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7.4촛불법회, '시범케이스'에 걸릴까

담마다사 이병욱 2008. 7. 1. 09:49

 

7.4촛불법회, '시범케이스'에 걸릴까

 

 

 

 

군대에서 시범케이스

 

시범케이스가 있다. 군대에서 자주 사용 하는 말이다. 신병훈련소에 입소하면 군기를 잡는다. 동작이 굼뜨거나 반항적인 장정들이 시범케이스의 대상이다. 특히 폐쇄된 내무반에서 벌어지는 시범케이스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감을 갖게 만든다. 우선 시범케이스로 지목된 사람은 내무반장 앞으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군화발로 배를 걷어 차인다. 그러면 대부분은 뒤로 넘어지게 되어 있다. 사실 군화발로 걷어 차는 것은 큰 타격은 아니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겁을 집어 먹게 만든다. 이후부터 어느 누구도 내무반장 명령에 거역하지 못하고 동작은 매우 신속하게 변한다.

 

촛불미사가 열렸다. 불법폭력시위에 대하여 엄정한 법집행을 비웃기라도 한듯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주도로 열린것이다. 그 동안 정부의 강공정책에 강한 불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구원의 백기사와 같아 보였을 것이다. 중요한 대목에서 항상 전환점을 만들어 내는 하는 역량이 돋 보이는 대목이다. 천주교에 이어 진보적 개신교와 불교도 차례로 촛불집회를 열 것이라 한다. 언제나 시대를 리드 하는 곳은 천주교인가 보다. 불교는 마치 따라 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더 한다.

 

촛불집회에서 자주 보는 스님들

 

두달동안 진행된 촛불집회에서 스님들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꼭 한 두명의 스님을 볼 수 있었다. 제일 선두에 서서 목탁을 치고 시위대를 이끄는 모습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아무래도 생명과 환경에 대한 관심의 발로 일 것이다.

 

미국산쇠고기 문제는 광우병위험성도 있지만 그 것 못지 않게 생명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미국에서 매년 수천만마리가 단지 인간에게 살코기를 제공 하기 위하여 도살 되고 있다. 초식동물에게 주어서는 안될 육식사료를 이용하여 사육하고 있고 불과 이삼십개월 살다가 도축 되고 있다는 현실이 생명경시풍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이 모두가 살생을 금하고 있는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용인 할 수 없는 사항이다. 더구나 대운하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는 불교계의 당면한 관심사이다. 이런 생명과 환경문제와 맞물려 그 어느때 보다 볼 수 없었던 스님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번 촛불시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스님들이 앞장서다 보니 봉변도 당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인터넷의 개인미디어 에서는 이를 보여 주고 있다. 사지를 붙들린 채 닭장차로 실려 가는 동영상도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하여 언론은 물론 불교계에서도 의견 제시 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그렇게 개별적으로 생명과 환경운동을  펼쳐 가는 것이 현실인 모양이다. 이에 비하면 천주교는 매우 교단차원에서 매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바로 이런 점이 천주교를 함부로 다루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80년의 그날처럼 흠씬 두들겨 맞을까

 

현대 불교사에 있어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 아마 '10.27법란' 일 것이다. 80년도에 신군부에 의하여 저질러진 만행은 그 때 당시 불교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상징과도 같은 사건이다. 어떤 스님은 표현 하기를 "술취한 남편에게 영문도 모르는 채 흠씬 두들겨 맞는 아내"와 같은 상황이라고 말하였다. 만일 이런 사건이 성당에서 일어 났다면 로마교황청이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고 교회에서 벌어 졌다면 미국 또한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외세와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는 불교입장에서는 그저 앉아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소위 종교정화라는 시범케이스에 걸려 든 것이다. 세 종교 중에서도 건드려도 하소연 할 데 없는 불교가 만만한 상대 이었으리라.

 

73일에는 개신교 촛불예배가 열리고 74일에는 불교 촛불법회가 열린다고 한다. 이미 촛불미사가 열린 630은 평화롭게 지나 갔다. 그러나 서슬퍼렇게 엄포를 놓고 있는 현시점에서 과연 7.4촛불법회가 천주교의 그것 마냥 온전히 치루어 질 수 있을 까 의문이다. 과거의 예를 본다면 반드시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 같다. 이번에도 세 중교중에 불교가 시범케이스에 걸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앞선다. 가장 만만하고 상대하기 쉬운 불교가 80년의 그날처럼 흠씬 두들겨 맞을까.

 

 

 

 

2008-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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