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독선적인 진리와 무유정법(無有定法)

담마다사 이병욱 2009. 1. 21. 14:15

 

독선적인 진리와 무유정법(無有定法)

 

 

원칙주의자가 있다. 항상 주어진 룰과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조금도 '유들이'가 없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어떤 이는 이런 사람들을 보고 꽉 막힌 고집불통이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주관이 뚜렷한 모범적인 사람 이라고 도 한다.

 

'유들이'가 있는 사람

 

원칙주의자들은 대체로 주관이 강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옳다고 생각 하면 누가 무어라 해도 밀고 나간다. 설령 주변에서 충고 하고 조언을 할지라도 좀처럼 고집을 꺽을 수 없다. 이런 사람들에게 업무를 맡겨 놓으면 빈틈없이 자신의 책임을 다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회사에서라면 관리과나 경리과 또는 자재과, 생산과와 같이 월말결산 하는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서류에 의하여 처리 하고 근거가 없으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원칙주의자들이 관리부서에 적합한 인물이라면 타협주의자는 영업부서에 적합하다. 서류가 아닌 사람을 상대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얼굴 생긴 모습이 서로 다르듯이 개성 또한 다양 하다. 이성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감성적인 사람도 있고, 직관적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감성적인 사람이 있다. 타고난 성격이 제 각각 이기 때문에 이들 사람을 상대 하는 직업은 그 때 그 때 시의 적절하게 대응 해야 한다. 그래서 영업하는 사람들을 보면 매우 '유들이'가 있고 그 때 그 때 상황변화에 능동적이다. 가격결정을 할 때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정가는 없다. 서로 밀고 당기고 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결정 된다. 그러나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철저 하게 이익을 먼저 생각 한다. 이익이 나는 범위 내에서는 자유롭게 가격이 결정 되는 것이다.

 

엔지니어 오래 하다 보면

 

관리부서에는 원칙주의자가 적합하고, 영업부서에는 타협주의자가 유리하다. 그렇다고 회사가 관리와 영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개발 부서도 있다. 대체로 창의적인 일을 하는 부서이다. 월말결산을 해야 하는 부담도 없고 그그렇다고 사람을 만나서 해결 해야 될 일이 주가 아니다. 주로 기계 앞에 앉아서 일을 한다. 그러다 보니 매우 정직하다. 하나 더하기 하나는 항상 둘이다. 영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둘이 될 수도 있고 셋이 될 수도 있지만 연구개발 부서는 결코 이런 결과를 허용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연구개발 오래 하다 보면 느는 것은 고집밖에 없다고도 말한다. 사람을 상대 하지 않고 하루 종일 기계만 상대 하다 보니 매우 단순해지고 인간 관계 또한 매우 협소해지기 때문이다. 주로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 하기 때문에 꽉막힌 사람처럼 보인다. 주어진 업무에서는 일인자일지 모르지만 이런 사람들이 사회에 나오게 되면 생존경쟁력은 그리 높지 않다.

 

공무원 오래 하다 보면

 

회사의 범위를 넓혀서 국가적으로 보았을 때 원칙주의자들이 가장 많은 곳이 공무원사회이다. 일종의 거대한 소비집단인 공무원사회의 범위는 매우 넓다. 일반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동사무소나 구청, 시청 또는 각 자치 단체에서 보는 공무원이다. 신분이 보장 되고 안정된 생활을 하는 그들은 원칙주의자가 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 한번 결정 된 사항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 설령 그 것이 잘 못 되었을 지라도 상명하복의 구조하에서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정된 평생직장을 잃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무원사회를 영혼이 없는 집단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 보다 더 엄격한 원칙을 요구 하는 곳이 있다. 군대와 경찰과 같은 특수 집단이다. 이런 집단에서 개인의 재량권은 극히 한정 되어 있다. 잘 못된 결정일지라도 따를 수 밖에 없다. 공무원생활 역시 오래 하다 보면 세상 돌아 가는 물정을 잘 몰라 사기 당하는 이유가 바로 기계의 부속품과 같은 생활을 너무 오래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진리는 하나 뿐이라고

 

원칙주의자들이 가장 활개를 치는 곳이 종교집단이다. 특히 유일신을 믿는 집단이다. 진리는 오직 하나뿐이라고 외치는 집단이다. 진리가 오직 하나 뿐이라면 나머지는 모두 거짓이 되고 만다. 이런 독선적인 교리로 무장한 집단에서는 항상 분란이 끊이지 않는다. 더구나 유일신끼리 대결을 펼치는 곳에서는 분란을 넘어 서로 상대방이 고꾸라질 때까지 피터지게 싸운다. 한 쪽이 사라져야만 문제가 해결 되는 식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전쟁이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이런 독선적인 교리로 무장한 집단이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될까. 진리는 오직 하나 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반대 하거나 비판 하는 집단을 용납 하지 않는다. 법과 질서와 원칙만 강조 할 뿐이다. 독선적인 진리에 대하여 저항 하는 집단이 사라지기 전까지 이런 분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신화를 창조한 사람을 보면

 

사람들 생긴 모습이 다 다르듯이 생각 또한 다 다르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느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는 옳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집단을 형성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반드시 이해관계가 없지 않을 수 없다. 이해를 조정 하고 타협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인이다. 지역을 대표 하거나 직능을 대표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정치집단이다. 이런 곳에서 훈련 받은 사람들은 유능한 영업사원과 같다. 유능한 영업사원은 생산부서와 연구부서 또는 관리부서의 담당자와 매우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밖에 나가 장사만 잘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문제를 해결 해 나가는 사람이 영업도 잘 하게 되어 있다. 이런 조정과 타협으로 잘 훈련된 사람이 나와서 독립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소위 신화창조를 한 사람들이 유능한 영업출신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맨발로 뛰어서 자수성가한 케이스이다. 그러나 한번도 자신의 손으로 월급을 주어 본 적이 없는 월급쟁이 CEO가 있다. 비록 대기업에서 자신의 노력과 능력으로 높은 지위에 올라 갔을 지라도 월급쟁이 인 것만은 분명하다. 자신의 힘으로 회사를 키웠다고 생각 할 지 모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주변의 시스템에 의하여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월급쟁이 CEO출신 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CEO라고 볼 수 없다. 그런 짝퉁 CEO가 국가의 원수가 되었을 때 비극은 시작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다 진리는 하나라는 생각으로 무장하고 그를 부추기는 세력에 의하여 조정 받게 되었을 때 용산철거민과 같은 참사는 예견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별히 정해진 법이 있을까

 

정치는 정치인이 해야 한다. 정치인은 조정과 타협의 명수이다. 한번도 조정과 타협의 훈련이 되지 않은 어설픈 아마추어가 정권을 잡았을 때 원칙주의로 밖에 갈 수 없다. 그 밑에 영혼이 없는 공무원들은 잘리면 갈 곳도 없을 뿐더러 사회경쟁력도 없기 때문에 연금이나 바라면서 일하는 시늉이라고 내고 살아야 할 운명이다. 이들을 부리는 사람들의 의식수준 또한 사회 평균 보다 더 낮은 수준이라면 어떻게 될까.

 

사회에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 서로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서 하루도 분쟁이 없는 날이 없다. 그렇다고 분쟁을 해결 하기 위하여 법과 질서와 원칙만을 강요 할 수 없다. 때에 따라서 타협도 조정도 하는 것이다. 마치 유능한 영업사원이 자신의 목표달성을 위하여 이 부서 저 부서 돌아 다니면서 사람을 사귀어 놓는다든가 고객의 가격네고도 들어 주는 것처럼 말이다. 사회의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 하는 데 있어서 특별한 법은 없다.

 

금강경은 불자들이 가장 애송 하는 경전중의 하나이다. 주옥 같은 게송과 내용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 '무유정법(無有定法)'이라는 말이 있다. "진리란 특별히 정해진 바가 없다" 라는 말이다. 이것이 진리다라고 이름하면 그것이 진정한 진리가 아니라 그 것을 이름한 그 진리의 틀속에 올가미를 씌우는 것으로서 진실한 진리가 아니다라는 말이다. 그 때 그 때 그 상황과 그 사람의 근기에 맞추어서 법을 설해 주면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유일신교와 가장 차이 나는 부분 중의 하나이다. 오로지 진리는 하나이며 나머지는 모두 거짓이라고 여기고 있는 한 법과 질서만 찾는 원칙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사상 최악의 정권을 맞아

 

한번도 제힘으로 회사를 일으켜서 월급한번 주어 본 적이 없는 짝퉁CEO, 거기에다 조정과 타협의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진리는 오직 하나라고 부르짖는 종교인이 정권을 잡았을 때 취할 수 있는 것 이라고는 법과 질서와 원칙만 있을 뿐이다. 그와 같은 프레임에 갇혀서 희생된 사람들이 용산철거민들이다. 사상 최악의 정권을 맞아 더 많은 희생과 혼란이 뒤따를지 모른다.  이렇게 된 요인은 그런 정권을 선택한 국민의 탓일 수 있다. 결국 이런 시대를 선택한 국민들의 업보라 여겨진다.

 

 

2009-01-21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