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후기

우연히 보게된 '아츠히메(篤姬)', 우리 전통문화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담마다사 이병욱 2008. 8. 18. 11:30

 

우연히 보게된 '아츠히메(篤姬)', 우리 전통문화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악역의 이이 나오스케

 

행진 하던 가마를 향해 일시에 칼을 빼든 무사들이 달려든다. 순식간에 가마를 둘러싸고 호위하는 무사와 정체모를 무사들간의 칼싸움이 벌어진다. 가마 안에서는 "올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눈을 감고 깊게 생각에 잠겨 있는 주인공이 있다. 그가 바로 '이이 나오스케'이다. 아츠히메 32화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이이 나오스케는 '악역'이다. 에도막부의 영향력이 점차 상실 되가는 시기에 강력하게 막부를 부활 시키기 위하여 막부에 도전 하는 세력을 엄단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직책은 대로인데 요즘식으로 하면 총리정도 된다. 그의 공포정치가 어느정도 인가 하면 장군이나 주인공 아츠히메도 두려움을 느낄 정도이다. 특히 그와 반대 편에 섰던 미토번의 반발이 매우 심했다. 반대편을 잡아 가두고 처형시키는 공포정치가 극에 달하자 민심은 사나워 지기 시작 하였다. 이 때 미토번과 사츠마번에서 탈번한 낭사들이 드디어 일을 낸 것이다. 아침에 출근 하는 이이 나오스케의 가마를 습격한 것이다. 그런데 이이의 목을 밴 것은 사츠마번 출신의 낭사라 한다. 공교롭게도 아츠히메의 고향의 낭사가 밴것이다.

 

우연히 보게된 아츠히메는 보면 볼 수록 재미를 더해 간다. 한번도 본적이 없는 배우들 하며 그들의 전통의상 그리고 생소한 예절 같은 것이다. 평범한 사람도 자주 보게 되면 익숙해지고 호감이 가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드라마를 자주 보게 되다 보니 그들의 전통의상인 기모노와 무사들의 상투가 어느새 익숙해졌다. 바로 이것이 문화의 힘인 것이다. 자주 보게 되면 재미가 있고 호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 공개적으로 방송된 미국의 서부극이나 초원의 집을 보고 자란세대가 미국에 대하여 호감을 가지듯이 비공식적이나마 일본문화를 접하고 자란 세대 역시 일본에 대하여 호감을 가질 것이다.

 

중국이 두려운 사람들

 

문화의 힘은 대단 하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상대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하여 체험을 하게 되면 그 나라를 좀 더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유학생이 되돌아 와서 문화의 전도사가 된다는 것은 잘 알려 져 있는 사실이다. 이들이 나중에 고위직에 올라가거나 오피니언 리더가 되었을 때 유학간 나라에 대하여 호감을 가지고 정책에 임할 것이다. 그래서 선진 각국은 가난한 제3세계의 젊은 인재들을 유치하여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친미파니 친일파니 하는 파벌이 형성되는 것도 문화정책의 결과물일 것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마련이다. 문화역시 마찬가지이다. 문화선진국에서 문화후진국으로 전파 되게 되어 있다. 과거에 중국은 문명국이었다. 그래서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한자가 보급되고 유교와 불교가 들어 오게 된 것도 문화의 영향이다. 근대에 들어 와서 영어가 보급되고 기독교가 들어 오는가 하면 미국문화가 보급 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더구나 그런 현상은 건국후 60년 가까이 지속 되고 있다. 어느 누가 보아도 이제는 우리나라는 미국문화의 영향력 하에 놓여 있다.

 

중국이 올림픽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를 두려운 눈으로 보고 있는 사람들은 미국식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이미 기득권을 쥐고 있는 그들 입장에서 보았을 때 중국의 부상은 달가울리가 없을 것이다. 그것도 무섭게 성장 하고 있는 중국이다. 자료에 따르면 20015년이 되면 GDP가 일본을 추월하고 2040년이 되면 미국을 추월 할 것이라고 예상 하고 있다. 다시 한번 중국이 세계문명을 좌지 우지 할 시대가 오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럴까 보수신문과 보수세력은 이에 대하여 매우 우려 하는 눈치이다. 가급적이면 중국에 대하여 폄하하고 무시 하려고 하는 입장이 엿보인다.

 

미국문화에 길들여진 우리

 

이들 미국문화에 길들여진 보수층은 일본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이다. 일본문화는 허용 되어서는 안되는 문화로 인식하고 있다. 방송에서 일본 드라마가 방영 되지 않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한국인의 정서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과거사 문제도 있고 독도 문제도 크게 작용한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문화는 인정이 되고 일본문화는 인정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은 보수기득권층의 시각을 잘 반영 하고 있다. 모든 것이 미국식으로 되어 있다 보니 우리문화를 양성하고 발전 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린 것이다.

 

해방후에 모든 것이 미국식으로 흐르다 보니 우리 문화와 전통은 모두 저급하고 미신적이고 우상숭배나 하는 저질 문화로 취급한 것이다. 그결과 문화의 경쟁력은 형편 없이 낮아졌고 겨우 명맥만 유지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러다 보니 일본문화 보다 경쟁력이 있을리 없다. 이런 상태에서 문화를 개방 하면 일본 문화에 압도 당할 것이라는 우려일 것이다. 아니 이제까지 구축 해 놓았던 미국문화를 한국인과 동양적인 정서가 비슷한 일본에게 뺏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을 것이다. 친미보수기득권세력이 중국을 두려워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전통문화가 말살된다면

 

미국문화가 지배한 지난 60년은 우리전통문화가 발전 하지 못하였다. 과연 우리나라에 전통문화가 있기나 한 것일 까 하는 정도로 형편 없이 취급 당하고 있는 것이다. 단오절 행사도 미신으로 취급하고 인천공항의 12지신상도 혐오 스럽다고 치워 달라고 청원 하는 현실이다. 남는 것은 미국식의 카우보이 문화나 초원의 집과 같은 미국식 가정 휴먼 드라마와 같은 것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 일본과 중국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가지고 세계적인 문화로 가져 가고져 한다. 아츠히메도 그런 문화상품의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베이징올림픽에서 보여 주는 중국인의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것이다.

 

변변히 남아 있는 전통문화 역시 새정부 들어서 찬밥신세이다. 전통문화의 보루라 여겨지는 불교에 대한 종교편향 역시 그런 범주에 들어 갈 것이다. 대통령 경호실차장이라는 사람은 '정부 복음화'가 자신의 꿈이라고 말 하였고 경찰총수는 '경찰복음화'를 외치고 있다. 이나라를 완전한 기독교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 정권의 최대의 목표로 보인다. 특히 공직에 있는 사람의 발언을 들으면 이 나라는 확실히 미국의 기독교 문화에 편입된 느낌이다. 이렇게 전통이 말살된 상태에서 우리와 정서가 비슷한 일본과 중국의 문화가 유입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2008-08-18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