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현실이 지옥이라면... 한때 잘 나가던 벤처회사 사장의 하루

담마다사 이병욱 2007. 11. 2. 10:01

 

현실이 지옥이라면...한때 잘 나가던 벤처회사 사장의 하루

 

 

 

사람들은 누구나 고통을 싫어 하고 즐거움만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좀더 풍요로운 삶과  삶의 질이 향상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해도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이다. 끊임없는 고통속에 한평생 살다가 스러져 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 중에 빚지고 사는 사람의 고통은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한다.

 

일관계로 아는 사람이 있다. 그는 한때 잘나가는 벤처회사 사장이었다. 지금은 빚만 잔뜩 짊어 진 채 밑도 끝도 없는 바닥에서 재기의 꿈을 꾸며 살아 가고 있다. 그의 말을 들어 보면 우리나라에서 사업하다 실패해서 스러진 사람들의 심정을 알 것 같다. 가장 큰 고통은 빚에서 헤어 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몇 천만이 아니라 수억 아니 10억 이상 빚지고 살아 간다면 평생을 다 가도 갚지 못할 엄청난 금액을 멍에처럼 이고 하루 하루 살아 가는 것이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빚독촉을 받을 때라 한다. 다행이 개인의 빚은 없지만 빚의 대부분은 은행과 창투사의 빚이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전화가 와 독촉을 한다는 것이다. 기관에서 독촉하기 때문에 사채업자가 하는 방법하고는 다르다는 것이다. 점잖게 시작 하지만 듣고 나면 그 스트레스는 이루 말 할수 없을 정도라 한다. 보통20분간 정도 통화 하는데 계획서를 내놓아라 부터 시작해서 딴죽 걸듯이 비꼬며 말하고 약올리듯이 말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월급을 받고 일하는 직원이다. 그 직원의 업무는 채무자에게 주기 적으로 전화 걸어서 첵크 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 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전화를 받고 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욕과 자괴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담배를 피지 않을 수 없고 잊어 버릴려고 술도 마신다고 한다. 한번은 그런 전화를 받고 자괴감이 들어 소주3병을 마셨는데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빚을 지고 살아 가는 것 자체는 살아 있는 지옥에 있는 것과 다름 없다. 더구나 빚 독촉을 하는 직원은 지옥에서 형벌을 주는 나졸 들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빚 독촉이 한군데가 아니고 여러 군데에서 전화를 받게 되면 순간적으로 자살의 충동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강에서 투신 자살 하는 심정이 바로 이런 때라고 하니 채무자가 자살 아니면 노숙자 되기 딱 알맞은 조건인 것이다.

 

이런 상태임에도 불구 하고 재기 하려는 몸부림은 처절 하다. 먼저 채무금액에 해당 하는 빚을 갚으려면 채무면제프로그램에 가입해야 한다고 한다. 빚진 금액의 1/8만 갚으면 면제되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건은 그 1/8에 해당 되는 금액을 6년간에 걸쳐서 매월 갚아 나가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채무 금액이 크지 않으면 가능 하나 너무 크면 이것도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한때 직원수십명을 두고 5년간 버텨온 벤처회사의 사장은 이제 바닥에서 다시 시작 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빚을 갚는 것이다. 비록 10억 이상 빚을 지고 있지만 그 1/8만 갚으면 면제 된다고 하니 어떤 일이든지 가리지 않고 한다. 불러만 주면 어디든지 달려 가서 아무리 힘들고 더럽고 어려운 일도 불사 한다. 돌아 다니다 보면 차비도 많이 들기 때문에 전철은 무임 승차 하는 경우도 많고 점심은 굶고 지내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노숙자와 같이 정신이 무너져 자포자기 상태에 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나이 보다 많이 늙어 보이고 얼굴에는 달관 하는 표정이 역력 하지만 그는 교회에 다닌다. 아마 사업하기 전부터 다녔을 것이다. 신앙생활 하는 것도 그에게는 많은 힘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교회에서 지나친 욕심에 대하여 경계 하는 가르침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아니었을 까도 생각 해 본다. 그 자신도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 되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항상 말하기를 지나친 욕심을 가지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집착하지 말라고 말한다. 자기 능력을 벗어난 일을 무리하게 할 필요는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하다 안되면 인연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면 그만이다. 뒷배경을 믿고 무리하게 일을 벌이다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모두에게 고통을 주게 된다면 지옥이 달리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200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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