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아쉬울 것 없는 엔지니어의 도덕 불감증

담마다사 이병욱 2008. 8. 23. 09:15

 

 

 

아쉬울 것 없는 엔지니어의 도덕 불감증

 

 

  

일을 하다 보면

 

일을 하다 보면 한꺼번에 선금을 받고 진행 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 익월결제가 일반화 되어 있는데 빨리 해 달라고 먼저 돈을 입금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매우 즐거운 마음으로 최우선적으로 해 주게 되어 있다. 그런데 아예 일정액을 예치 해 놓고 해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언제든지 활용 하겠다는 것이다. 돈은 먼저 받아서 다 써 버렸는데 해 주어야 할 의무는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일 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 된다. 마치 노예계약을 맺은 것 같은 느낌이다. 나중에는 불성실 하게 대하기 까지 한다. 돈은 이미 다 받은 상태에서 서비스가 좋아 질 리가 없다. 돈을 먼저 준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잘 받기 위해서 배려 하였으나 역으로 이미 받은 쪽에서는 고자세로 돌변 한다. 아쉬울게 없다는 입장이다.

 

엔지니어들은 아쉬울 것이 없다는데

 

엔지니어들은 보통 고집이 세다고 한다. 그리고 아쉬울 것이 없다고 한다. 하루종일 기계장치와 대화하고 일을 하다 보니 매우 단순 하다. 1+1은 항상 2인 것이다.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면 나름대로 기술이 축적 된다. 흔히 말하는 '노우하우(Know How)'이다. 어떻게 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누구한테 쉽게 설명이 잘 안 되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기술이다. 이런 기술들이 모이고 모이면 매우 빠르게 제 때에 제품을 개발해 낼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특히 '소프트엔지니어'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 회사일을 함으로써 축적된 기술은 곧바로 자신의 기술로도 볼 수 있다. 회사에서 투자 하였지만 결국은 자신이 모든 해결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제품을 개발 하고 그 제품이 힛트친다면 회사는 급성장 하게 된다. 그런데 경쟁사는 이런 제품을 개발한 핵심엔지니어를 가만 놓아 두지 않는다. 소위 스카우트의 손길을 뻗치는 것이다.

 

IT업계에서 스카우트는 일반화 되어 있다. 핵심인력을 확보 하면 단숨에 매출이 증가 하고 회사규모가 순식간에 커지기 때문에 인재가 있다고 소문나면 달려 가게 되어 있다. 남의 회사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잘 일하고 있는 엔지니어에게 접근 하기 위해서는 돈을 제시 한다. 지금 받고 있는 연봉보다 파격적으로 제시 하면 왠 만한 엔지니어들은 흔들리게 되어 있다. 여기에다 일시금으로 주는 계약금까지 지불 하는 경우도 있다. 그 금액은 사람에 따라 천차 만별이다. 연봉에 해당 하는 금액이 있는가 하면 그에 훨씬 못 미치는 경우도 있고 차를 제공한다 든지 아파트전세자금을 대출 하는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 한다. 목적은 상대방에서 개발한 기술을 빼 돌리는 것이다. 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하여 연간 10억이 소요 되었다면 모든 소스를 가지고 있는 햇심 소프트엔지니어 한명을 빼돌려 이에 대하여 1억을 지급했다면 남는 장사로 보는 것이다.

 

 

 

 

 

 

 

거액을 지불하고 데려온 엔지니어가

 

이렇게 거액을 들여와 데려온 엔지니어에 대한 기대는 무척 크다. 엔지니어도 처음에는 열심히 밤을 세워 가며 잘 한다. 그러나 날이 지남에 따라 곧바로 시들 해 진다. 받을 것 다 받고 대우도 좋은데 더 이상 할 의욕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적당히 하고 적당히 끝내는 것이다. 어떤 경우는 소문을 듣고 데려 왔는데 하는 일이 영 시원치 않은 경우가 있다. 사람을 잘 못 데려 온 것이다. 마치 초고교급 야구선수를 거액을 주고 데려 왔는데 실전에 투입해보니 실력이 형편 없더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거액을 먼저 주고 데려온 엔지니어는 열심히 하지 않는다. 계약기간만 채우면 그만이다. 한번 돈 맛을 본 엔지니어는 이제 옆으로도 눈을 돌린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다. 낮에는 회사에서 적당히 일하고 밤에는 따로 받아 놓은 일을 하는 것이다. 평생 한번 만져 보기도 힘든 거액을 손에 쥔 엔지니어는 이제 사업가로 변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엔지니어와 접촉한 다급한 회사들은 거의 대부분이 제대로 굴러 가지 않는다. 돈을 싸 짊어 지고 한방을 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돈을 미리 받은 엔지니어도 성의껏 해 주지 않는다. 나중에는 돈을 준 쪽에서 사정 하고 애원해야 해줄 둥 말둥 할 정도로 된다.

 

코스닥에 진입한 회사의 경우

 

코스닥에 진입한 회사들은 보통 성공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성공요인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키맨(Key man)'관리에 있다. 창립한지 4년만에 코스닥에 올라간 회사를 알고 있다. 사장도 엔지니어 출신인데 그는 출근 하면 항상 바로 가는 곳이 있다. 바로 키맨이 있는 연구소이다. 이 곳에서 핵심엔지니어와 커피도 하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그리고 이들에게 주식을 배분해 주고 있다. 거액을 주고 데려온 엔지니어는 한명도 없다. 과거에서 부터 서로 잘 아는 사이이다. 그래서 경조사는 반드시 함께 한다. 모두가 주주 이므로 회사가 성장 하면 함께 성장 하는 것이다. 일년에 쉬는 날이 손 꼽을 정도로 일을 한 결과 매출은 급신장 하고 원하던 코스닥에 가게 되었다. 지금은 모두다 백만장자의 대열에 들어선 그들이다.

 

한 꺼번에 다 주지 마라

 

일을 시키기 위해서 한꺼번에 다 주는 행위는 아마추어에 지나지 않는다다 주고 나면 더 이상의 서비스는 기대 하기 힘들다. 받기 전과 받고 난 후의 마음 가짐이 다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월급을 후불 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주문할 때도 나중에 주어야 대우 받는다. 일감을 주어도 일이 다 끝나고 주는 것이 원칙이다. 일에 대한 댓가를 나중에 줌으로써 분발 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일을 하기도 전에 댓가를 먼저 지불 한다면 열심히 하지 않음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이다. 수주를 받았어도 먼저 돈을 다 받은 경우 의욕이 크게 나지 않는다. 더구나 오래 전에 받아서 다 써 버린 경우라면 일 하는 것 자체가 노역으로 여겨 진다. 하지 않으면 빛쟁이가 된 느낌이다.

 

엔지니어에게 거액을 먼저 주고 제품을 개발 하려는 생각은 실패로 끝나기 쉽다. 분발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불어 넣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주식을 배분해 주고 주주로서 대우 해주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쉽게 빠져 나가지 못하고 스카우트 유혹도 뿌리칠 수 있다. 제대로 키맨 관리가 되는 경우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돈으로 데려 오고 돈으로 해결 하는 경우 그 키맨이 나감에 따라 회사도 휘청 거리게 되어 있다. 회사가 망하는 것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도 타락의 길을 걷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흔히 아쉬울 것이 없다는 엔지니어의 도덕적 해이를 IT업계에서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200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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