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화암사의 천년가는 9층탑불사, 진신사리탑이 아니기를

담마다사 이병욱 2009. 3. 23. 12:19

 

화암사의 천년가는 9층탑불사, 진신사리탑이 아니기를

 

 

금년 들어 처음 떠나는 순례법회날이다. 작년 11월 이후로 거의 4개월만이다.

 

마치 소풍 가는 날 처럼

 

겨울에는 날씨가 춥기 때문에 나 다니기가 쉽지 않다. 거기에다 눈까지 오게 되면 꼼짝달싹 할 수 없다. 그렇게 춥고 메마른 계절이 지나서 바야흐로 봄기운을 느끼는 초봄에 떠나는 첫번째 순례법회는 몹시도 설레이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일부 법우들은 잠을 설쳤다고 한다. 마치 초등학생들이 소풍 가는 날을 기다린 듯 하다고 할까 불자들에게 있어서 순례법회 만치 신나는 일은 없는 듯 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법우들은 매우 정겹다. 벌써 5년째이니 얼굴도 익숙 하고 서로 스스럼 없다. 이제는 학교친구나 사회친구들 보다 더 반갑고 마치 가족을 만나는 것 같은 인상이다. 아마도 이해관계 없이 만나는 사이 이기 때문일 것이다.

 

도로는 한산하고

 

준비된 아침식사를을 차 안에서 먹고 찾아 간 곳은 강원도 고성에 있는 화암사이다. 화암사 가는 길은 이른 아침이어서 인지 길이 막히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날씨는 잔뜩 찌뿌려 있고 마치 금방이라고 비가 올 듯한 날씨이어일까 아니면 오늘이 WBC 야구 준결승전 중계 하는 날 이어서 일까 거리는 매우 한산 하다. 이렇게 도로가 한산한 이유는 남쪽 지방이 아닌 동해한 최북단으로 찾아 가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남녁에는 각종 꽃소식이 들려 오는데 중부지방은 아직 이른 날 같다. 꽃피는 남쪽지방으로 일정을 잡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음 번 순례법회가 우리나라 최남단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 하니 그 때를 기대 할 수 밖에 없다. 도로가 한산한 또 하나의 이유는 아무래도 경제의 영향 탓인 것 같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모두들 움직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화암사 입구의 석축다리.  이 곳을 지나야 화암사로 들어 갈 수 있다.

 

 

 

세계 잼보리 대회를 계기로 확 바뀐 화암사

 

화암사 가는 길은 시원하게 뚫려 있다. 예전 같았으면 미시령길을 구불 구불 넘어 갔었겠지만 지금은 터널이 뚫려서 곧바로 관동지방이다. 터널을 나오자 마자 대명콘도가 나오고 여기서 2키로 정도 되는 곳에 화암사가 있다. 화암사로 가는 주변은 '세계 잼보리 대회'가 개최 되던 것이다. 그런 영향을 받아서 일까 잼보리 대회를 계기로 사찰이 확 바뀌었다고 한다. 크고 웅장한 가람들은 최근에 지은 건물들이다. 아마도 세계인들에게 보여 주기 위하여 정책적인 지원이 따랐을 것으로 생각 된다.

 

 

 

화암사 입구 전경. 모든 전각들이 새로 지어졌고 잘 정돈된 인상이다.  

 

 

친절한 주지스님

 

사시공양 참석을 목표로 부지런히 달려간 화암사는 매우 고즈넉하고 한적했다. 더구나 안개끼고 축축해서 매우 차분한 인상이다. 사시공양이 끝나고 주지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멀리서 이렇게 찾아와 준 것에 대하여 감사드린다고 말을 하고 화암사의 내력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화암사 대웅전 전경.  화암사는 769년 진표율사에 의하여 세워졌다.

 

 

화엄사는 금강산이 시작 되는 입구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절 이를도 '금강산 화암사'이다. 화암사는 금강산으로 가는 입구에 있었기 때문에 스님들이 3일간 묵고 지나는 장소 이었다고 한다. 금강산을 오갈 때 반드시 이 곳을 지나치게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남쪽방향으로 가는 사람과 서쪽 방향으로 가는 분기점이 또한 이 곳 화암사라고 한다. 그래서 객스님들이 유난히 많은 곳 또한 화암사이었다라고 전한다.

 

 

화암사는 금강산 자락에 있다. 이곳을 통과 하면 금강산으로 들어 가는 셈이 된다.

 

 

천년 갈 수 있는 구층탑 불사

 

주지스님은 새로운 불사를 착수 하고 있다. 대웅전 앞마당에 9층석탑을 모시는 불사이다. 이미 설계도는 완료 되었고 전국에서 최고로 평가 받는 석장도 섭외 되었다고 한다. 월정사에 있는 9층 석탑과 같은 형태로서 천년을 염두에 두고 불사를 하겠다고 한다. 불사를 하게 된 이유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석탑이 없는 이유도 있지만 화암사 바로 옆에 있는 거대한 '수바위' 때문이라 한다.

 

 

거대한 모양의 수바위. 기운이 몹시 센 바위로서 예로 부터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거대한 바위와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 화암사는 절터의 기운이 매우 센곳이라 한다. 주변을 둘러 보아도 다른 사찰과 달리 풍광이 장쾌 함을 느낄 수 있다. 절터의 기운이 세서 인지 옛기록을 보면 자주 화재가 발생 했다고 한다. 그러한 주변의 센기운을 억누르기 위해서 비보성격의 탑을 구상 했다는 것이다.  그 것도 천년이상 갈 수 있는 기념비적인 탑이다. 이런 주지 스님의 설명에 감동해서인지 상당수의 법우들이 불사에 동참하였다. 올해 10월이면 완성된 탑을 볼 수 있을 것이라 한다.

 

 

 화암사는 1623년 화재로 소실 되었고, 그 후로도 몇차례의 소실과 중건을 거듭 하였다.

지금의 화암사는 1991년 세계 젬보리 대회를 계기로 다시 지어졌다. 사진은 화암사 경내에 있는 소방차

 

 

가장 기다려 지는 공양시간

 

사찰에서 점심공양은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진수성찬에 기름진 음식은 아니지만 각종 야채와 산나물과 함께 하는 공양은 몸을 일시적으로 정화 하는 느낌이다. 열심히 공양하고 있는 중에 주지 스님이 나오셔서 과일등을 후식으로 대접한다. 이제까지 순례법회 중에 이 정도로 관심을 가지는 주지스님을 보지 못하였다. 불사에 많이 동참해서 일까 아니면 원래 주지스님이 친절해서 일까 아무튼 화암사는 다른 사찰하고 다른 점이 많았다.

 

 

 

 나물과 산채로 버무려진 점심공양

 

 

화암사의 특징은

 

화암사의 특징은 사찰주변환경이 매우 깨끗 하다는 것이다. 주변의 산세가 절경인 탓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사찰이 깨끗해 보이는 이유는 스님의 역할이 매우 컷을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휴지 조각 하나 보이지 않는다. 대체로 다른 사찰에 가보면 불사 하고 난 기와장이라든가 연장등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어서 보기에 매우 흉물스러운데 아마도 그 사찰에 주석 하고 있는 스님들의 탓이 클 것이다. 매일 청소하고 가꾸고 보살피면 찾아 오는 사람도 보기 좋고 유쾌한 기분이다. 화암사는 그런 기분 좋은 사찰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화암사의 또 하나의 특징은 순례법회온 법우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려 대화 하는 주지스님의 모습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권위도 보이지 않는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알려 주고 궁금한 사항에 대하여 물으면 친절하게 답변 해주는 것이다.

 

 

 

 화암사는 주변의 장쾌한 경관과 함께 매우 깔끔한 인상이다.

 

 

 

서로 재보시하고 법보시하고

 

대체로 다른 사찰의 경우 스님들의 경우 그리 친절하지 않다. 특별히 요청 하지 않는한 자발적으로 법문을 해 준다거나 나와서 이것 저것 설명 해 주는 경우는 극히 드믈다. 개인적으로 방문한 경우가 더욱 그렇고 단체로 방문 하더라도 법문 이상의 관심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면에서 볼 때 화암사 주지 스님의 경우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라 볼 수 있다. 

 

불자들이 멀리서 하루 일정을 잡아 순례를 왔다면 중요한 손님과 같다. 더구나 순례를 다니면서 보시도 하고 불사에 동참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불자들이 재보시를 열심히 한다면 스님들 역시 보시를 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법보시이다. 법보시가 재보시 보다 훨씬 더 큰 공덕이라는 것은 금강경에도 나와 있는 사항이다. 그런데 찾아간 순례지에서 법보시가 없다면 불자들은 실망하게 된다. 

 

순례를 다니는 목적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보시를 함으로서 공덕도 쌓고 또한 사찰 경제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이럴 때 단 한 마디라도 가슴에 남는 법문을 해 준다면 그 것 만치 고마운 일은 없을 것이다.

 

제발 진신사리탑이 아니기를

 

10월에 구층탑 불사가 원만하게 회향되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진신사리탑'과 같은 이름이 붙여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신사리탑은 왠 만한 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이에 대한 폐해도 많이 발생한다. 진신사리의 진위논쟁이 바로 그것이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5대 보궁을 제외하고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여기저기에 진신사리탑이 난무 한다면 신뢰만 더 추락 시킬 뿐이다. 1000년을 바라보는 작품에 진신사리탑이라는 말이 들어 가지 않기를 바란다.

 

 

 

 

 화암사 대웅전의  정면모습. 이곳 앞마당에 9층석탑이 세워질 예정이다.

 

 

 

 

 대웅전에 모셔진 석가모니 부처님

 

 

 

 

 '금강산 화암사'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 전각.

 

 

 

 

 

 예전의 대웅전에 모셔져 있었던 목조 부처님상.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아름드리 전나무

 

 

 

 

 

 전통찾집. 일종의 전망대로서  설악산의 절경과 동해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나 안개가 끼여서 볼 수 없었다.

 

 

 

 

 

 

 

 

 

2009-03-23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