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국회의원은 장기판의 졸인가

담마다사 이병욱 2008. 12. 29. 11:44

 

국회의원은 장기판의 졸인가

 

 

"5개 빼서 저기다 갖다 부치고 10개는 우리쪽으로 줘!"라고 장교는 말한다. 상황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마치 물건을 주고 받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훈련소에서 실제로 들은 내용이다. 병사를 마치 물건 다루듯이 5, 10개로 말하는 것이다. 졸지에 하나의 인격체가 물건처럼 전락하는 전형적인 예이다.

 

장기판의 졸()

 

장기판을 보면 장기알이 있는데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후방 깊숙한 곳에 왕이 있고 왕을 호위 하는 '' 라든가 강력한 화력을 가진 '',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는 '', 나름대로 행동반경을 가진 ''''등 저마다 맡은 역할이 있다. 그런데 이런 장기알 중에 '()'이 있다. 최전방에 서서 공격을 담당 한다. 때로는 전략상 희생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큰 특징은 오로지 앞으로 또는 옆으로 밖에 가지 못한다. 절대로 뒤로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전투장면을 보면 여러가지 형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로 드 넓은 평원에서 양 진영이 서로 맞붙는 경우이다. 이때는 조금이라도 병사나 기병이 많은 쪽이 매우 유리 하다. 둘째는 하나의 성을 두고 수성과 공성 하는 장면이다. 이 경우 통상적으로 공성하는 측이 수성 하는 측 보다 3배 이상의 전력을 가져야 공격이 가능 하다고 한다. 평원에서 전투이든, 공성전투이든 어느 경우에서나 병사들은 공격개시 명령이 떨어지면 죽을지 살지 모르고 돌진 하는 것이다. 이때 뒤에서 작전을 펴는 장수들은 병사를 하나의 존엄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 단지 작전을 펴기 위한 물건으로 보는 것이다. 장기판으로 말하면 졸로 보는 것이다.

 

움직이는 입법기관인가, 졸인가

 

반드시 총을 쏘고 대포를 쏘아야만 전쟁이라 볼 수 있을까. 총과 대포를 사용하지 않고도 매일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전쟁이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고 있다. 단지 총과 대포만 들지 않았을 뿐이지 전쟁을 하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서로 국민을 위한다는 대리전이다. 야당은 국회의장석을 점거 하고 '결사항전' 태세이다. 숫적으로 우세한 야당은 호시탐탐 탈환기회를 엿보고 있다. 수성과 공성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무기는 없고 육탄전만 남았다. 육탄전이기 때문에 숫적으로 3배에 달하는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고지 탈환은 가능하다. 여기에 동원된 여당 국회의원들은 지역을 대표 하는 움직이는 입법기관이라기 보다 장기판에서 보는 졸이나 병과 같다. 공격개시 명령이 떨어지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앞으로만 돌진 할 것이다. 옆으로 빙빙 돌 수 있어도 졸의 특성상 뒤로 갈 수 없다. 졸지에 장기판 졸병의 신세로 전락한 국회의원들을 보는 눈은 저 멀리서 모니터로 지켜 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누가 수혜자인가

 

그렇다면 그들은 왜 국회의원을 졸로 여기며 법안통과에 집착 할까. 그 것은 바로 그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다면 그렇게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커다란 배후세력이 필연적으로 있을 수 밖에 없다. MB혼자 결정하고 밀어 붙일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MB를 조정 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 세력 중의 하나가 소위 조중동으로 불리우는 보수신문들이다. 이들의 논조를 보면 마치 오랬동안 기다리고 별러 왔던 것처럼 사활을 걸고 있다. 아마 법이 통과 된다면 이들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다. 앞으로 보수를 대변하는 논조 그대로  방송에서도 똑같이 들을 것이고, 화면에서는 연일 국민을 마취 시키는 쇼와 스크린과 스포츠와 같은 3S전성시대가 다시 도래 할 것이다.

 

다음으로 혜택을 보게 될 단체는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정치인과 보수단체가 가장 큰 혜택을 입을 것이다. 특히 사이버모욕죄가 적용 된다면 앞으로 포털뉴스에서 볼 수 있는 댓글의 비판강도가 약화 될 것은 불을 보듯 명약관화하다. 실명제로 글을 올리기 때문에 지금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신랄한 비판이나 조롱, 비난, 비아냥, 원색적인 표현이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간과 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종교에 관한 것이다.

 

국회의원이 졸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MB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다. 틈만 나면 기도 하는가 하면 그를 위해 뉴라이트전국연연합회장인 목사가 1주일 한번 청와대에 들어가서 기도 한다고 한다. 미국대통령을 만나도 기도 이야기를 하고 가락시장 할매를 만났을 때도 기도 해 주겠다고 하였다. 신앙인으로서의 그의 기도는 일상을 거의 지배 하는 듯이 보여 진다. 그런 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뽑아 준 단체도 기독교인이다. 그런데 인터넷 시대에 들어 와서 기독교는 가장 많이 욕을 먹고 있다. '안티기독교'가 극성을 부리는 이유도 그만치 기독교의 영향력이 막강 하다는 증거 일 것이다. 네티즌의 기독교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거의 증오에 가까울 정도이다. 각종 포털이나 사이트에서 원색적인 비난과 조롱, 비아냥을 보면 정치인에 대한 비판 못지 않게 많음을 알 수 있다. 사이버모욕죄법이 통과 된다면 가장 큰 수혜자는 아마도 기독교와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기독교인으로서 MB가 이번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그의 배후에는 보수신문 뿐만 아니라 보수우익단체, 우리사회의 기득권층이 포진 하고 있다. 이들 보수우익단체의 사상적인 기반은 기독교이다. 그런 기독교가 사이버상에서 모욕을 당하고 있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더구나 장로출신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번이 두번 다시 오지 못할 호기로 본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이 사이버상에서 모욕당하는 것을 막는 동시에 기독교인이 욕먹지 않게 하는 법이 '사이버모욕죄법'이다. 이 법안이 통과 된다면 '꿩먹고 알먹고', '누이좋고 매부 좋은 격'이 될 것이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라도, 국회의원이 졸이 되는 한 이 있더라도 고지를 탈환하려 할 것이다. 그 것도 안되면 경위를 동원해서라도 결사항전 중인 야당국회의원을 끌어 내려 할 것이다.

 

이번 공방전의 최대 전리품은

 

어떤 식으로든지 충돌은 불가피 하다. 졸이 된 여당국회의원들이 야당 국회의원을 끌어 내는 모습을 보거나 국회경위들이 울부짖는 야당의원들을 하나 둘씩 끌어 내는 모습을 TV로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법안을 단 몇 분만에 통과 시킬 것이다. 그 후에 인터넷에서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과 조롱, 비아냥, 원색적인 표현은 상당히 약화 될 것이다. 이 와중에 기독교는 어부지리를 챙길 것이고 최대의 수혜자가 될 것이다.

 

MB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그를 지지한 2%에게 준 연말 보너스가 양도세에 대한 환급금이었다. 세금폭탄을 환급금폭탄으로 투여 함으로써 보은 한 것이다. 그 다음 선물이 자신과 뜻을 같이한 보수신문과 재벌에게 나누어 주게 될 지상파방송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무어니 무어니 해도 가장 큰 선물은 어떤 경우에도 끝까지 자신을 믿고 따라준 한국교회와 크리스천에 대한 선물이 없을 리 없다. 사이버모욕죄법을 통과 시켜 개신교에 대한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선물이야말로 이번 공방전의 최대 전리품이 될 것이다.

 

 

2008-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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