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무더위와 불쾌지수가 높을 때 '도시탈출' 할 수 있는 가장 빠른곳

담마다사 이병욱 2008. 8. 1. 16:19

 

무더위와 불쾌지수가 높을 때 '도시탈출' 할 수 있는 가장 빠른곳

 

 

거리가 한산 한 것으로 보아서 휴가철인 모양이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도 떠날 사람은 다 떠나고 평일도 공휴일 같은 느낌이다. 더구나 공장지대는 일제히 한꺼번에 휴가를 떠나서 더욱 더 한산하다. 이런 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서비스업 종사하는 자영업자 일 것이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는 산이나 바다를 찾아 떠나는 것이 더위를 피하기에는 가장 좋을 것이다. 바다로 가자니 거리도 멀고 비용도 많이 들어 간다. 또 교통은 막히고 그에 따라 짜증은 배가 된다. 불쾌지수가 80이 넘으면 가만 있어도 짜증 난다고 한다. 이런 때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계곡을 찾아 가는 것이 나을 듯 하다. 그래서 집에서 도보로도 갈 수 있는 관악산을 찾기로 하였다. 이른바 안양비산동 코스이다.

 

관악산으로 가는 등산로 입구에는 포도 밭이 있다. 그 옛날 명성을 떨치던 '안양포도'인 것이다. 지금은 택지로 개발 되어서 모두 사라졌지만 이곳 내비산동의 등산로 입구에는 지금도 재배 하고 있다. 한여름의 따가운 햇볕에도 불구 하고 잘도 자란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보기만 해도 옹글져 보인다.

 

 

 

 

 

언제나 그렇듯이 등산로 입구에는 상추나 고추 가지 호박과 같은 농산물을 파는 할머니들이 앉아 있다. 부근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등산객을 대상으로 하여 파는 것이다. 보통 1000원 단위인데 매우 싱싱해 보인다.

 

 

 

 

 

조금 더 올라 가자 자연학습장이 나온다. 한 때 수십종의 희귀한 꽃들이 심어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왔으나 지금은 거의 폐허화 된 느낌이다. 관리를 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이다. 좀 가치 있는 식물은 누군가 다 캐 가 버렸고 지금 남아 있는 품종은 흔하게 보는 들꽃 밖에 없다. 그래도 볼만 한 것이 있다면 조롱박이다. 작년 까지 만 해도 심어져 있지 않았으나 올해는 누군가 심어 놓은 모양이다.

 

 

 

 

 

 

 

 

자연학습장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 된다. 경사는 급해지고 무더운 날씨에 땀은 줄줄이 흘러 내려서 마치 사우나에 온 느낌이다. 조금만 참으면 계곡에 도착 한다고 생각 하면서 올라갔다. 목표가 있다는 것은 어떤 어려움도 헤처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모양이다. 전망대를 넘어 가자 바로 가고자 하는 계곡이 나타났다.

 

 

 

 

 

관악산에는 수 많은 골짜기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자주 가는 계곡이 있다.  일종의 나만이 알고 있는 아지트이다. 벌써 십수년간 찾는 계곡이다.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찾아 오는 사람도 드물다. 이 계곡의 장점은 바닥이 암반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깨끗하다. 요즘과 같이 장마철이 끝난지 얼마 안되어서 일까 수량은 풍부 하다. 종종 찾는 계곡인데 이번에는 전에 보지 못하였던 노란 나리꽃이 반가이 맞이 해 준다. 암반 사이에서 피어난 나리꽃은 지금이 제철이다.

 

 

 

 

 

연신 흘러 내리는 땀을 씻고 머리를 물에 담그었다. 그리고 발을 담그고 조금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더위는 사라졌다. 주위는 소나무와 하늘만 보였다. 사방을 둘러 보아도 어떤 인공적인 구조물은 볼 수 없었다. 문명과 완전히 차단 된 셈이다. 단지 비행기가 지나 가는 것은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비행기가 지나다니는 길목인 모양이다.

 

 

 

 

가끔 지나다니는 등산객을 볼 수 있다. 잠시 머물러서 등산화를 벗고 물에 담그면서 쉬어 가는 것도 볼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조금만 가면 설악산이나 지리산이 부럽지 않은 계곡이 있다. 조금 알려 진 계곡이라면 발디딜 틈도 없이 붐비지만 이름 없는 조그마한 계곡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런 곳에서 유유자적 하게 자연을 음미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도시탈출'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2008-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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