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정신적인 '알약' 법구경과 숫타니파타

담마다사 이병욱 2008. 9. 19. 10:13

 

 

 

정신적인 '알약' 법구경과 숫타니파타

 

 

 

 

 

 

팽팽하게 펼쳐진 나팔꽃

 

하늘은 맑고 햇볕은 아직도 강렬한 가을이다. 덟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황금의 계절이 돌아 온 것이다. 봄과 더불어 가장 살기 좋은 계절 또한 가을이다. 봄이 날씨는 따스하지만 날씨 변화가 무상 하여 종 잡을 수 없는 반면에 가을 날씨는 비교적 날씨변화가 덜하다.

 

아침 햇살에 보는 나팔꽃은 기분전환을 시키기에 충분하다. 하천길가에 피어 있는 나팔꽃 종류도 다양하다. 분홍색이 있는가 하면 새빨간 꽃도 있고 초록색꽃도 있다. 동그란 꽃은 아침에 특히 활짝 핀다. 시들한 꽃은 볼 수 없고 꽃잎은 팽팽하게 펼쳐져 있다. 마치 낙하산을 보는 것과 같이 마음껏 부풀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사물이 선명하게 보일 때

 

맑은 날씨는 오래 지속 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탁해지고 구름이 끼게 된다. 구름이 많아 지면 비가 내리게 되고 맑은 날과는 전혀 다른 날씨를 보게 된다. 이렇게 흐렸다 개었다를 반복 하는 것이 날씨이다. 항상 맑은 날씨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흐린 날씨만 있는 것도 아니다. 날씨는 언제나 변하는 것이 본질인 것이다.

 

날씨의 변화만큼이나 사람의 마음도 변화무쌍하다. 어떤 날은 컨디션이 매우 좋아서 모든 사물이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다. 평소에는 지나쳤을 법한 나무도 이때 만큼은 더욱 더 초록으로 보이고 더 가까이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몸상태가 날아 갈듯이 좋을 때는 보는 사람 모두가 다정 하게 느껴 진다. 몸상태가 좋으면 살맛을 느끼는 것이다.

 

총천연색의 '컬러풀'한 꿈을 꾸는 경우

 

몸상태가 항상 좋을리 없다. 날씨가 맑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구름이 끼고 흐려지듯이 몸상태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그 좋은 상태가 유지 되기 어려워 진다. 각종 스트레스와 노동, 무절제한 생활로 인하여 몸의 피로는 축적 되게 된다. 몸의 상태가 좋지 않게 되면 정신상태 또한 영향을 받든다. 아픈사람들이 신경질적으로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몸의 상태는 꿈에도 영향을 준다. 매일 꾸는 꿈을 보면 아름다운 꿈도 있지만 생각하기도 끔찍한 꿈도 있다. 몸상태가 좋고 정신마저 고양 되어 있다면 꾸는 꿈도 아름답고 총천연색의 '컬러풀'한 꿈을 꾸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반면에 몸의 상태가 엉망인 상태에서 자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꾸는 꿈은 그 몸과 정신상태를 그대로 반영하여 꿈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런 끔찍한 꿈을 꾸고 나면 이제까지의 생활을 되돌아 보게 된다. 그 동안 너무 무절제 하게 생활해 오지 않았는지 또는 너무 충동적으로 행동 하지 않았는지 하는 것들이다.

 

항상성을 유지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 이대로의 마음을 변치 않고 죽 이어 나가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나 홀로 사는 세상이라면 이대로의 마음으로 죽 이어 갈 수 있겠지만 세상생활은 나홀로의 마음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지 영향을 받고 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때로는 분노 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나의 마음도 거기에 휘둘렸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항상성을 유지 하려면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유지 하는 습관이다. 그런 습관을 수행이라고 바꾸어도 괜찮을 것 같다.

 

정신적인 '알약' 법구경과 숫타니파타

 

밥맛이 없을 때 제대로 먹은 한끼는 식욕을 회복 시켜 준다. 술마시고 난 다음에 제대로 해장을 하게 되면 금방 원래상태의 컨디션을 유지 시켜 준다. 감기에 걸렸을 때 먹는 알약 하나는 금방 개운해 짐을 느낄 때가 있다. 약이 몸속에 들어가 서서히 펴지면서 그 약기운으로 인하여 몸의 상태가 바뀌는 것이다. 정신이 혼란하고 산만 할 때 한구절의 경전의 가르침을 읽으면 발상의 전환을 이룰 수 있다. 일종의 정신적인 알약인 것이다. 그런 정신적인 알약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경전이 법구경과 숫타니파타가 아닐까.

 

흔히 보는 대승경전은 매우 어렵고 난해 할 뿐만 아니라 그 뜻을 잘 모르기 때문에 지루하기 까지 하다. 또한 그 스케일 자체가 우주적이고 시간도 영겁을 다루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그에 비하여 법구경과 숫타니파타는 매우 쉽고 이해 하기 쉽게 풀어 놓았다. 한문투는 보이지 않고 우리말로 해석된 것 또한 특징이다. 읽다 보면 마치 한편의 서정시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생활속에서 일어나는 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더 마음에 다가 오는지도 모른다. 천수경이 대승불교권에서 생활경전이라면 법구경과 숫타니파타는 남방불교에서의 생활경전이다. 불자라면 누구나 매일 읽고 암송 한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천수경과 같은 위치 임에 틀림 없다. 이런 경전을 읽어 보면 가슴에 담고 싶은 구절이 있기 마련이다. 모두 다 주옥 같은 내용이지만 그 날의 심리 상태에 따라 딱 맞는 내용을 발견 하는 것도 이들 경전의 특징이다.

 

 

 

 

360. 눈을 절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귀를 절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코를 절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혀를 절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361. 몸을 절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말을 절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생각을 절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모든 것을 절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잘 절제하게 되면

그는 이 모든 고뇌에서 벗어난다.

 

 

362. 손이 잘 절제되어 있는 사람,

발이 잘 절제되어 있는 사람,

말이 잘 절제 되어 있는 사람

그리하여

자기 자신이 잘 절제되어 있는 사람,

그는 내적인 평온에 이르렀나니

외로이 혼자가 되어

바람같이 물같이 살아가고 있는 그를

진정한 수행자라 부른다.(법구경)

 

 

 

 

대승경전에서 비구 비구니 선남자 선여인 우바새 우바이 라는 말을 많이 쓰는 대신에 법구경과 숫타니파타에서는 수행자라는 말을 즐겨 쓰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수행자는 출가한 비구니 비구니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불법을 따르는 모든 사람도 해당 될 것이다.

 

수행이란

 

날씨의 변화무쌍하다. 그러나 대기 밖에서 보는 하늘은 그 깊이를 헤아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항상함을 알 수 있다. 물론 억겁의 시간이 흐른다면 이 또한 항상 하지 않겠지만 지금으로 보아 서는 항상 하게 보이는 것이다. 날씨만큼이나 사람의 몸과 마음도 변화무쌍 하다. 오늘 컨디션이 좋다고 내일도 좋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오늘 좋은 꿈 꾸었다고 내일도 또 좋은 꿈 꾸리라는 보장이 없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이 마음이 계속 유지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일이 잘 풀리면 기분이 고양된다. 그런 마음도 이내 교만하게 되기도 하고 권태를 느끼게 되고 또 다른 재미를 찾게 된다. 잠시도 가만 있지 않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마음을 잘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수행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마음을 다스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습관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습관을 하는 과정이 바로 수행이 아닐까.

 

 

 

 

 

 

2008-09-19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