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인작은법회

부처님오신날 제등행렬, 강남대로에서 뜻 밖의 조우

담마다사 이병욱 2009. 5. 3. 23:34

 

부처님오신날의 제등행렬, 강남대로에서 뜻 밖의 조우

 

 

부처님오신날이다. 올해는 윤달이 끼여서 인지 예년 보다 약 일주일 정도 더 빠른 느낌이다. 그래서 일까 산에는 연두색 새옷으로 갈아 입었지만 화단에는 아직 개화가 되지 않은 꽃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울긋 불긋 꽃들과 함께 하는 사월초파일은 항상 생명의 계절에 열리고 있다.

 

개별사찰 차원의 제등행렬을 보면

 

연등축제와 부처님오신날은 불자들의 최대 축제이다. 그러나 언론과 매스컴에서는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고작 해야 단 몇 줄 짜리 기사와 한 두꼭지 보도에 그친다. 그러나 부처님오신날을 확실하게 알 수 있게 하는 것은 거리의 연등물결이다. 가로에 수 놓은 연등물결을 보면 장관이다. 예전에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었으나 점점 늘어 가는 추세라 볼 수 있다.

 

 

 

  

연등으로 장엄된 가로와 육교

 

 

 

 

이런 연등과 함께 가장 볼만한 장면이 연등축제이다. 보통 부처님오신날을 기준으로 하여 일주일 이전에 종로에서 열린다. 범불교 차원에서 열리는 공식행사인 연등축제가 있다면 부처님오신날 당일 저녁에 열리는 개별사찰 차원의 제등행렬이 있다. 일부 사찰에서 시행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매년 빠지지 않고 시행 하고 있는 곳이 있다. 능인선원이다.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 주기 위하여

 

능인선원에서 부처님오신날 당일에 제등행렬을 시작 한 것은 선원을 만들고 나서 이삼년 후 부터 라고 한다. 중산층이 모여 사는 강남에는 교회 일색이고 대부분 기독교를 믿는 환경에서 불자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 주기 위하여 시작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전한다. 첫해는 불자들 몇십명이 모여서 연등을 들고 서초동 상가 주변을 도는 정도로 시작 하였으나 점차 호응도가 높아 짐에 따라 범위를 점점 더 넓혀 갔고, 나중에는 경찰의 경호를 받을 정도 까지 발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포이동으로 이전 하고 난 90년대 후반 부터는 코스가 강남역을 지나 서초동 교보 타워까지 강남대로를 왕복 하는 코스로 고정 되어서 한해도 거르지 않고 시행 되 오고 있다.

 

 

 

 

 

제등행렬 코스는 선원을 출발하여 양재역을 거쳐 강남대로를 따라 교보터워까지 왕복한다.

 

 

 

 

 

비가 와도 진행 하는 제등행렬

 

그런데 이런 제등행렬은 비가 와도 진행 한다는 것이다. 폭우가 아니라면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진행 하는 것이다. 만일 폭우가 쏟아져서 못 하게 되는 경우 그 다음주 일요일 저녁에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에 부처님오신날 당일 오후 부터 폭우가 쏟아져서 밤늦게 까지 계속 되어 행사를 못하게 되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행사가 취소 된 채로 끝날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주 일요일 저녁에 제등행렬을 감행 한 것이다. 그 것도 부처님오신날에서 여러 날 지난 일요일 저녁에 고층빌딩이 즐비한 강남대로를 활보 한 것이다. 그렇게 하여 해마다 빠지지 않고 강남에서 제등행렬을 해서 전통 아닌 전통이 생겨 난 것이다.

 

 

 

 

 

제등행렬은 비가 와도 진행한다.

폭우로 못하게 되면 그 다음주 일요일에 실시한다.

 

 

 

 

올해도 예외 없이 제등행렬이 열렸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꼭 중요한 행사를 할 때 마다 비가 오는 것이다. 연등축제 할 때도 그랬고 이번 부처님오신날 행사 하는 날에도 비가 왔다.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제등행렬 할 때가 되어서 비는 그쳐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강남대로는 대한민국의 경제심장부이다.

 

 

 

 

강남대로, 대한민국의 심장부에서

 

제등행렬 코스는 능인선원을 출발 하여 서초동 교보타워에서 유턴 하여 되돌아 온다. 빠른 걸음으로 왕복 2시간 30분정도 걸리는 강행군이자 꽤 긴거리이다.

 

흔히 강남을 대한민국의 경제심장부라 한다. 대기업이나 국영기업체 또는 각종 금융기관의 본사가 강남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강남에는 고층빌딩이 즐비 하다. 특히 양재역에서 강남역을 지나 교보타워까지의 강남대로가 그렇다. 강남대로는 도로도 넓고 고층빌딩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왕래도 무척 많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많다 보니 거리는 활기가 넘치고 불빛으로 인하여 훤해 보인다. 그 것도 수 키로 이상 달하는 거리가 그렇다. 주말이면 모두 철시해 버리고 종각 주변에만 북적이는 종로와 비교 되는 부분이다. 이런 대한민국의 심장부에서 제등행렬이 시작 된 것이다.

 

강남대로에서의 제등행렬을 보자 지나가는 사람들은 매우 신기하게 쳐다 본다. 아마도 한번도 보지 못한 모습인 것 같다. 예고 없이 나타난 행렬에 사람들은 의아 하게 생각 한 것 같다. 마치 재미 있는 구경거리가 생긴 것 처럼 호기심 있게 쳐다 본다. 일부는 사진도 찍기도 하고 일부는 손을 들어 주기고 한다. 지나가던 외국인도 사진을 찍기 바쁘다. 그러나 무엇 보다도 지나가던 사람들이 박수를 쳐 주줄 때 이다. 그야말로 예고 없이 마주친 행렬에 대하여 그 와 같이 답례 하는 것을 보면 불교가 정서적으로 어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것도 개신교인이 가장 많다는 강남에서 말이다.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강남에서는 그 다지 배타적이지 않다고 한다. 다른 지역과 달리 관용적인 면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점 때문에 매년 제등행렬을 하는 이유인지 모른다. 단지 하나의 구경거리 정도로 생각 하고 재미 있게 보아 주는 모습이라 볼 수 있다.

 

 

 

 

 

제등행렬을 지켜 보는 강남대로의 시민들.

 

 

 

 

 

 

 

예고 없이 나타나서일까 신기 한듯이 구경 하고 있다.

 

 

 

 

 

 

 

강남대로는 항상 인파로 넘쳐 난다. 

 

 

 

 

 

 

 

강남대로에는 외국인 또한 많이 볼 수 있다.

 

 

 

 

 

 

 

사진을 찍거나 손을 흔들어 환호 하기도 한다.

 

 

 

 

뜻 밖의 조우

 

대한민국의 가장 중심부에서 벌어진 제등행렬에서 뜻 밖의 행렬을 만났다. 또 한 그룹의 제등행렬을 본 것이다. 강남대로에서 또 하나의 제등행렬을 만난다는 것은 전혀 상상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맞은 편에서 오는 제등행렬은 코끼리와 용의 장엄물을 앞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연희단과 많은 신도들이 따르고 있다. 알고 보니 연등축제에서 많이 보던 장엄물이다. 팻말을 보니 '천태종'이라고 쓰여 있다. 천태종 관문사에서 나온 것이다. 천태종 관문사는 강남대로와 가까이 있는 양재동에 있다고 한다.

 

뜻밖에 또 다른 제등행렬을 만나자 서로 손을 흔들어 주고 환호 한다. 서로 길은 엇 갈려 가지만 부처님의 탄생을 기리는 마음은 하나 이어서 일 것이다.

 

 

 

 

 

갑자기 맞은 편에서 천태종 관문사의 제등행렬이 나타났다.

 

 

 

 

 

 

                                                                  관문사 제등행렬과 조우 장면이다.

 

 

 

 

 

개별사찰의 제등행렬, 한 번쯤 해 볼만한 제도

 

범불교적인 연등축제가 있는 가 하면 사찰단위로 하는 제등행렬이 있다. 사찰단위의 제등행렬을 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더라도 사찰 주변을 도는 정도라고 들었다. 그러나 강남심장부에서 벌어지는 제등행렬은 능인선원과 관문사에서 실시 하였다. 특히 능인선원 같은 경우 매해 빠짐 없이 시행하여 전통 아닌 전통이 되어 있음을 확인 하였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주변에서의 견제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전통아닌 전통이 되어서 의례히 때 되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부의 풍물놀이단이다.

 

 

 

 

 

 

 

 

연희단이 행진 하고 있다.

 

 

 

 

 

 

 

 

 

 

한복을 입고 연등을 든 모습이다.

 

 

 

 

 

도심에 있는 포교를 목적으로 설립된 사찰이라면 한 번쯤 해 볼만한 제도라 생각 된다. 연등축제 할 때 참여 하기도 하지만 사찰 주변을 한 바퀴 도는 것 만 해도 포교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불자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 주는 것이 가장 큰 효과 일 것이다.

 

 

2009-05-03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