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후기

천지인에서 보는 전쟁의 신 비사문천, 다문천왕 본래의 이미지 일까

담마다사 이병욱 2009. 1. 27. 19:14

 

천지인에서 보는 전쟁의 신 비사문천(毘沙門天), 다문천왕 본래의 이미지 일까

 

 

회사마다 고유의 로고를 가지고 있다. 로고는 그 회사의 상징이자 브랜드이다. 흔히 문자 또는 상징적인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회사 로고를 다른 말로 '엠블럼(Emblem)' 이라고도 한다. 엠블럼의 사전적인 의미는 국가나 단체를 표시 하는 디자인 또는 그림이라는  뜻이다. 엠블럼 하고 비슷한 개념이 '문장(紋章)'이다. 문장 역시 국가나 단체를 표시 하는 상징적인 표식이긴 하지만 여기에 하나 더 추가 한다면 가문을 나타 내준다는 것이다.

 

일본의 시대사극 드라마를 보면 가문을 표시 하는 문장이 많이 나온다. 우리나라와 달리 지방분권적인 봉건제도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가문을 중심으로 역사가 전개 되어 왔다. 중앙집권적인 국가에서는 가문을 상징 하는 문양은 좀처럼 보기 힘들지만 봉건제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문장이다.

 

천지인(天地人)을 보면

 

2008년에 인터넷으로 NHK시대 사극 '아츠히메'를 재미 있게 보아 온 터라 올해 들어 와서도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 남의 나라 역사 이야기 이긴 하지만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이해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2009년에 들어와서 방영 되기 시작한 1년 짜리 시대사극은 '천지인(天地人)'이다. 천지인은 일본 전국시대가 시대적 배경이다. 임진왜란의 원흉인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나오고 토요토미 전에 일본을 통일한 '오다 노부나가'도 나오는 일본인들로 보아서는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이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은 전국시대 초기 부터 에도 초기까지 살아간 에치고의 명문 우에스기가의 충신 '나오에 카네츠구'이다. 나오에의 주군인 양아버지는 '우에스기 겐신'이다. 그런데 우에스기가의 문장은 '비사문천(毘沙門天)' '()'자로 되어 있다. 전쟁에 나가면 비자가 들어간 깃발을 앞세우고 돌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사문천은 무엇을 말하는가.

 

다문천왕의 여러 이름

 

드라마에서 말하는 비사문천은 전쟁의 신으로 알려져 있다. 드라마에서 우에스기 겐신은 비사문천의 화신으로 나오고 있고 평생 비사문천을 숭배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터넷으로 비사문천에 대하여 더 자세 하게 알아 보니 다름 아닌 다문천왕의 다른 이름임을 알 수 있었다.

 

다문천왕은 흔히 사찰의 입구에서 보는 사천왕 중의 하나이다. 사천왕은 동서남북의 사방에서 불법을 보호하는 수호신이다. 생긴 모습이 매우 험상 굽고 무섭게 생겨서 처음으로 절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몹시 인상적이다. 보통 동방의 지국천왕(持國天王), 남방의 증장천왕(增長天王), 서방의 광목천왕(廣目天王), 북방의 다문천왕(多聞天王)으로 불리운다.

 

사천왕은 갑옷을 두루고 무기등을 들고서 발로 악귀를 밟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 되는 것이 통례이다. 이들 천왕중에 북방을 수호 하는 다문천왕만을 따로 신앙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비사문천이라고 부른다.

 

비사문천의 산스크리트어 이름은 '바이스라바나((vaisravana)'이다. 다문천왕은 바이스라바나의 의역이다. '분별해서, 또는 명료하게' 라는 접두사 비(vi) '듣는다'는 동사 원형 수루(sru)가 결합되어 파생된 말로, 그 뒤의 행위의 주체자임을 뜻하는 아나(ana)붙어, 분별하여 잘 듣는 자, 즉 비스라바나(Visravana)로 되었다가 최종적으로 바이슈라바나(vaisravana)로 정착된다. 그렇게 명료하게 잘 듣는 신이므로 다문천이라 한 것이다.

 

다문천왕이 왜 일본에서는 전쟁의 신이 되었을까

 

우리나라 사찰의 사천왕문에서 보는 다문천왕은 비파를 들고 있다. 다른 천왕과는 달리 웃는 모습이다. 치아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은 부처님의 이야기를 듣고 환희에 차서 나타나는 표정이라 볼 수 있다. 설법을 많이 듣고 명료 하게 알아 차린 다는 뜻의 다문천왕이 왜 일본에서는 전쟁의 신이 되었을까.

 

 

 

 

수타사 다문천왕. 하얀이를 보이며 웃는 얼굴에 한손에는 비파를 들고 있다.

 

 

 

일본의 드라마에서 보는 다문천왕의 다른 이름인 비사문천은 매우 무시무시 하게 생겼다. 부릅뜬 눈에 비파 대신에 한손에는 창과 같은 무기를 들고 있다. 일본의 천년고찰 토오다이지(東大寺)에 있는 비사문천도 마찬가지로 무시무시한 모습에 한손에는 창, 또 다른 손에는 파고다 모양의 작은 조형물을 들고 있다. 이런 다문천왕이 일본에서 전쟁의 신으로 둔갑한 요인은 북방을 지키는 신의 이미지 때문이다. 즉 인도북방은 언제나 이민족의 침공루트 이었다. 알렉산더 대왕도 이길을 통하여 침입해 왔었고 스키타이의 훈족 또한 북방길을 통하여 들어 왔다. 그래서 고대인도에 있어서 북방루트는 이민족이 인도로 통하는 관문이었기 때문에 북방을 지키는 신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 따라서 북방을 지키는 신은 민중들로 부터 존경과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즉 북방을 지키는 전사의 이미지 인 것이다.

 

 

 

 

천지인에 나오는 우에스기 겐신이 숭배 하는 비사문천. 무시무시한 모습에 창을 들고 있는 전쟁의 신으로서의 이미지이다.

 

 

 

또 한가지는 4명의 사천왕중에 다문천왕만을 따로 모셨을 때 이다. 가장 중요한 북방을 지키는 하나의 신만 믿는다면 자연스럽게 전사로서의 이미지가 형성 된다. 이와 같이 다문천왕만을 따로 떼어 내어 숭배 하게 된 것이 비사문천이다. 드라마에서 우에스기 겐신이 스스로 비사문천의 화신이라고 칭한 것도 전사의 이미지에 착안 하였을 것이다. 그가 있던 곳의 지역적인 위치도 무시하지 못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 때 당시 그가 활약하던 지금의 니이가카타현은 쿄오토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 북쪽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티벳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일본의 비사문천이 무시무시한 이미지인 것과 마찬 가지로 티벳에서의 바이스라바나의 이미지도 험악 하게 생겼다. 티벳 바이스라바나는 우리나라와 일본과 달리 승리의 깃발을 들고 있고 악귀 대신에 사자를 깔고 앉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바이스라바나는 티벳에서 8명의 호법신장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가 4명인데 반하여 티벳은 배나 많은 8명이나 되는 것이 특이 하다. 그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마하칼라(Mahakala)

야마(Yama)

야만타카(Yamantaka)

하야그리바(Hyagriva)

바이스라바나(Vaisravana)

쉬리데비(Shri Devi)

창파(Changpa)

프라나아트마(Prana Atma)

 

 

 

 

티벳의 바이스라바나 탕카. 사자를 깔고 앉아 있고 승리의 깃발을 들고 있다.

 

 

 

이들 호법신은 악귀에 대한 두려움을 일으키기 위하여 무섭고 끔찍한 모습으로 표상된다. 이들 호법신중에 대한 경배는 8세기경 파드마 삼바바가 티베트인들에게 티베트의 악신들을 물리치고 불교를 믿도록 한데서 기인 되었다고 한다.

 

이름이 다름에 따라 이미지도

 

사찰에 가면 사천왕을 마주 친다. 칼을 들고 있는 동방의 지국천왕, 여의주를 쥐고 있는 남방의 증장천왕, 깃발을 단 '()'을 쥐고 있는 서방의 광목천왕은 무서운 모습이다. 그러나 비파를 켜고 있는 다문천왕은 하얀 이를 보이며 웃고 있다. 4명의 천왕중에 유일 하게 무섭게 생기지 않은 천왕이 다문천왕이다. 그런데 북방을 지키는 다문천왕을 독존으로 모시면 무시무시한 모습의 전쟁의 신인 비사문천으로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보다는 일본에서 더욱 더 그러한 경향이 있어서 전국시대에 전쟁의 신으로 까지 발전 된다. 나라 마다 불리 우는 이름이 다름에 따라 이미지도 다름을 알 수 있다.

 

 

 

2009-01-27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