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녹색(綠色), 평화와 긴장의 양면적 이미지

담마다사 이병욱 2009. 3. 12. 10:45

 

녹색(綠色), 평화와 긴장의 양면적 이미지 

 

  

 

 

 

 

녹색은 환경의 상징이다. 녹색을 그리워 하고 녹색과 함께 하고 싶어서 사람들은 주말마다 야외로 나가고 산을 찾아 다닌다. 또 집안에 다년생 사시사철 푸르름을 자랑 하는 열대성나무 화분을 하나 이상 씩 가지고 있는 것도 생명의 향기를 느끼고 싶어서 일 것이다. 그런데 같은 녹색이라도 사람에 따라 느낌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군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녹색에 대하여 일종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군대에서 보던 선명한 녹색

 

군대에 가면 모든 것이 녹색천지이다. 군복도 녹색이고, 군장도 녹색이고, 차량도 녹색이다. 적으로 부터 보호 받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것을 녹색으로 위장 해야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녹색과 매우 밀접하게 관계가 있는 군대는 훈련소에 입소 하면서 시작 된다. 입소 하자 마자 녹색군복을 지급 받고 이어서 숨돌릴 틈도 없이 훈련을 받는다. 훈련받는 장소는 거의 대부분 야외교장이다. 야외훈련장 역시 녹색일색이다. 녹색군복을 입고 녹색교장에서 훈련 받고 때에 따라서 기합도 받다 보면 다른 생각할 여유가 없다. 오로지 이 고통스런 과정이 빨리 지나 갔으면 하는 바램 뿐이다. 자대에 배치 받으면 훈련소 보다 조금은 여유롭지만 일년에 한번 받는 유격 훈련을 피할 수 없다. 45일 받게 되는 유격 훈련은 매우 고되기 때문에 받고 나면 '일년농사 지었다'라고 들 말한다. 유격장에서는 잠시도 놀려 주지 않는다. 끊임 없이 뺑뺑이를 돌린다. 혹시 일어 날지 모르는 안전사고를 예방 하기 위해서이다. 선착순에다 오리걸음, 피티체조 등 교육시간 내내 뺑뺑이를 돌고 나면 이 또한 하루 빨리 벗어 나고 싶어 한다. 그 때 보던 교장 역시 선명한 녹색이다.

 

불가항력적인 꿈을 꾸고 나면

 

가끔 한강 이북의 지역을 지날 때 보면 군부대를 볼 수 있다. 그런데 같은 녹색이라도 한강 이남에서 보는 녹색과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군부대 주변의 녹색을 보면 잠재 되어 있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었던 경험을 되살려 준다. 군대에 가는 것을 국민의 의무라고는 하지만 그 의무기간 동안 있었던 일들이 잠재의식의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다. 얼마나 깊은 곳에 저장 되어 있어서 일까 꿈속에서도 나타날 정도이다. 군대를 갔다 왔는데도 불구 하고 또 영장이 나와서 가야만 하는 불가항력적인 꿈을 꾸기 때문이다. 군대생활이 즐겁고 유쾌한 기억이었다면 그런 불쾌한 꿈은 꾸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잠재의식 속에 단단히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꿈을 꾸는 사람이 대단히 많다는 사실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들 그런 꿈을 꾼적이 있다고 말한다.

 

다음세대 만큼은

 

남북이 대치 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징병제 국가에서 국방의 의무는 피 할 수 없다. 군대에 대하여 잘 모르는 상태에서 보낸 기간은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고 불평등한 계급사회라는 특수한 조직에서 생활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불만족이고 불편하기 그지 없다. 이 때 누구나 생각 하는 바램이 있다. 다음세대 만큼은 군대에 가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여지 없이 허물어 지고 끊임 없이 그 빈자리를 메꾸어 나간다. 남북이 분단되어서 젊었을 때의 귀중한 시간을 군대에서 보낸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커다란 손실이다.  하루 빨리 남북이 화해 하고 긴장이 풀려서 군대에 가고 싶은 사람만 가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녹색도 녹색나름이다. 녹색을 바라 볼 때 녹색의 이미지가 환경과 평화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 긴장과 갈등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처럼 색깔에 있어서도 보는 사람에 따라 양면성이 있는 것이다.

 

 

200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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