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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인가 천지인인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보는 한일간의 관점의 차이

담마다사 이병욱 2009. 6. 11. 21:26

 

원숭이인가 천지인인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보는 한일간의 관점의차이는

 

 

 

중학교 때의 일이다. 어느 친구가 열심히 읽고 있는 책이 있었다. 일본판 무협지라 볼 수 있는 대망(大望)’이었다. 수십권이나 되는 대하소설을 몇 달에 걸쳐서 읽어 내는 그 친구의 끈기를 보고 놀랐었다.

 

소설 대망과 드라마 천지인(天地人)

 

대하소설 대망의 시대적 배경은 일본의 전국시대이다. 16세기 말에 활약한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중심으로한 이야기이다.

 

대망은 끝까지 다 읽어 보지 못하였다. 도중에 읽다가 말았다. 우선 그 방대한 권수에 질렸고, 둘째는 그 이름이 그 이름 같아서 기억을 할 수 없었고 무엇 보다도 시대적 배경을 잘 모르니 재미 있을 리가 없다. 그런 이야기를 인터넷을 통하여 접하게 되었다. NHK에서 방영중인 천지인을 보고서이다.  인터넷 사이트 (http://search.daum.net/search?w=vclip&q=%EC%B2%9C%EC%A7%80%EC%9D%B8&enc=utf8) 에서 우리말 자막 서비스로 올려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지인은 NHK에서 제작하여 방송 하고 있는 대하 시대 드라마이다. 시대적인 배경은 일본의 전국시대이다. 보통 전국시대의 영웅이라 하면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들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런 영웅들이 아니라 지방 영주의 어느 가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군을 평생동안 모시고 전국시대를 헤쳐 나간 어느 가신의 충성스러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에치고의 가신 나오에 가네츠구(直江兼屬) 이다. 에치고는 일본의 중부 해안 지방인 지금의 니이가타현이 본거지이다. 드라마가 가네츠구를 중심으로 전개 되고 있지만 전국시대의 영웅은 다 나온다. 따라서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대망 소설 전체를 읽은 것이나 다름 없다. 그 것도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그리고 설명까지 곁들여서 보는 것이다. 그 때 당시의 의상이나 예법, 전투장면 같은 경우는 소설 보다 더 생생 하고 흥미를 자극 한다. 소설속의 영웅인 전국시대 3인방의 이야기는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은 것 같다. 그들에 관한 수 많은 책이나 에피소드가 회자 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그 중에 관심이 가는  인물이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다.

 

원숭이로 묘사된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조선침략의 원흉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보는 히데요시는 일본을 무력이 아닌 평화롭게 통일한 인물로서 그려 지고 있다. 한 인물을 놓고 양국간의 견해 차이가 나고 있음을 드라마로 확인 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 보는 히데요시는 원숭이다. 오다 노부나가가 히데요시를 부를 때 사루라고 한다. 사루는 일본말로 원숭이 원()자이다. 그러고 보니 드라마에서 생긴 모습도 원숭이 같이 교활하고 얍삽하게 생겼다. 이런 예측불허의 성격을 가진 주군을 잘 모신 결과 히데요시는 가난한 농민 출신에서 출세하여 한 지역을 다스리는 영주가 된다.

 

 

 

 

일본 NHK의 대하 시대드라마 천지인에 나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 하는 과정은 독특 하다. 드라마의 제목이 천지인 인데 아마도 천지인의 조화가 있어야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것 같다.

 

천지인의 의미는

 

드라마에서 보는 천지인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천은 천시(天時)를 말한다.

둘째, 지는 지리(地理)를 말한다.

셋째, 인은 인화(人和)를 말한다.

 

위의 세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인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들 수 있겠지만 드라마에서 보면 먼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첫째로 히데요시는 천시를 타고 났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주군인 오다의 급작스런 죽음과 관계가 있다. 드라마에서 오다는 그의 가신인 아케치의 배신에 의하여 허무하게 죽게 된다. 죽게 된 원인은 그의 급하고 예측불허의 성격에 있다. 가신이 배신 하게 된 동기도 오다의 예측불허의 성격에 모욕을 당했기 때문이다.

 

둘째로 히데요시는 지리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오다가 죽게 되자 히데요시는 원정지에서 무서운 속도로 밤새 달려와 아케치군을 격파 한다. 그리고 오다가 가지고 있었던 모든 권리를 계승 받게 된다. 일본 중심부인 오사카에 성을 쌓고 지리적으로 매우 유리한 위치를 점한다. 전략적 요충지를 선점 하였다는 것이다.

 

셋째로 히데요시는 인화의 천재라는 것이다. 싸움을 하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다. 세치 혀로 상대방을 굴복 시키는 전략이다. 상대진영을 몸소 방문하여 감동 시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드라마에서도 보여 주고 있다. 먼저 나서서 이름을 불러 준다든가 술을 권하는 장면 또는 호들갑을 떠는 장면 같은 것이다. 인간적으로 접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세치 혀를 이용하여 차근 차근 하나씩 적대적인 영주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세치 혀 하나로 일본 전국을 통일 한 것이다. 오다 노부나가가 무력으로 대량 살상 하면서 통일시켜 나가는 과정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일 양국간에 느끼는 관점의 차이는

 

천지인의 드라마는 방영중에 있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 될 지 알 수 없다. 남의 나라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매회 드라마를 봄으로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가장 큰 차이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시각차이이다. 즉 같은 인물을 두고 한일 양국간에 느끼는 관점의 차이이다.

 

우리나라국민들이 생각 하는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매우 부정적이다.  조선침략의 원흉으로서 전국을 초토화한 과대망상증 환자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에 드라마에 묘사된 히데요시는 난세를 헤쳐나가는 교활한 전략가로 그려지고 있다. 더구나 전쟁 없이 세치 혀로 상대방을 굴복 시켜서 전국통일한 히데요시를 전쟁을 끝낸 영웅으로 묘사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일간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보는 관점은 정반대이고 시각 차이는 무척 크다는 것이다.

 

 

 

2009-06-11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