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 명상
1박 2일 템플스테이를 하였다. 알고 지내는 법우님이 다니는 사찰이다. 경기도에 있는 사찰인데, 사찰이라기 보다 개인 토굴에 가깝다. 부지만 있을 뿐 아직 불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명과 담을 쌓은 자연환경
절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비탈진 S자 길을 올라 가야 하기 때문이다. 승용차로 오르기에는 난코스이다. 기어를 일단에 놓고 천천히 올라가야 한다. 너무 천천히 가면 움직이지 않으므로 어느 정도 속도를 주어야 한다. 그렇게 몇 번 S자 길을 거친 다음 하강한다. 그러자 자그마한 분지가 나타났다. 문명과는 담을 쌓은 자연환경이다.
그 어디에도 문명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흔하디 흔한 전봇대도 보이지 않는다. 임시로 지어진 법당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흔히 보는 공장식 건물이다. 다만 입구에 기와를 하여 이곳이 법당임을 나타내고 있다.
법당안에 들어 가면 꽤 넓다. 가운데 석가모니 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양옆에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이 있다. 우리나라 법당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수미단, 법상 등 보통절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단청은 없다. 다만 어느 절 처럼 연등이 연등이 주렁주렁 걸려 있는 모습은 낯익다.
자연의 일부가 된 건물
절에서 건물은 딱 두 동이다. 임시로 지은 듯한 법당 건물과 요사채이다. 요사채는 법당과 뚝 떨어진 맞은 편에 있다. 우거진 숲속에 둘러 쌓여 있어서 자연의 일부가 된 것 같다.
요사채이자 공양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다목적 건물이다. 지은지 10년 되었다고 한다. 특징은 황토로 되어 있다. 사면에 황토가 칠해져 있어서 조금도 문명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문명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내부를 보니 부엌에 장작을 땔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가 있어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보일러 시설이 되어 있는데, 한 여름이지만 밤에 잘 때는 한기를 느끼기 때문에 잠잘 때 만큼은 난방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그런 면으로 보았을 때 아무리 문명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100% 문명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숨겨진 비경(秘境)
절에는 스님 혼자 산다. 이곳에 들어 온지 10년째라 한다. 종종 몇 달 씩 자리를 비우는 경우도 있지만 항상 이곳에서 지낸다고 한다. 선수행을 하는 스님은 또 다른 수행처를 가지고 있다. 일종의 앉아 있는 장소라 볼 수 있다. 그곳에 가 보았다. 그곳에 가는 길에 보는 경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훌륭하다. 숨겨진 비경(秘境)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렇게 경치 좋은 곳에 참선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이 오지에 어떻게 이런 건물을 지었는지 이럴 때 불가사의 하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
앞에는 전망이 탁 트여 있고 보이는 것은 산천초목 산하대지이다. 이런 곳에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깨끗해 지는 것 같다.
꽃은 피고지고 열매는 철마다
이곳은 사람이 들어 올 수 없는 곳이다. 아는 사람만이 올 수 있는 곳이라서 일반인들은 알지 못한다. 올라 오는 길 자체가 가파르고 알려 져 있지 않기 때문에 철저하게 숨겨진 곳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문명과 완벽하게 차단된 곳이라 그런지 마당에는 온통 풀밭이다. 그리고 꽃들이 피고 지고, 열매가 철마다 열린다.
반딧불을 주제로
요즘 절에서는 반딧불을 주제로 하여 명상프로가 개설되어 있다. 벌써 몇 차례 진행되었다고 한다. 마당 한 켠에 평상이 있고 모기장이 있는데, 그 안에 들어가서 명상하는 것이다.
명상시간이 끝난후 돌아 갈 사람은 돌아 가고 템플스테이 할 사람들만 남았다. 그래서 스님과 함께 이야기할 시간을 갖게 되었다. 요사채 바로 앞에 있는 평상이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밤이 되자 컴컴 하였다. 일부로 모든 불을 끈 것이다. 문명과 철저하게 차단되어 있는 곳에서 작은 불빛 하나라도 방해가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모든 불이 꺼지자 어둠 그 자체가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어둠이 밝아지는 듯한 느낌이다. 하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별빛이 전기빛을 대신 한 것이다. 스님이 이전에 찍어 놓은 것을 보면 별이 쏟아지는 것 같다.
스님은 사진 전문가
스님은 사진에 일가견이 있다. 출사 회원이기도 한 스님의 작품이 종종 세상에 크게 알려지기도 한다. 최근 반딧불을 주제로 한 사진이 그것이라 한다. 노출을 길게 하여 찍은 다음과 같은 사진이다.
사진을 보면 반딧불이 수백개 되는 것 같이 보이나 시간을 길게 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는 몇 마리 되지 않는 것이라 한다. 그럼에도 사진에서 보는 반딧불은 환상적이다.
처음 보는 반딧불
이날 반딧불을 보았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 보고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오지이기 때문에 반딧불이 사는 것이라 보여진다. 오염되지 않고 문명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곳 깊은 오지에서 반딧불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으로 본다면 행운이었다.
물방울속에 꽃이
사진실력이 수준급인 스님의 작품중에 놀랄만한 사진을 보았다. 물방울속의 꽃이 들어가 있는 사진이다. 마치 합성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른 아침에 실제로 찍은 것이라 한다.
문명과 완벽히 차단된 공간에서 하늘에는 별이 쏟아지고 주변에는 반딧불이 날아 다니는 밤이었다. 그런 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이전 참가자들의 반딧불 명상 사진을 보면 다음과 같다.
“왜 이렇게 안움직이어요?”
다음날 아침 그곳을 출발하였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되돌아 왔다. 불과 한시간 여 거리에 또다른 세상이 있음에도 현실은 여전히 북적거리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사는 세상이다. 사람 사는 곳에서 살아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다시 현실로 되돌아 온 날 힘겹게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어느 할머니 곁을 지나쳤다. 폐지이동용으로 변한 유모차에는 폐지가 가득 실려 있었다. 그런데 움직이지 않는지 쩔쩔 매고 있었다.
그 곁을 지나치는데 “왜 이렇게 안움직이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도움을 청하는 건지 혼자 말로 하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도움을 정식으로 청했으면 한 번 보아 주었으련만 혼자 말로 하는 것 같아 지나쳤다.
그러나 걸렸다. 등이 구부러진 가난한 할머니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여 낑낑 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몇 번이나 뒤를 돌아 보며 앞으로 나아 갔다. 그러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2013-07-08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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