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삼막사에 바라본 서해안 낙조와 송도신도시

담마다사 이병욱 2008. 10. 27. 09:14

 

 

삼막사에 바라본 서해 낙조와 송도신도시

 

 

어둠이 내릴 무렵에 하늘은 잔뜩 찌뿌등 하고 간간히 비까지 뿌린다. 이날 따라 바람은 세차게 불어서 낙엽은 거리를 뒹굴고 춥기까지 하다. 깊어 가는 가을에 본격적인 추위와 조락의 계절을 알리듯이 하늘과 거리의 모습은 "삭막하다"라는 단어가 딱 어울린다. 만물이 생동 하는 화창한 봄날이 언제 이었던가 싶도록 무상을 느끼게 해주는 날씨라 볼 수 있다. 마치 지구의 종말이라도 보는 듯한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기분까지 덩달아 우수에 젖게 만든다.

 

비가 온 다음날의 날씨는 어제와 완전히 대조적이다. 하늘은 맑고 하얀 구름이 떠 있는가 하면 대기는 깨끗하게 정화 되어 있어서 살맛 나는 날씨를 보여 준다. 어제와 같이 지구의 종말을 보는 듯한 날씨와 비교 하면 축복 받은 날씨라 볼 수 있다. 이렇게 날씨는 변화 무상 하다. 오늘 맑은 날씨라도 계속 되지 않는다. 점차 탁해지면서 구름이 끼고 비가 오고 또 개이고 하는 것이 날씨이다. 인생이 무상 하다 해도 날씨와 같이 극적인 변화를 보여 주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런 날씨도 대기권만 벗어나면 항상 푸른 것을 알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 보면 알 수 있다. 끝도 없이 푸름의 깊이는 알 수 없을 정도로 깊고도 깊다. 어둠이 깔리면 그 어둠 또한 깊고 깊어서 끝을 알 수 없다. 이를 두고 한자로 표현 한다면 검을 '()'이 될 것이다. 단지 검다는 것이 아니라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음이다. 우주를 가장 잘 표현 단어라 여겨 진다.

 

관악산 삼막사 가는 길은 단풍이 점점 들어 가고 있다. 맑게 개인 날씨에 울긋불긋 든 단풍은 설악산의 그것 보다는 못할지라도 눈길을 끌만 했다. 오랜 가뭄으로 계곡은 완전히 말라 버려서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다. 그래도 어제 내린 비의 영향일까 초목에는 생기가 있어 보인다.

 

 

 

삼막사 등산로에서 본 단풍. 아직 완전하게 물들지 않았으나 울긋불긋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등산객들이 등산을 마치고 우르르 몰려 나온다. 오후라 그런지 올라 가는 사람보다 내려 오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다들 기분 좋은 날씨에 다리가 뻐근 하도록 운동을 했다는 만족감이 엿 보인다. 삼막사 올라가는 길은 크게 두갈래이다. 차량이 올라 갈 수 있는 길이 있고 계곡의 등산로가 있다. 등산로를 이용 하면 힘들기는 하지만 올라가는 시간을 단축 할 수 있다. 반면에 찻길은 구불구불하여 시간은 걸리지만 힘은 들지 않는다. 여유가 있고 유유자적 하게 단풍을 감상 하면서 그리고 생각을 정리 하면서 올라 간다면 찻길이 좋다. 그래서 그럴까 어린이들과 함께 오는 가족단위 등산객들이나 고령자층이 많이 애용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천년고찰 삼막사의 은행나무에도 단풍이 들고 잎사귀가 떨어져서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드디어 삼막사에 올라 왔다. 등산객들의 약속장소이자 새로운 출발장소인 삼막사는 경치가 매우 좋다. 특히 앞이 탁트인 광경은 거칠 것이 없다. 멀리 서해바다가 보일 정도이다. 해가 바다 바로 위에 떠 있어서일까 바닷물이 반사 되어 반짝인다. 그리고 옆으로는 아스라이 송도신도시가 보이고 송도를 상징하는 몇개의 마천루가 마치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 처럼 생긴 구조물이 실루엣처럼 보인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라 볼 수 있을까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 추가 된 것이다.

 

 

 

 

삼막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해. 일조가 장관이다. 멀리 송도신도시의 거대한 구조물이 보인다.

 

 

 

삼막사는 천년 고찰이다. 천년동안 전등 되면서 이 곳 전망대에서 날씨 좋은 날 서해바다를 바라 본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바라보고 있을 사람이 있을 것이다. 청량한 가을 어느 한때의 광경은 시간과 함께 과거로 흘러가고 또 다른 태양이 떠오르면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할 것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언제가 가능성으로 남겨 두고 흘러간 과거를 봄으로써 존재하고 있음을 느낀 다고 할까.

 

 

 

 

 

 

 

200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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