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김수환 신드롬과 기적

담마다사 이병욱 2009. 2. 22. 11:08

 

'김수환 신드롬'과 기적

 

 

마음이 불편해서

 

"마음 편할려고 성당에 갔더니 자꾸 전화가 걸려 와요" 친척 중에 동생뻘 되는 사람의 이야기 이다. 요즘 같이 되는 일이 없고 근심 걱정만 쌓여 갈 때 마음을 안정 시키기 위하여 성당에 갔었는데 자주 전화가 와서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신자는 아니다. 다만 아내가 다니고 있어서 몇 차례 따라 간 것 뿐이라고 한다. 웬지 모르게 타 종교 보다 더 깨끗할 것 같고 품격이 있어 보여서 아내와 함께 가게 되었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마음이 심란해서' 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몇 차례 따라간 성당에서 그를 관리 하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자주 전화를 걸어서 나오라고 한다는 것이다. 사실 마음을 편하게 하려고 성당에 갔었는데 오히려 마음이 불편하다고 하소연 한다. 이런 상황을 보면 성당 역시 교회와 다를 바 없이 전도에 매우 열성적이라는 것을 느낀다.

 

"님은 떠났지만 우리는 보내지 않았습니다"

 

수환추기경의 장례식이 끝났다. 5일장 내내 연일 매스컴에서는 김추기경의 지나온 이야기와 주변스케치로 도배 하다시피 하였다. 그 절정은 아마도 장례식 TV생중계 일 것이다. 대통령이 죽었을 때 단 한번 본적은 있지만 종교인이 죽었을 때 생중계 하는 장면은 처음 있는 일로 생각 된다. 그만치 추기경의 위상이 컷다고 보여 진다.

 

5일장 내내 치루어진 장례식 행사아에는 총40만명에 달하는 사람이 조문했다고 한다. 겨울 추위 속에 3시간을 기다려 단 3초 동안 보았다는 것이다. 직접보지 못하고 지방에서 추모한 사람들까지 합치면 1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종교역사상 전무후무한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 난 것이다.

 

방송과 신문에서 대대적으로 연일 도배 하다 시피 보도된 장례행사는 천주교를 다시 한번 전국민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길거리나 전철에서 '예천불지'를 부르짖으면서 노방전도하는 것과 비교하면 핵폭탄급 전도를 해 주었다고 볼 수 도 있다. 그런 매스컴 중의 하나인 'D일보' 1면 머릿기사에서 "님은 떠났지만 우리는 보내지 않았습니다"라고 장례식날 행사의 제목을 뽑았다. 마치 D일보가 천주교의 주보라도 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이다. 추기경이 새로 임명 되어도 연일 매스컴은 도배하다 시피 하고, 추기경이 죽어도 연일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톨릭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가톨릭의 힘은 어디서

 

추기경의 죽음으로 인하여 새삼 가톨릭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았다. 가톨릭은 우리나라의 여느 다른 종교와 좀 다른 독특한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매우 강력한 중앙집권적 시스템으로 보여 진다는 것이다. 종교를 뛰어 넘어 하나의 거대한 국가시스템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이는 결정적인 이유는 로마교황청 때문이다. 로마교황청은 단순한 종교단체라기 보다 일종의 '국가'라고 보아야 한다. '바티칸'이라는 나라가 엄연히 존재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국에 대사를 파견 하기까지 한다. 우리나라 역시 바티칸에서 파견 나온 대사가 있다. 또 한가지는 우리나라의 가톨릭 수장을 로마교황청에서 임명 한다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뽑는 것이 아니고 마치 관리를 파견 하여 다스리듯이 임명장을 주어서 책임자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로마교황청의 생각과 의견이 고스란히 전달 되는 것이다. 칠팔십년대에 벌어진 민주화운동에 있어서 천주교 추기경의 역할이 돋 보였던 이유 중의 하나도 이와 같은 로마교황청의 '백그라운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민주화에 지대한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 하고 말년에 보는 그의 행보는 보수화 되었다. 이를 두고 비판 하는 측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방어 하는 측도 만만치 않다. 한마디로 추기경의 권위에 손상 되는 발언은 용납 하지 않겠다는 말로 여겨 진다. 평소 진보적인 주장을 펴는 학자나 지식층에서도 철저하게 함구로 일관 하고 있다. 다만 천주교와 이해관계가 없는 네티즌 만이 자유롭게 비판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고 보면 천주교와 추기경에 대한 비판은 우리사회에서 암묵적으로 '터부'시 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거기에는 국가 안에 또 하나의 국가가 있고 그 국가를 이끌어 가는 대통령과 같은 '종교권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추기경의 죽음은 단순한 종교인의 죽음이라기 보다 마치 국가원수의 죽음과 같이 취급 되고 있는 것이다. 매스컴에서 연일 관심을 보이고 TV로 생중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성인(聖人)이 되기 위하여

 

장례식이 끝나자 이번에는 '성인(聖人)'추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천주교에 있어서 성인은 예수나 붓다와 같은 교주로서의 성인은 아니다. 다만 떠 받들고 따라야 될 훌륭한 스승의 의미가 더 크다. 또한 성인이 되면 그 이름을 기리기 위하여 '가톨릭네임'으로도 사용 한다. 즉 영원히 사는 것이다.

 

그런데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따라 붙는다. 하나는 '순교'이고 또 하나는 '기적'을 보여 주는 것이다. 신앙을 위하여 목숨을 바쳐 죽으면 성인이 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천주교 박해로 숨진 사람이 모두 성인이 되었다. 그 수는 103명이라 한다. 또 한가지 성인이 되는 방법은 '기적을 일으켰느냐'이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 기적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일을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런 이적을 보여 주는 것이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추기경이 성인의 반열에 오르기 까지 지난한 일이 될 것이다. 다만 한가지가 있다면 40만명에 달하는 추모열기이다. 이런 열기에 감동해서 일까 로마 교황청에서 '교황장'으로 장례를 격상시킨것이 기적이라면 기적이 아닐까. 그리고 각종 매스컴에서 연일 도배하다시피 하고 TV로 생중계된 시청률이 10프로대 중후반 이라는 것도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기적과 같은 일일 것이다.

 

'김수환신드롬'의 결과는

 

추기경이 선종하고 나서 장례식까지 지난 주일은 그야말로 전국이 '김수환신드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방송과 신문과 같은 매스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각막기증''민주화발언'이 주된 이슈 이었지만 그것 못지 않게 천주교에 대한 홍보도 빠질 수 없다. 그런 보도 형태는 장례식이 끝나도 식을 줄 모른다. 추모미사와 추모행사에 관한 동정도 빠짐 없이 보도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매스컴이 관심을 보이는 현상은 천주교 입장에서 보았을 때 호재임에 틀림 없다. 지난 2005년도 종교인구 조사에서 70%성장을 이룩하였는데 내년인 2010년 조사에서도 그 효과를 톡톡히 볼 것임에 틀림 없다. 아무리 노방에서 '예천불지'를 목 놓아 부르짖어도 매스컴 한방에는 당하지 못한다. 그것도 선행과 좋은 이야기로 매시간 이야기 되었을 때 더욱 더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기적과 같은 김수환신드롬이 일어 나고 그와 함께 날로 교세가 확장 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가톨릭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날로 쇠퇴 하고 있다고 한다. 가톨릭 뿐만 아니라 신교도 또한 마찬가지라 한다. 교회가 이슬람 사원이나 불교사원으로 간판을 바꾸어 다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 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추모열기는 분명히 기적과 같은 현상임에 틀림 없다. TV로 중계되고 교황장으로 장례가 격상 되는 현상이 바로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닐까.

 

 

2009-02-22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