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아비담마의 오온, 왜 식(識)이 마음이고, 수상행(受想行)이 마음부수인가

담마다사 이병욱 2009. 4. 23. 10:02

 

아비담마의 오온(五蘊), 왜 식()이 마음()이고, 수상행(受想行)이 마음부수(心所)인가

 

 

 

 

 

 

오온개공, 반야심경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오온에 관하여 불자들치고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매일 조석으로 외우는 것이 반야심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온에 대하여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오온은 순차적인 인식과정일까

 

오온에 대하여 설명한 것을 보면 전통적으로 '순차적인 인식과정'의 설명이었다. 즉 꽃()을 보면 아름답다고 느끼고(), 그 꽃이 장미꽃인지 국화꽃인지의 판별작업에 들어가고(), 그 꽃을 꺽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그 꽃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기억에 저장() 하는 식의 순서적인 인식과정 이었다. 실제로 이런식의 설명은 불교방송에서 경전공부 할 때 방송에 잘 나오는 스님으로 부터 들은 바 있다. 이런 순차적인 오온의 설명방식이 한국불교에서 이제까지 통용 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초기불교를 전파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우리나라 스님들이나 불자들은 오온에 대하여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다는 소리를 여러번 들었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핵심사상임에도 불구 하고 오온에 대한 인식은 순차적인 인식과정 정도로 알고 있고 공사상을 설명 하는 보조 도구 정도로 생각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온에 대하여 더 정확한 설명 방법은 없을까. 그런 설명을 각묵스님의 아비담마 동영상 강의를 듣고 알게 되었다.

 

아비담마에서 말하는 오온은

 

아비담마에서 말하는 오온은 순차적인 인식과정이 아닌 '동시적인 심리현상'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수상행식에 관해서도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제까지 한국불교가 마음을 하나로 생각 하는 것과는 달리 마음을 분해 하여 설명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들을 도표화 하였다.

 

흔히 사람을 일컬을 때 '명색(名色)'이라는 말을 쓴다. 여기서 명()은 정신을 말하고 빨리어로 '나마(nama)'라 한다. 그리고 색()은 우리몸을 말하고 오온에서의 색과 동의어라고 볼 수 있다. 정신이라고 불리우는 나마는 크게 '마음()''마음부수(心所)'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마음을 빨리어로 '찌따(citta, )'라 하고, 마음부수는 '쩨따시카(cetacika, 심소)'라 한다.

 

마음은 절대 혼자서 일어 날 수 없고 대상이 있어야 일어 날 수 있다. 그리고 마음부수를 통하여 대상을 알게 된다. 그 대상이 선한 것인지 불선한 것인지는 전적으로 마음부수에 달려 있다. 이런 마음부수를 심리현상들이라 말하고 총 52가지로 분류 하고 있는 것이 아비담마의 마음 체계이다. 52가지의 마음부수 즉 심리현상을 크게 3가지 그룹으로 나눈 것이 '' '' '' 이다. ''''은 너무 중요 해서 52가지 심리현상에서 따로 빼내어 독립화 시킨 것이다. 그렇게 되면 '' 50가지 심리현상들을 말하게 된다. 마음부수가 '' '' ''을 말하는 것이라면 ''은 어디에 해당 될까. 아비담마에서는 '''마음()'과 동의어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은 사항을 정리 하면 오온은 다음과 같이 설명 될 수 있을 것이다.

 

 

---> ()

, , ---> 마음부수(心所)

---> 마음()

 

 

아비담마에서 말하는 ''은 저장 하는 식이 아니라 마음()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수상행은 52가지 심리현상들임을 알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수상행식에 대하여 알아 보면 다음과 같다.

 

''이 마음()이고, '수상행'이 마음부수(心所)인가

 

불교는 개인과 중생을 예외 없이 오온으로 해체하여 분석한다. 빨리어로 깐다(kkhanda)는 무더기, 더미, 집적이라는 뜻으로 정신-물질(명색, nama-rupa)을 이루는 다섯가지 무더기라는 의미에서 사용 한 말이다. 따라서 '''' '' '' '' 도 무더기 일뿐이다. 그러나 중생들은 무더기에 지나지 않는 오온을 자기자신이라고 착각 하고 의미를 부여 하며 집착 하며 살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오온은 욕계는 물론 색계, 무색계의 중생에게도 적용 된다. 다만 예류자 이상의 성자는 오온에 대한 집착이 멸하여 단지 객관적 현상으로 존재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색온(色蘊)이다.

 

빨리어로 루빠깐다(rupa-kkhanda)라 한다. 우리말로 해석 하면 '물질의 무더기'라고 볼 수 있다. 영어로는 머티리얼 바디(material body)이다. 물질로 된 몸뚱아리를 말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지수화풍의 사대(四大), 안이비설신, 색성향미촉의 오내외입처와 같은 물질 일반을 나타내며, 아비담마에서는 더 세분화 하여 28가지 물질들로 상세 하게 설명 하고 있다.

 

둘째, 수온(受蘊)이다.

 

빨리어로 웨다나깐다(vedana-kkhanda)라 한다. 우리말로 해석 하면 '느낌의 무더기' 이고 영어로는 필링(feeling)이다. 감각의 육문을 통하여 경험되는 괴로운 느낌(고수), 즐거운 느낌(낙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불고불낙수)을 의미 한다. 이 느낌은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단초가 되는 심리현상이라 볼 수 있다. 아비담마에서는 마음부수와 일치 하며 52가지 심소법(마음부수법)으로 설명 하고 있다.

 

셋째, 상온(想蘊)이다.

 

빨리어로 산냐깐다(sanna-kkhanda)라 한다. 우리말로 '인식의 무더기'라 하고 영어로는 퍼셉션(perception)이다. 인식은 개념적인 지각이나 파악을 뜻한다. , 지적인 단초가 되는 심리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꽃이 있다면 그 꽃을 보고 예쁘구나 라고 느낀다면 수온이지만, 그냥 꽃이라고 인식 하는 것이 상온이다. 장미꽃이라면 장미꽃이라 인식 하고 국화 꽃이라면 국화 꽃이라고 아는 것이다. 이런 인식 하고 아는 대상은 색 성 향 미 촉 법 6가지가 있다. 상온은 아비담마에서 마음부수(심소)와 일치 하며 52가지 심소법들의 하나로서 설명 하고 있다.

 

넷째, 행온(行蘊)이다.

 

빨리어로 상카라깐다(sankhara-kkhanda)라 한다. 우리말로 '심리현상의 무더기'라 하고 영어로 멘탈 포메이션즈(mental formations)라 한다. 빨리어 상카라는 심리현상을 말한다. 오온에서의 행은 아비담마 52가지 심소법들 가운데서 수와 상을 제외한 나머지 마음부수법 즉 50가지 심리현상들을 말한다. 즉 감각접촉(팟사, phassa), 의도(쩨따나, cetana), 주의 기울임(마나시까라, manasikara), 집중(에까가따, ekaggata), 의욕, 선한 심리현상들, 불선한 심리현상들을 모두 포함한다. 그리고 오온에서 수와 상이 항상 단수로 나타 나지만, 행은 항상 복수로 나타난다. 12연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것만 보아도 행은 우리의 정신영역 가운데서 수와 상과 식을 제외한 모든 정신적인 행위, 즉 심리현상을 포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행 역시 아비담마에서 마음부수와 일치 하여 52가지 심소법들로 설명 하고 있다.

 

다섯째, 식온(識蘊)이다.

 

빨리어로 윈냐나깐다(vinnana-kkhanda)라 한다. 우리말로 '식의 무더기'이고 영어로 컨셔스니스(consciousness) 라 한다. 식이란 육문을 통해서 이에 대응 하는 외부의 감각대상을 아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식은 느낌()과 인식()과 심리현상들()과 같은 마음부수(심소)들의 도움을 받아서 대상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이식은 매순간 일어나고 사라진다. 식은 아비담마에서 마음(찌따, citta)와 일치하고 그래서 심법(心法)으로 정리 되고 있다.

 

동시적이고 생멸하는 오온

 

이렇게 '식온'은 아비담마에서 '마음()'과 일치 하고 '수온' '상온' '행온' '마음부수(心所)' 와 일치 하고, 색온은 물질과 일치 함을 알 수 있다. 또 한가지 특징은 한 개체 안에서 이들 오온은 함께 일어나고 함께 사라진다. 물론 아비담마에 따르면 색온과 수온 상온 행온 식온은 생멸 속도가 다르다고 설명 한다. 즉 정신은 물질 보다 16배 또는 17배 빠르다고 한다.

 

아라한의 경우는 오온에 대하여 집착이 멸하여 오온이 단순한 객관적인 현상으로 존재 하지만, 범부중생의 경우는 오온을 집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오취온(五取蘊)이라고도 한다.

 

오온과 같은 개념이 명색(名色, nama-rupa)이다. 이 명색은 12연기를 설명 할 때 많이 쓰이고 나라는 존재를 정신과 물질의 조합이라는 측면을 강조 한다.

 

오온이 왜 공()한가

 

이상과 같이 오온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 보았다. 분명한 사실은 이제까지 한국불교에서 알고 있었던 오온의 개념과 아비담마에서 말하는 오온의 개념이 다르다는 것이다. 즉 한국불교에서는 오온의 수상행식을 하나의 순차적인 인식대상으로 파악한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고, 아비담마에서는 수상행식을 마음()과 마음부수(수상행)으로 나누고 동시적 심리 현상으로 파악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색수상행식 모두 생멸하는 것으로 파악 했다는 것이다.

 

반야심경에 나오는 오온개공의 의미를 아비담마적으로 해석 해 보면 오온이 왜 공()한가 그리고 왜 무아(無我)인가를 더 잘 설명 해 주는 것 같다.

 

 

 

2009-04-23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