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검객 미네르바, 일단 칼을 빼었으면

담마다사 이병욱 2008. 11. 15. 16:44

 

검객 미네르바, 일단 칼을 빼었으면

 

 

"검을 뽑았으면 반드시 상대를 단칼에 베어 눕혀야 한다" 사츠마 '지겐류(示現流)'검법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지겐류를 알게 된 것은 '아츠히메'를 보고 나서이다. 아츠히메는 NHK에서 방송 하고 있는 1년 짜리 대하 시대극이다. 금년 초 부터 시작 했으니 이제 종영이 얼마 남지 않았다. 처음 보는 일본 드라마이지만 줄거리나 내용구성이 탄탄해서 재미 있게 보고 있다. 거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사츠마번 사람들이 중심이다. 사츠마번은 일본 최남단 변방에 위치해 있다. 지금의 가고시마시를 중심으로한 큐우슈의 남쪽지방이다. 이런 변방에서 어떻게 막강한 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릴 힘이 나왔을까. 변방에 위치해 있어서 막부의 통제를 벗어나 있었고 인재들이 많은 영향도 있겠지만 무엇 보다 그들의 검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지겐류라고 불리우는 독특한 검법이다.

 

지겐류(示現流)란 무엇인가

 

지겐류는 사츠마번의 고유검법으로서 에도막부 당시 일본의 최강 실전 검법이었다. 두번째 공격 따위는 생각도 안하고 일격필살로 상대를 죽이는 명실상부한 '살인검'이었던 것이다. 이런 지겐류가 유명해진 것은 에도 막부 말기이다. 사츠마번이 에도 막부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일본을 만들기 위해서 대열의 선봉에 서자 이를 막기 위하여 신선조와 같은 무리들과 수많은 싸움을 해야 했다. 그런데 단지 정면에서 내려배기 한 기술만으로 일격필살하여 상대를 죽이는 지겐류에 얼마나 혼이 났는지 신선조의 책임자는 말하기를 "지겐류의 첫 일격은 일단 피하고 보라"라고 지시했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그 가공할 첫 일격을 맞았을 때 어떤 상태였을까. 지겐류의 일격에 맞으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고 한다.

 

첫째, 머리부터 배꼽아래까지 두동강이 났을 경우
둘째, 머리에 검의 쇠테가 박혔을 경우(검을 두동강이 내면서 쇠테가 머리에 박힌다)

 

한번 검을 내려 치면 머리 부터 배꼽아래까지 두동강이 남과 동시에 검도 또한 두동강이 나면서 머리에 쇠테가 박힐 정도로 가공할 검법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검 하나 가지고는 부족하다. 그래서 예비로 하나 더 있어야 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드라마에 나오는 무사들은 반드시 검을 두개 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배앞에 검 두자루를 X자 형식으로 차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지겐류를 수련하기 위해서는 매일 만 번씩 통나무치기 연습을 한다고 한다. 지겐류 달인이 통나무를 치면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며 나무에서 연기가 올라 온다고 한다. 이렇게 연습한 무사가 일격필살로 덤벼들었을 때 피하기는 고사하고 설령 막더라도 칼이고 몸이고 모두 두동강이 나 버린다. 이런 막강한 전투력 덕분에 변방의 자그마한 번에 지나지 않았던 사츠마가 일본 전토를 지배 하고 있었던 도쿠가와 막부를 붕괴 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 이 되었던 것이다.

 

 

 

사진 http://thumbnail.image.rakuten.co.jp/

 

 

두개의 세상에 살기

 

현대인은 두개의 세상을 살고 있다.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이다. 네트워크가 가정마다 직장마다 현장마다 깔리면서 누구나 가상공간에 자신의 집을 짖고 자신의 아이디를 가지고 또 하나의 삶을 살아 가고 있다. 어떤 사람은 가상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현실공간에 머무는 시간 보다 더 많은 경우도 있다. 가면 갈수록 이런 현상은 심화 될 것이다. 오로지 문자로만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밖에 없지만 그 글을 읽어 보면 어느 정도 성격이나 인격도 알아 차릴 수 있다. 현실공간의 성격이나 인격이 그대로 가상공간에도 투사 되기 때문이다.

 

가상공간이라는 사이버세상도 현실세계와 똑 같다고 볼 수 있다. 친구가 있고 모임이 있고 상호간에 교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이버 세상에서도 수 많은 사람이 활약하고 있다. 실명 보다는 주로 필명을 사용하고 얼굴은 알리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이름이 무엇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다. 단지 그가 쓴 글을 보고서 판단 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숨기려고 하지만 자신이 표현한 글에서 일부나마 자신을 드러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입닥치고 살겠다는데

 

사이버세상에도 스타가 없을 수 없다. 특히 현실세계에서 잘 못 된 것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놓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을 '사이버논객'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런 논객들을 현실세계에서 기득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좋아 할 리 없을 것이다. 자신들을 조롱하고 비하하고 모욕을 준다고 생각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세계에서나 통용됨직한 법의 잣대를 가상공간에도 적용시키고져 한다. 자신들의 비방과 비난, 조롱, 모욕을 참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법을 만들어 사이버세계에도 적용하여 입을 틀어 막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그런 협박이 먹혀든 것일까 사이버논객 '미네르바'가 입닥치고 살겠다고 한다. 이미 인터넷상에서 유명해진 타칭 '인터넷경제대통령'이라 불리우는 사이버 논객 미네르바가 한발 뒤로 물러 난 것이다. 국가가 "입닥치고 살라"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네르바에 대하여 아는 것은 없다. 단지 그가 쓴 글을 통해서 그의 생각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사이버공간에서 굳이 이름이나 얼굴을 알릴 의무는 없다. 현실세계와는 다른 공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글로써 교류만 될 뿐이다. 설령 이름을 알고 얼굴을 안다고 해도 직접 대면 하지 않는 다면 큰 의미는 없다. 옛날에 지은 책을 읽었을 때 작자의 얼굴을 모르고 읽는 것과 같다. 작자가 주장 하는 생각과 사상이 중요한 것이지 얼굴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이버세상에서 아이디 하나면 족하다. 그리고 그가 쓴 글의 내용이 중요하다. 어떤 메세지를 전달 하고 싶어 하는 가가 중요하지 어떻게 생겼느냐가 중요 하지 않다는 말이다.

 

한번 검을 빼었으면

 

사이버논객은 일종의 검객과 같다. 특히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할 때 그 매서움은 매우 날카롭기 그지 없다. 특히 당사자들에게는 시퍼런 칼로 얻어 맞는 기분일 것이다. 그런 여파가 얼마나 컷는지 공권력으로 입을 틀어 막겠다고 한다. 더 이상 놓아 주어서는 자신들이 위태할 지경이라는 것을 말 하는 것과 같다. 그 일격이 지겐류에 버금 가는 매우 강력한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로 관점이 다르면 토론하면 된다. 설령 논객이 잘못 알고 있었다면 토론을 통해서 잘못을 알려 주면 되고 논객의 말이 옳다며 정책에 반영 해도 될 것이다. 겁주고 협박하고 단속한다면 논객의 말이 일정 부분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되면 논객만 점점 더 신비스러운 인물로 남아 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검은 원래 빼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을 빼었으면 상대를 단칼에 배어 눕힌다는 생각으로 혼신을 다해 쳐야 한다. 두번째 공격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 한번의 공격이 아니면 죽음일 뿐이다. 이것이 막강한 에도막부를 무너뜨린 사츠마번사들의 지겐류검법의 규율이다. 사이버공간의 최대 인기 논객 미네르바는 쾌도난마식 검객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읽고 환호해 왔다.  그런데 입닥치고 가만 있으라고 해서 빼었던 검을 거두어 들이려고 하고 있다. 한번 검을 빼었으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닌가.

 

 

 

200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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