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일요일에 ‘교회가는 사람들’과 ‘산에 가는 사람들’

담마다사 이병욱 2008. 4. 7. 09:17

 

일요일에 교회가는 사람들산에 가는 사람들

 

 

산은 직접적인 설교는 하지 않지만 간접적으로 설법하고 있다

 

 

 

 

대도시에서 일요일에 보는 풍경

 

대도시에서 서일요일에 보는 풍경중의 하나가 교회가는 사람들과 산에 가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가는 사람들은 차림새로 대충 파악 할 수 있다. 일요일임에도 불구 하고 말쑥하게 정장차림을 하고 손에는 바이블을 하나씩 끼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에 가는 사람들은 더 구별이 쉽다. 등산복에 등산화에 배낭 그리고 등산모까지 다 갖춘 사람을 보면 갈 곳은 산밖에 없을 것이다.

 

일요일 교회에 가는 사람들은 일요일에 교회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 할 수 없다고 한다. 믿지 않으면 모조리 지옥행인데 일요일에 교회에 나오지 않고 다른 곳에 가는 사람들을 매우 불쌍하게 여긴다. 반면에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유치원동화 같은 이야기나 들으면서 돈만 갖다 바치는 것 쯤으로 여길 지 모른다.

 

극적인 계절의 변화

 

계절의 변화는 극적이다. 이제 부는 바람도 낯을 간지럽힐 정도로 부드럽다. 이맘때쯤이면 언제나 그렇듯이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고 진달래가 빨갖게 물드는가 하면 거리에는 벗꽃이 만발하기도 한다. 고대 하던 꿈의 계절이 다가 온 것이다. 이런때 일요일날에 집에만 있기는 너무 아깝다. 그래서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고 가장 돈이 들지 않는 산을 찾는 모양이다.

 

일요일 아침 전철이나 지하철에는 산에 가는 사람들이 압도적이다. 대부분 등산장비를 잘 갖추고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음을 볼 수 있다. 산에 가는 것도 예절이 있다고 한다. 아무렇게나 입고 가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격식을 갖추어서 가는 것이다. 산을 진정으로 좋아 하고 사랑 하는 사람들을 보면 등산복 모자 배낭 등산화등을 잘 갖추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산을 좋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연을 사랑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산에서 담배를 핀다든지 나무를 꺽는 행위를 보면 그 자리에서 지적 하는 것을 종종 목격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산은 단순한 스트레스해소의 대상이 아니라 숭배의 대상이 됨을 알 수 있다. 산에 오래 다니는 사람치고 나쁜사람 없다고 하였다. 산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거대한 산의 일부로서 나

 

일요일날 종교집회에서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이야기를 한다. 좋은 내용도 많이 있지만 주로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위로하는 말이다. 찾아온 사람들 대부분이 정신적으로 평화와 안정을 얻기 위해서 종교집회에 많이 참석한다. 그리고 한 말씀 듣고 거기에 대한 답례로서 돈을 지불 한다. 종교단체는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서 듣기 좋은 말을 많이 할뿐만 아니라 식사도 제공하고 모임도 주선한다. 어찌보면 나를 중심으로한 철저한 서비스를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산에 가면 누가 설교하거나 설법 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돈을 요구 하지도 않는다. 물론 식사제공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나라고 주장 하거나 나를 중심으로 해서 모든 것이 돌아간다고 볼 수 없다. 거대한 산의 일부로서 나만이 있을 뿐이다.

 

산이 비록 설교는 하지 않지만 무언의 가르침을 피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새순이 돋아남을 보여 주고 있다. 그 꽃도 시기가 지나면 반드시 진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고 새순도 자라서 무성하게 되지만 결국은 낙엽으로 떨어짐을 보여 주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하늘의 구름도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 하다가 비를 뿌리기도 하고 때로는 바람을 동반한 강풍으로 이내 바뀌기도 한다. 산자체는 움직이지 않는 고정물이지만 산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주변의 상황은 변화무쌍 하다. 아니 산자체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수억년이 지나면 지금의 산도 자취가 없어 질 것이다.

 

간접적으로 설법하는 산

 

인생사가 한편의 연극이고 드라마라고 하지만 자연만큼 극적이지 않다. 특히 기후와 계절의 변화를 보면 가히 혁명적이다. 눈이 내리기도 하고 비바람이 부는가 하면 어느새 비갠후의 평온함도 있을 뿐만 아니라 온산이 꽃으로 뒤덥히는 장관을 연출 하기도 한다. 어디 이보다 더 극적인 변화가 있을까.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는데 익숙하다. 그리고 자연의 변화를 받아 들인다. 낮이 되면 밤이 되고 꽃이 피면 꽃이 지리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이런식으로 자연은 사람들에게 설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말로 하지 않고 실제로 현상을 보여 주는 것이다.

 

산에 다니는 사람들은 일요일에 특별한 일이 아니면 산을 찾는다. 계절과 기후에 구애 받지 않는다.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맛이 있는 것이다. 산을 통해서 체력단련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산을 통해서 배운다는 것이다. 자연의 변화를 보면서 이세상에 영원하고 항상한 것은 없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따라서 영원히 존재 하는 나라는 것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만 자연의 일부로서 나가 존재 하고 우주와 자연이 드러난 것이 나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산은 직접적인 설교는 하지 않지만 간접적으로 설법 하고 있는 것이다.

 

 

 

2008-04-07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