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노숙자와 식도락가, 한끼를 위한 여정

담마다사 이병욱 2009. 2. 16. 10:27

 

노숙자와 식도락가, 한끼를 위한 여정

 

 

편안하고 안락한 삶. 누구나 바라는 생활이다. 좀 더 넓은 집에서 좀 더 맛난 음식을 먹으며 웃음이 그치지 않는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서는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없다. 최소한 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살 정도는 되어야 한다. 1년 벌어 먹고 살 정도로 축적이 되어 있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1년간은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테니까.

 

오늘 점심은 어디에서 먹을지

 

노숙자에 관한 프로를 보았다. 왜 노숙자가 되었는지 사연은 알 수 없으나 지금 처한 현실을 보면 지옥이나 다름 없는 생활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도 있으나 대부분은 한끼에 대하여 걱정을 많이 한다. 오늘 점심은 어디에서 먹을지, 오늘 저녁은 또 어디에서 먹을 지가 최대의 관심사이다. 수입이 하나도 없고 가진 것 또한 전무 하기에 밥 한끼 먹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자는 곳 또한 있을 리 없다. 방 얻을 돈이 있다면 굳이 거리에서 자지 않았을 것이다.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보니 차가운 바닥에서 잘 수 밖에 없다. 형색 또한 누추 하기 그지 없다. 일정한 거처도 없고 수입도 없다 보니 옷을 살 돈도 없고 갈아 입을 여유도 없어 보인다. 모든 조건이 최악인 상황에서 '삶의 질'이 있을 리 없다. 먹고 자는 문제가 해결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생리적 욕구는 사치에 불과 하다.

 

 

 

 

 

 

노숙자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노숙자의 인터뷰중에 나오는 말은 매우 의미심장한 말들이 많았다. 자신이 이렇게 노숙자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때 잘 나가던 때가 있던 그들이 한 결 같이 하는 이야기이다. 이 말은 거꾸로 누구나 노숙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와 같다. 비록 지금은 노숙자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잠재적인 노숙자' 일 수 있고 '예비노숙자' 일 수 있다.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사람들은 기를 쓰고 모으려고 한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지키려고 한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해소 하기 위해서이다. 공무원이라면 복지부동해서라도, 영혼을 팔아서라도 정년까지 가고자 한다. 공무원연금은 죽을 때 까지 삶을 보장 하는 '천국행 티겟'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불법과 탈법을 해서 라도 평생 먹고 살 재산을 가지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사회지도층이나 기득권층에서 더욱 더 심한 현상이다. 청문회에서 이런 현상을 예외 없이 볼 수 있다. 이렇게 축적된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각종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놓기도 한다. 또한 불법과 투기와 불로소득으로 형성된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동참 하지 못하고 탈락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벼랑끝에 몰려 있다. 그 최일선에 선 사람들이 노숙자들이다.

 

언제 추락 할지 모르는 삶

 

용산참사에 대한 청와대의 이메일 사건에 대하여 야당 대변인은 현정부를 비정한 정권, 야만적인 정권이라고 말하였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이 기득권을 수호 하기 위하여 피도 눈물도 없는 조치에 대한 반발이라고 보여 진다. 지하철 역에서 보는 노숙자는 우리사회의 모순과 위선을 그대로 보여 주는 전형적인 자화상이다. 한 켠에서는 무료한 시간을 고스톱으로 때우다가 오늘 점심을 무엇을 먹을 까 고민 하고 차로 한 두 시간 달려 맛집을 찾아 가는 식도락가들이 있는가 하면 한끼를 어디서 때울까 걱정 하는 노숙자들과 공존 하는 사회이다. 갑자기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따뜻한 방에서 곤히 잠자면서 삶의 질을 향유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차가운 시멘트바닥에서 고단한 잠을 청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사회이다. 마치 옥상에 매달려 있다가 손에 힘이 풀어져 언제 추락 할지 모르는 삶을 살아 가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노숙자, 재개발 세입자, 실업자,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 하기는 커녕 무시하고 심지어는 밟아 뭉게 버리는 사회, 이런 비정하고 야만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

 

 

200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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