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추기경 선종과 매스컴, 죽음에도 품격이 있을까

담마다사 이병욱 2009. 2. 18. 11:23

 

추기경 선종과 매스컴, 죽음에도 품격이 있을까

 

 

추기경의 사망을 선종 이라고 매스컴에서는 보도 한다. 선종의 사전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인터넷 사전을 찾아 보기로 하였다. 선종(善終)은 가톨릭 용어로서 "임종 때에 성사를 받아 큰 죄가 없는 상태에서 죽는 일" 이라고 나와 있다. 불교로 말한 다면 '입적(入寂)'이 되겠고 사회적 통념으로 말한다면 '서거(逝去)'가 되겠다. 선종, 입적, 서거 모두 죽음을 높여 부르는 말임을 알 수 있다.

 

도배 하다시피 한 신문

 

추기경의 죽음과 관련 하여 메스콤에서는 연일 특집추모기사를 보도 하고 있다. 방송과 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시간을 추기경과 관련한 세세한 사항까지도 보도 하고 있고, 보수신문과 같은 경우는 3면내지 4면을 도배 하다 시피 하고 있다. 전직 현직 대통령은 물론 각계사회지도층 인사, 종교지도자등 이 땅의 명망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참배 하고 있고 신문은 이들 동정 또한 세밀하게 스케치 하고 있다. 작가는 물론 심지어 운전기사의 이야기까지 화제로 오를 정도로 올인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타종교인은 전혀 배려를 하고 있지 않은 듯한 마치 우리나라가 가톨릭 국가라도 되는 양 보도 하는 행태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가톨릭은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많은 신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결속력에 있어서는 여타 종교가 따라 올 수 없을 정도로 견고 하다. 그런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단일교단'이라는 점이다. 개신교가 교인 수는 많지만 수 많은 종파로 분열 되어 있어서 결속력은 약하다. 반면에 가톨릭은 오로지 하나의 종파만으로 구성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결속력도 강해서 그 어느 권력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단일 교단이면서 결속력이 강하다는 것은 위계질서가 철저 하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즉 대단히 권위주의적인 체제로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그런 권위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무래도 로마교황청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가톨릭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은 추기경을 우리가 선출 하는 줄 알고 있다. 그런데 추기경을 비롯하여 주요 인사는 로마 교황청 소관이다. 그런 의미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로마가톨릭에 속한 하나의 교구에 지나지 않는다. 역대 정권이 가톨릭에 대하여 함부로 손을 보지 못 하였던 또 하나의 이유는 세계적인 종교단체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로만가톨릭은 국가를 초월 하여 영향력을 행사 한다. 그 절정이 추기경의 임명이다. 따라서 가톨릭을 믿는 나라를 보면 한 나라 안에 두개의 세력이 공존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 세력은 자국민들로 이루어진 정치권력이고 또 한 세력은 로마에서 임명된 종교권력이다.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의 공존

 

로마가톨릭은 세계정부와 다름이 없다. 교황이라는 단일지도체제에 따라 일사분란 하게 움직이는 시스템은 국가의 시스템과 매우 유사하다. 각국을 교구로 나누고 중앙에서 책임자를 파견 하는 형태가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마치 한지붕 두가족과 같은 관계에 있는 두개의 세력이 공존 하기란 쉬어 보이지 않는다. 때에 따라 이들 두세력이 때로는 충돌 하기도 하고 반대로 밀월을 즐기기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권위주의적 정부 시절에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이 종종 충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이 가톨릭과의 충돌이다. 추기경은 시의 적절하게 한마디씩 하는 것을 잊지 않았고 야권은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곳으로서 가톨릭을 선택 하였다. 불교 같은 경우 국내기반만 있지 해외와 연계된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아 정치권력으로 부터 무시를 당하고 심지어는 폭력도 당했다. 대표적인 예가 80년도에 신군부에 의하여 저질러 졌던 10.27법난일 것이다. 이때 스님들은 군인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다. 종교정화 라는 명목으로서 불교가 시범케이스로 지목 된 것이다. 이것을 두고 "잔뜩 술 취한 남편에게 영문도 모르고 맞은 아내와 같았다"라고 표현 하기도 하였다. 만일 신군부가 성당에 난입 하여 신부들을 흠씬 두들겨 팼다면 로마교황청이 가만히 있었을까 아마 이런 점이 해외와 연계 되어 있느냐, 연계 되어 있지 않느냐의 가장 큰 차이점 일 것이다.

 

죽음에도 품격이 있을까

 

어려웠던 시절에 추기경의 한마디는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 그리고 민주화시대를 앞 당기는데 크게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정작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나서 부터 매우 보수적인 발언을 많이 쏟아 내었다. 심지어는 보수 기득권을 옹호 하는 발언도 적지 않았다. 공도 있었지만 과도 적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과에 대해서 방송이나 신문에서는 거론 하지 않는다. 주로 공적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미담형식의 기사 일색이다. 만일 로마 교황청과 별개로 독립되어 있는 한국만의 가톨릭이었다면 언론에서 이렇게 까지 관심을 보였을까. 용산참사와 같이 억울한 죽음에 대하여는 애써 외면 하는 명망가들이 추기경의 빈소에 나타 나는 이유를 무어라 설명해야 할까.

 

길게 꼬리를 물고 수백미터 서서 조문을 기다리는 행렬을 볼 수 있다. 순수한 인간적인 감정의 일환일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언론의 관심을 보면 이 것 또한 용산참사와 같은 민감한 이슈를 덮어 버리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고귀한 사람의 죽음이나 미천한 사람들의 죽음은 모두 다 '죽었다'라는 의미에서 똑같다. 같은 죽음을 놓고 누구는 사망했다고 말하고 누구는  선종했느니 서거했느니 하고 말한다. 그리고 그 죽음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 하고자 한다.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 가는 것 자체가 불평등 하지만 죽은 다음에도 역시 불평등 한 것을 알 수 있다. 매스컴을 보면 억울한 죽음과 행복한 죽음의 극단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씁쓸 하기만 하다.

 

 

 

200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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