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연등으로 장엄된 군포 산본의 중심상가, 화엄도량 정각사의 원력을 보며

담마다사 이병욱 2009. 4. 9. 11:35

 

연등으로 장엄된 군포 산본의 중심상가, 화엄도량 정각사의 원력을 보며

 

 

"어떻게 되었나" 나이 지긋한 공장장이 묻는다. 그러자 개발담당 팀장은 대답하기를 "어제 12에 고사를 지내고 왔습니다"라고 보고 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신제품출하를 앞두고 수리산 꼭대기에서 고사를 지내고 왔다는 것이었다.

 

수리산은

 

수리산은 경기도 안양과 군포에 있는 해발 475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안양방면에서 보았을 때 산의 모습은 무척 이상적이다. 중앙에 봉우리가 있고 밑변이 긴 삼각형으로 모습으로 마치 화산으로 인하여 생긴 원추형 산처럼 보인다.

 

 

 

 

해발 475m의 수리산.

안양과 군포의 진산이라 볼 수 있다.

 

 

수리산을 중심으로 해서 보았을 때 동으로는 안양시가 뻗어 있고, 남으로는 군포시가지가 형성 되어 있다. 그래서 안양이나 군포 모두 수리산을 '진산(眞山)'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앞서 안양에 공장을 둔 전자회사의 공장장이 신제품출하를 앞두고 고사를 지낸 곳도 수리산 꼭대기이었고, 군포시민축제의 이름도 '수리'자가 들어가는 축제이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수리산을 두고 안양과 군포는 비록 행정구역상의 이름은 다르지만 사실은 동일생활권지역이라 볼 수 있다.

  

안양권이란

 

안양지역의 도시 분포를 보면 4도시가 모여 이루어져 있다. 4도시 이름은 '안양' '군포' '의왕' '과천'이다. 이들 4도시를 묶어서 보통 '안양권'이라 부른다. 안양권은 행정구역상으로는 갈라져 있지만 시의 경계가 없고 같은 분지 안에 있어서 산에 올라 가서 보면 마치 하나의 도시처럼 보인다. 따라서 택시요금도 같이 적용 되고 중고등학교의 학군도 공통 되는 곳이 많다. 심지어 의왕시 같은 경우는 시장선거에서 안양시로 통합되는 것을 공약으로 걸어서 당선된 사례도 있듯이 통합움직도 활발하다. 그런데 이들 4개의 도시들은 알고 보면 한 뿌리라고 볼 수 있다. 예전에 '시흥군'이었을 당시 모두 사흥군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안양권의 인구는 109만명이다. 인구의 구성을 보면 안양이 62, 군포가 27, 의왕이 13, 과천이 7만이다. 인구가 109만명이라면 이 수치는 울산 광역시와 거의 비슷한 규모라 볼 수 있다.

 

 

 

 다음 스카이뷰의 안양권 항공사진.

좌측에 있는 산이 수리산이다.

'안양' '군포' '의왕' '과천'은 하나의 생활권으로 볼 수 있다.

 

 

 

안양권이 4개의 도시로 이루어져 있지만 주로 안양시와 군포시로 크게 대별된다. 두 도시 모두 수도권에 가까이 있어서 신도시가 대대적으로 개발된 자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그에 따라 중산층이 밀집하여 살기 시작 하였다. 그 결과 신도시의 전철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상업단지가 조성 되고 매우 활발하고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두 도시의 중심상권의 거리를 보면 최근에 무척 대조 되는 현상을 발견 할 수 있다. 바로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길거리에 달려진 연등때문이다.

 

중심상권에 놀라운 연등의 물결이

 

일주일만에 군포에 가 보았다. 전철역의 중심상권에 도착해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 하였다. 중심상권의 그 넒은 지역에 연등물결이 넘쳐 나는 것이었다. 중심상권 바깥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왕래가 많은 중심상권의 안쪽길에도 연등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 마치 축제분위기와 같은 느낌이다.

 

 

 

 

군포 중심상가에서 보는 연등.

군포이마트 앞이다.

 


 

연등은 중심상권을 벗어나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있는 넓직한 도로의 양옆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등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기독교세가 센 지역으로 알려진 이 곳에서 연등의 물결이 출렁인다는 것은 거의 기적과 같은 일이다.

 

 

 

 

중심상가 안쪽의 도로에 연등이 좌우로 달려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불교세가 매우 약한 지역이다. 그 중에서도 신도시와 같이 중산층이 밀집해서 사는 지역은 '마이노러티'라 볼 수 있다. 2등도 아니고 3등인 경우가 부지기 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악조건 하에서 그것도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빈번한 중심상권에서 과감히 연등의 물결을 연출해 낸 곳이 어딜까 궁금해서 연등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연등에는 '정각사 화엄불교대학'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중심상권 안에 있는 정각사에서 단 것이다. 정각사라는 사찰이 궁금해서 인터넷에 들어가 보았다.

 

 

 

 

 이마트에서 산본역쪽을 바라 본 중심 상가의  중심지

 

 

 

정각사 화엄불교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맨먼저 '화엄도량 정각사'라고 나온다. 그리고 '정각사 화엄불교대학'이라는 문구는 항상 같이 따라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각사 소개를 보니 '대한불교조계종 해인사 포교원'이라고 나온다. 해인사에서 포교를 목적으로 지은 포교원임을 알 수 있다.

 

정각사의 신행목표를 보니 눈에 띄는 구절이 들어 왔다. '기복불교를 탈피'하고 '불교의 대중화'를 위하여 노력 하겠다는 내용이다. 중심상권에 연등의 물결로 넘쳐 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듯하다. 이런 불사를 이루어낸 주지스님이 궁금하여 더 알아 보았다. 주지스님 이름은 '정엄스님'이다. 해인 승가대학을 졸업하였고 동국대불교대학선학과와 동경대학 석사와 박사를 수료 하였다고 나와 있다. 그리고 화엄사상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학력으로 본다면 엘리트 스님임에 틀림없다.

 

 

 

 

산본중심상가 안에 있는 정각사 화엄불교대학

 

 

 

정각사의 특징은 포교라고 볼 수 있다. 불교교양대학이 있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알 수 있다. 모든 것이 포교 위주로 돌아 가고 있다는 증거 일 것이다. 불교교양대학의 교과과정은 대승경전 위주이고 그 중에서도 특히 화엄사상을 강조 하지만 강사진의 면면을 보니 초기불교를 전공한 사람과 위빠사나 강사 있는 것으로 보아 초기불교의 근본가르침도 소홀히 하지 않은 것 같다.

 

홈페이지만 보아서는 그 사찰의 모든 것을 파악 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실제로 겪어 보아야 하나 외관상 보이는 모습은 무척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불교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 수도권 신도시에서 연등의 물결을 연출해 낼 정도라면 보통 원력가지고는 힘들기 때문이다. 같은 생활권에 있는 안양시와 비교 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불교의 불모지에서

 

인구 60만의 대도시 안양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이 다가 오고 있지만 과연 부처님오신날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이 날 정도로 전혀 분위기가 나고 있지 않다. 그 어디를 보아도 연등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금년 뿐만 아니라 매년 그래 왔다는 사실이다. 

 

 

 

 

안양 범계역 대로변의 모습.

연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안양에도 평촌이라는 신도시가 있다. 그 신도시의 전철역 주변에 대규모 중심상권지역이 있다. 중심상권 옆에는 시청도 있고 시의회도 있다. 그리고 중심상권 주위에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곳 그 어떤 거리에서도 연등은 찾아 볼 수 없다. 매년 그랬다. 그래서 부처님오신날이 왔는지 모르는지 그냥 지나가는 것이다. 설령 도시의 어느 동네에 연등이 달려 있는 곳이라도 해당 사찰 주변의 일이십미터에 불과할 뿐이다. 이렇게 안양에서는 철저하게 연등과는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른 수도권 도시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된데는 주변에 사찰이 없다는 것이다. 중심상권은 물론 아파트 단지 안에 사찰이 없다 보니 연등을 달 일이 없는 것이다. 그야말로 불교의 불모지대나 다름이 없다. 이에 비하여 교회와 성당은 넘쳐 난다. 보기에도 우람하고 멋진 건축물은 대형교회 아니면 성당이다. 일요일에 오전에 교회나 성당에 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절에 가는 사람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이다.

 

직무유기가 아닌지

 

부처님오신날이 다가 오지만 연등하나 걸려 있지 않은 시내의 거리를 보면 종단과 스님들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무엇 하고 있었길래 이 모양이 된 것인가에 대한 자괴감 같은 것이다. 이렇게 방치하고 있는 동안에 신도시에서 불교는 '마이노러티'가 되었고 대로변에 연등하나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한국불교가 언제까지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방관 하는 모습을 보일 것 인가에 대하여 생각 하면 은근히 화가 나기도 한다. 대승을 표방 하면서도 가장 소승적인 삶을 살아 가는 곳이 아닌가 할 정도로 의심이 들기도 하다. 이렇게 중생들이 방치 되어 있다 보니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인 정법보다는 복이나 비는 '기복불교'가 성행하는 이유가 된 것같은 느낌이다.

 

한국불교가 중흥 하려면 가장 먼저 정법을 표방해야 하고 사람이 사는 곳의 어디라도 찾아 가서 베푸는 하화중생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 한다. 지금 같이 심산유곡에서 언제 깨우칠지 모르는 화두만 붙들고 앉아 있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불교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또한 시대가 변하고 있듯이 거기에 걸맞게 불교도 변해야 살아 남을 것이다. 지금과 같이 무기력하고 방관하는 모습으로 일관 한다면 불교는 소수의 종교로 전락 할 수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승가사회의 '직무유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불교가 불교 다운 모습을 보이고 자신감을 회복 하려면 초기불교로 되돌아 가는 길 밖에 없다. 그렇게 하였을 때 당당히 불자임을 자랑스럽게 주장 할 수 있고 삿된 길로 빠지지 않을 것이다.

 

정신적인 풍요를 느끼며

 

거리에 연등을 보지만 대부분 사찰 주변의 몇십미터에 지나지 않는다. 이 것을 몇백미터로 연장 하는 용기는 그 사찰을 책임 지고 있는 사람의 원력에 달려 있다. 불교가 이 시대를 살아 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감에 넘쳐 있다면 못할 것도 없는 일이라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군포의 정각사 화엄불교대학의 연등물결은 매우 시사 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가장 먼저 주지스님의 원력이라 볼 수 있다. 한사람의 원력이 세상의 풍경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추진력이다. 비록 불교의 불모지에 불과하지만 근처 일대를 연등의 물결로 뒤 덮어 버릴 수 있을 정도라면 나중에 그 어떤 일도 못할 것도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군포 산본의 중심상가 부근의 대로

 

 

 

                                                           

군포 산본의 중심상가 부근의 아파트 단지

 

 

 

신도시의 중심상권에서 연등을 바라보면서 오랜만에 정신적인 풍요를 느꼈다. 오가는 모든 사람들도 연등을 바라 보면서 부처님오신날이 머지 않았음을 느꼈을 것이다. 비록 불교를 믿는 사람이든 믿지 않는 사람이든 그 자리에 서 있으면 축제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불교가 좀 더 호감 있는 종교로 다가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불교의 불모지대나 다름 없는 신도시에 연등물결을 연출한 과감한 시도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군포 뿐만 아니라 타 도시에서도 가로에 연등이 달려 있는 모습을 보았으면 한다.

 

  

 

 

 

 

2009-04-09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