궁벽한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비와 고요와 동정과 해탈과 기쁨을

적당한 때를 따라 익히고

모든 세상을 저버림 없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욕과 혐오와 헤맴을 버리고

속박을 끊어 목숨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남전대장경(南傳大藏經)의 시경(詩經, Sutta-nipata)

 

 

 

2007-08-26

진흙속의연꽃

 

 

 

기린

 

 

 

 

아프리카 큰 뿔소.  이집트의 벽화에 나오는 소와 흡사하다.

 

 

 

 

불교경전에 자주 등장 하는 코끼리

 

 

 

 

아시아 물소.  동남아시아에서는 농경용으로 활용되고 인도와 파키스탄 에서는 도로에서 짐을  운반 하는데 사용 한다.

 

 

 

 

 아시아 코뿔소. 남방불교대장경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무소의 뿔'이 바로 이코뿔소이다. 우직하게 오직 한길만을 가는 모습이 수행자의 모습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