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석지명스님의 ‘허공의 몸을 찾아서’를 읽고

담마다사 이병욱 2007. 11. 11. 09:02

 

석지명스님의 ‘허공의 몸을 찾아서’를 읽고

 

 

불교방송의 경전공부 강의 내용을 요약한 불교 입문서

 

 

 

 

한 권의 책이 일생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책을 만나기가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대게 우연히 다가온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 우연이란 것도 알고 보면 그 전에 씨를 뿌려 놓은 것이 나타난 것일 것이다.

 

핵심요점 만을 뽑아서 해설 위주로 엮어진 책

 

석지명스님의 ‘허공의 몸을 찾아서’ 이 책은 읽고 또 읽어도 지루한 줄 모른다. 불교 경전의 핵심요점 만을 뽑아서 해설 위주로 엮어진 책으로 일종의 불교 입문서라 볼 수 있다. 책이 나온 지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1993년이다. 현재 가지고 있는 책도 그 때 당시에 나온 책이다.

 

불교방송이 개국 되던 때가 1990년이라 한다. 타 종교 방송이 해방 후부터 곧바로 방송을 시작한 것과 비교 하면45년이나 늦게 방송을 탄 셈이다. 방송을 이용한 포교는 위력이 대단한 모양이다. 더구나 TV도 없고 책도 별로 보급이 되지 않은 시기에 있어서 그 영향력은 절대적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기독교는 해방 후에 급성장을 한 이유가 바로 방송에도 있었다고 불 수 있다. 늦게나마 불교방송이 개국되어 전파를 타게 됨에 따라 타 방송보다 청취율이 매우 높았다고 한다. 그 때 당시 경전공부를 담당 하신 분이 바로 석지명스님이라 한다.

 

‘허공의 몸을 찾아서’는 석지명 스님이 불교방송 경전공부 시간의 강의를 정리하여 초심자를 위한 불교입문서로 만든 책이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금강경, 법화경, 화엄경등 불교의 핵심경전의 주요 내용을 체계적으로 알기 쉽게 그리고 재미 있게 정리 한 책이다.

 

근기가 다른 사람을 위한 8만4천가지 방편

 

흔히들 불교는 매우 어렵다고 한다. 더구나 8만4천가지나 되는 경전의 내용을 다 읽고 이해 한다는 것은 일반인은 더욱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전을 읽어도 3법인과 12연기법과  4성제의 범주를 벗어 나지 않는다. 들어가는 문은 서로 다를지라도 나오는 문은 항상 같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들의 근기가 다르기 때문에 8만4천가지나 되는 방편이 있을 뿐이다.

 

불교교양대학을 졸업하였거나 개인적으로 불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이 경전 저 경전 떠 들어 보게 된다. 금강경을 보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와 닿지 않는다. 법화경을 보다 보면 지루 하기만 하고 어떤 말을 하고져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화엄경은 우주적인 스케일과 장황함에 질려 버린다. 이 모두가 경전에 대해서 사전 지식 없이 덤볐다가 낭패를 보는 케이스에 해당 될 것이다. 그래도 끈기를 가지고 읽어 보지만 역시 마찬 가지이다. 그러나 요점을 정리한 입문서를 읽고 어떤 내용 일 것이라는 알고 접근 한다면 감이 오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런 역할을 해 주는 책이 ‘허공의 몸을 찾아서’이다.

 

‘공사상’의 금강경과 ‘참사상’의 법화경

 

이 책에서 말하는 것 중에 몇 가지를 소개 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우리들이 가장 많이 독송 하고 있는 금강경이다. 금강경의 핵심사상은 공(空)사상이다. 공이라는 말이 나와 있지 않지만 도처에 이에 관한 내용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대표적으로 긍정-부정-긍정 논법이다. 이들 논법에 대한 해설서도 많이 있지만 보기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 해 준다.

 

다음이 법화경이다. 대표적인 대승경전으로서 설명 하자면 책 한 권으로도 부족 하지만 짤막하게 ‘참사상’이라고 표현한다. 금강경이 공사상에 관하여 설한 책이라면 법화경은 좀더 나가서 꽉 차 있다는 참사상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공사상에 대한 보완의 성격이 짙은 것이다. 금강경의 공사상이 너무 어렵고 무아사상을 강조 한 것에 비하여 법화경은 즉 좀더 쉽게 중생에 다가 갈 수 있도록 만들고 믿고 의지 할 수 있도록 한 독특한 경전이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금강경에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가 있다. 금강경에서는 ‘일체의 모든상이 상이 아님을, 즉 공임을 올바로 본다면 여래를 보리라’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법화경적인 시각으로 표현 한다면 이 말을 뒤집어서 ‘일체의 모든 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동시에 본다면 여래를 보리라’ 하고 풀이 한다. 이렇게 되면 항상 여래는 우리와 함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름 아님 꽉 차 있다는 ‘참사상’에 관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세상은 비로자나 부처님의 작품이라는 화엄경

 

화엄경을 아무 상식이 없이 접근 한다면 그 장대하고 장황함에 질려 버려서 책을 손에서 놓아 버린다. 그러나 내용을 알고 접근 한다면 좀 더 붙잡고 있는 시간은 오래 갈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기를 이세상은 비로자나 부처님의 작품이라 말한다. 개인적인 번뇌와 업을 우주적인 번뇌와 업으로 승화시켜서 본다면 바로 이세상이 비로자나 부처님의 몸과 마음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이런 사항을 알고 책을 보는 것과 무턱대고 접근 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이 성도한 후에 최초로 설한 법이 화엄경인데 누구도 이해 하는 사람이 없어서 아함경의 12연기부터 설 하였다고 한지 않던가.

 

‘허공의 몸을 찾아서’와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허공의 몸을 찾아서는’는 언제 어디서 든지 아무 곳이나 열어 보아도 재미가 있다. 1993년에 쓰여진 책이지만 지금 보아도 전혀 지루 하지 않다. 아마도 모든 경전이 시대를 초월한 영원한 진리를 말하기 때문이리라. 경전을 접하면서 항상 느끼는 사항은 2000년 전에 이렇게 보통 사람들이 생각 하지 못하였던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말고 이런 사상을 접할 기회는 쉽지 않다. 그 것도 불교공부를 하겠다고 덤벼 들었을 때나 가능 한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금강경과 같은 내용을 교과서에 집어 넣자고 주장 하는 사람도 있다. 서구사상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현실에서 어려운 일일 것이다. 우리가 미쳐 모르고 있었던 이렇게 훌륭한 사상들이 바로 옆에 있음을 알지 못하고 살아 가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하여 ‘허공의 몸을 찾아서’와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200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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