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사는 무상유정천, 색계나 무색계 천상은 낮은 곳
삶을 살아 가면서 매일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몸과 마음으로 느끼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보이는 세상이 있는 줄만 알고 있고 또 들리는 세상이 있는 줄만 알고 있다. 오로지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만 믿는 것이다. 과연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세상만 있는 것일까.
4가지 세상이 있는데
삶의 과정에서 ‘안이비설신의’라는 감각기관이 ‘색성향미촉법’이라는 감각대상에 부딪쳤을 때 마음이 일어나는데 그 마음을 아는 과정을 ‘인식과정’이라고 한다. 마음은 오로지 감각기관에 부딪쳤을 때 만 나오고 또한 아는 것이다.
그런데 감각기관에 부딛치지 않은 세상 즉, 인식과정을 벗어난 세계는 없는 것일까. 내가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해서 다른 세상은 없는 것일까. 불교에서는 그런 세상이 있다고 말한다. 인식과정을 벗어난 세상을 말한다. 그런 세상을 크게 네가지로 나눈다. 즉 네가지 세상이 있는 것이다.
4가지 세상
악처(4)
지옥, 축생, 아귀, 아수라
욕계선처(7)
인간, 욕계6천
색계(16)
초선(3), 2선(3), 3선(3), 4선천(7)
무색계(4)
초선, 2선, 3선, 4선천
일생에 단 한번 일어나는 마음은
존재가 죽으면 위 네가지 세상 어딘가에 재생 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존재가 죽게 되면 금생과 내생을 연결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마음을 ‘재생연결식’이라고 한다. 한 존재에 있어서 오로지 단 한번 밖에 일어나지 않는 이 마음은 ‘바왕가’와 ‘죽음의 마음’을 포함한다.
인식과정을 벗어난 마음 | |
(한생에서는 같은 마음이다) | |
재생연결식 (오직 1번) |
금생과 내생을 연결하는 식 |
바왕가 | 삶의 과정에서 생명이 끝날 때 까지 연속성을 지켜주는 마음 |
죽음의 마음 (오직 1번) |
한 존재의 생에서 마지막 순간에 일어나는 마음 |
출처; http://cafe.daum.net/jetavana
재생연결식은 ‘인식과정을 벗어난 마음’이다. 안이비설신의라는 여섯가지 감각의 문을 통해서 대상을 인식하는 인식과정을 벗어난 마음을 말한다. 이런 인식과정을 벗어난 마음 중의 하나가 재생연결식이다.
어느 한 존재가 죽음을 맞게 되었을 때 세가지의 표상을 본다고 한다. 그 세가지 표상이 다음 생을 결정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임종시의 표상 |
|
업 | 10선업, 10불선업 |
업의 표상 | 업을 행할 때 만났던 대상들 (형상, 도구 등) |
태어날 곳의 표상 | 다음 생에 만나게 될 대상들 |
출처; http://cafe.daum.net/jetavana
세가지 표상중의 하나는 존재가 삶의 과정 중에 지은 업의 결과에 따라 재생이 결정 될 것이다. 해로운 업을 지었다면 악처에 태어 날 것이고, 유익한 업을 지었다면 선처에 태어 날 것이다.
세상도표를 보면
그런 세상 중에 관심을 끄는 세상이 있다. 색계 ‘무상유정천’이다. 무상유정천이 위치해 있는 세상을 도표로 보면 다음과 같다.
세상(Bhumi,부미) |
||||||
세 상 | 영 역 | 수 명 | ||||
무색계 | 4 | 31 | 비상비비상처천 | 84000 대겁 | ||
30 | 무소유처천 | 60000 대겁 | ||||
29 | 식무변처천 | 40000 대겁 | ||||
28 | 공무변처천 | 20000 대겁 | ||||
색계 | 16 | 4선 | 27 | 정거천 | 색구경천 | 16000 대겁 |
26 | 선견천 | 8000 대겁 | ||||
25 | 선현천 | 4000 대겁 | ||||
24 | 무열천 | 2000 대겁 | ||||
23 | 무번천 | 1000 대겁 | ||||
22 | 무상유정천 | 500 대겁 | ||||
21 | 광과천 | 500 대겁 | ||||
3선 | 20 | 변정천 | 64 대겁 | |||
19 | 무량정천 | 32 대겁 | ||||
18 | 소정천 | 16 대겁 | ||||
2선 | 17 | 광음천 | 8 대겁 | |||
16 | 무량광천 | 4 대겁 | ||||
15 | 소광천 | 2 대겁 | ||||
초선 | 14 | 대범천 | 1 무량겁 | |||
13 | 범보천 | 1/2 무량겁 | ||||
12 | 범중천 | 1/3 무량겁 | ||||
욕계 | 11 | 육욕천 | 11 | 타화자재천 | 16000 천상 년 | |
10 | 화락천 | 8000 천상 년 | ||||
9 | 도솔천 | 4000 천상 년 | ||||
8 | 야마천 | 2000 천상 년 | ||||
7 | 삼십삼천 | 1000 천상 년 | ||||
6 | 사대왕천 | 500 천상 년 | ||||
인간 | 5 | 인간 | 정해지지 않음 | |||
악처 | 4 | 아수라계 | 정해지지 않음 | |||
3 | 아귀계 | 정해지지 않음 | ||||
2 | 축생계 | 정해지지 않음 | ||||
1 | 지옥 | 정해지지 않음 |
출처; http://cafe.daum.net/jetavana, 아비담마 길라잡이
무상유정천은 색계 4선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무상유정천에는 어떤 존재가 가는 세상일까.
죽어야 사는 무상유정천
무상유정천은 빠알리어로 ‘아산냐 삿따(asanna-satta)’라고 한다. 한자어로는’ 無想有精(무상유정)’이라 옮긴다. 이 말 뜻은 ‘인식이 없는 중생’이라는 의미이다. 즉 마음이 아예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인식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무상유정천에 태어나는 존재들은 마음과 인식이 모든 괴로움의 근원이라 여기고 인식에 대한 탐욕을 제거 하여 제4선(아비담마에서는 5선)을 닦아서 얻은 결과이다. 그들은 단지 그 곳에서 생명이 있는 육체만을 가지고(생명의 9원소) 태어나서 머물다가 그 수명이 다 하면 다시 다른 곳에서 재생 하게 된다.
생명만 있고 마음(심)과 마음부수(심소)가 없는 그들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들은 마음과 마음의 작용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또 움직임도 없다. 마치 그런 모습이 ‘나무로 조각한 상’과도 같다는 것이다. 그렇게 500대겁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을 사는 것이다.
무상유정천에 사는 존재가 마치 아무 생각없이 잠들어 있는 것과 같이 기나긴 시간 동안 상을 일으키지 않고 마치 죽은 듯이 보내다가 깨어날 때가 있을 것이다. 깨어 난 다는 것은 상(想)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즉 마음과 마음의 작용(심소, 마음부수)가 생겨 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인식한다는 것은 무상유정천의 존재가 죽는 것을 말한다. 죽어야 인식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삶과 죽음이 반대로 되어 있다.
무상유정천과 우연발생론
무상유정천이 죽는 다는 것은 마음과 마음의 작용이 일어나서 상(想)이 생긴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무상유정천에 살았던 존재들이 깨어 나면 욕계에 태어나지 다른 세상에서 태어 나지 않는 다고 한다. 왜냐 하면 일찍이 닦은 정행(定行)의 세력이 다하였기 때문에 능히 다시 선정을 닦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런 무상유정천 중생들이 욕계에 태어 났을 때 주장 하는 것이 ‘우연발생론’이라고 한다.
우연발생론은 부모를 조건으로 태어 나는 것이 아니라 전생의 나는 없었는데 금생의 나가 우연히 생겨났다라는 의미이다. 즉 이들에게 있어서 금생의 태어남은 처음이고 생사윤회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비구들이여,
어떤 사문·바라문 존자들은 우연발생론자들 인데
두 가지 경우로 자아와 세상은 우연히 발생한다고 천명한다.
그러면 무엇을 근거로 하고 무엇에 의거해서
그 사문·바라문 존자들은 우연발생론자들이 되어
두 가지 경우로 자아와 세상은 우연히 발생한다고 천명하는가?"
(범망경, 2.30)
비구들이여,
무상유정(無想有情)이라는 신들이 있다.
그들은 인식이 생겨나면 그 무리로부터 죽게 된다.
그런데 그 중에 어떤 중생들이 그 무리로부터 죽어서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 태어나서는 집을 떠나 출가한다.
집을 떠나 줄가하여
애를 쓰고, 노력하고, 몰두하고, 방일하지 않고, 바르게 마음에 잡도리함을 닦아서
마음이 삼매를 얻는다.
마음이 삼매에 들어
(재생연결)의 인식이 생겨난 것은 기억하지만 그 이상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아와 세상은 우연히 발생한다.
그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나는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존재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고.
비구들이여, 이것이 첫 번째 경우이니,
이것을 근거로 하고 이것에 의거해서
어떤 사문·바라문 존자들은 우연발생론자가 되어
자아와 세상은 우연히 발생한다고 천명한다."
(범망경, 2.31)
색계와 무색계, 어느 곳이 더 수승할까
불교의 세계관에서 천상은 세가지가 있다. 욕계천상, 색계천상, 무색계천상이다. 이들 천상중에 욕계천상은 인도고유의 천상개념을 받아 들인 것이고, 색계천상과 무색계천상은 불교 고유의 천상개념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색계와 무색계 천상중에 어느 것이 더 높다고 볼 수 있을까. 도표를 보면 수명이 가장 많고 또한 정신만 가지고 있는 존재가 사는 무색계 천상이 더 높고 수승해 보일 수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색계와 무색계 천상중에 불교와 가장 밀접한 천상이 ‘색계천상’이라고 한다. 색계천상이야말로 불교의 천상개념을 가장 잘 표현 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색계천상중에 가장 높은 천상이 4선의 ‘정거천’이다. 정거천은 빠알리어로 숫다와사(suddhavasa)라하고 suddha(청정함)과 vasa(거주)의 합성어이다. 한자어로는 淨居(정거)이다. 정거천은 불환과를 얻은 자만이 태어 나는 곳이다. 정거천은 범부들이 결코 태어 나지 못하고 예류자와 일래자도 태어 나지 못한다. 또한 색계 정거천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천상이 색구경천(色究境天)이 있다. 색구경천에 사는 천신들은 그 공덕과 행복을 누림에 있어서 최상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볼 때 무색계천상이 색계천상보다 반드시 더 수승한 곳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불구가 없는 세상은 어디
색계천상에 사는 존재중에 무상유정천에 사는 존재는 인식을 혐오 하여 인식이 없는 세상에 태어 났다고 하였다. 비슷한 이치로 색계에 태어나는 존재는 성(性)을 염오하였기 때문에 성적으로 중성이라 볼 수 있다. 몸이라는 감각기관이 있긴 있되 기능을 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코와 혀도 마찬가지로 기관은 있지만 기능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색계존재가 기능하는 감각기관은 눈과 귀와 정신 세가지 뿐이다.
무색계에 사는 존재는 안이비설신과 같은 몸을 극도로 혐오 하여 정신만 남아 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인간은 6가지 감각기능을 다가지고 있기도 하고 부분적으로 가지고 있기도 하다. 눈의 기능, 귀의 기능이 없는 존재도 있기 때문이다.
악처에 태어나는 중생의 감각기관은 어떠 할까. 지옥이나 축생, 아귀, 아수라와 같은 존재들은 불구가 없다고 한다. 모든 감각기능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고통을 받아들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감각기관 | ||||||
안 | 이 | 비 | 설 | 신 | 의 | |
무색계 |
무 |
무 |
무 |
무 |
무 |
유 |
색계 |
유 |
유 |
무 |
무 |
무 |
유 |
욕계천상 |
유 |
유 |
유 |
유 |
유 |
유 |
인간 |
유/무 |
유/무 |
유/무 |
유/무 |
유/무 |
유 |
악처 |
유 |
유 |
유 |
유 |
유 |
유 |
욕계천상과 색계와 무색계는 너무 행복해서 수행할 마음이 일어 나지 않고, 악처 세상은 너무 고통스러워서 수행할 겨를이 없다. 그러나 행복과 불행이 수시로 교차 하고 있는 인간만이 수행을 할 수 있고, 그 수행을 통하여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서 궁극적으로 열반과 해탈의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색계나 무색계는 낮은 곳
세상도표를 보면 색계 2선 이상의 존재는 대겁을 산다. 특히 무색계의 비상비비상처에 사는 천신의 수명은 8만4000대겁이다. 이렇게 오래 살아도 이들 존재를 중생이라 부른다. 깨달은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수명이 다하면 또 그 동안 지은 공덕을 다 까 먹었기 때문에 내려 와야 한다. ‘위빠사나 수행자의 근기를 돕는 아홉요인’이라는 책을 보면 이를 두고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 저 낮은 범천의 세계에 그가 태어났다”
여기서 범천은 색계 초선천을 말한다. 사실 범천은 매우 높은 세계이다. 그 곳에 있는 존재들은 항상 자애, 자비, 기쁨, 평정심과 함께 희열에 가득차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 곳을 ‘낮은 곳’이라고 하였다. 왜 낮은 곳이라고 하였을까. 아무리 높고 수승한 곳에 태어 났다 하더라도 윤회에서 벗어 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8만4000대겁을 사는 비상비비상처에 사는 존재라도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의 법을 얻지 못하였다면 여전히 낮은 곳에 있다고 하는 것이다. 비록 그들이 선정수행을 하여 4선의 경지에서 신통까지 얻었다고 할지라도 무상 고 무아를 통찰하여 윤회의 고리를 끊어 버리지 못하는 한 그들 존재는 여전히 낮은 세계와 연결 되어 있는 것이다.
미얀마에 이런 속담이 있다고 한다.
“범천에서 빛나더라도 돼지우리에서는 꿀꿀 거리네”
몸에서 나는 빛으로 번쩍이는 광채로 가득한 범천에서의 삶이 끝나고, 그의 선업의 결과와 선정의 힘이 다하면 그 즉시 돼지와 같은 축생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법(正法)의 시대란
색계와 무색계 세상은 선정수행을 통하여 갈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아무리 오래 살고 행복이 가득한 세상이라고 하여도 유신견으로 대표 되는 10가지 족쇄를 풀지 못하였다면 윤회계를 벗어 나지 못하는 개개의 인간들이란 뜻의 뿌투자나(puthujjana), 즉 범부의 단계를 벗어 나지 못한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이 살아 있는 정법시대에 태어난다면 굳이 색계나 무색계의 천상에서 한 없는 세월을 보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정법기간은 너무나 짧다는 것이다. 색계 초선천 까지 우주가 불에 의하여 주기적으로 파괴 되고 또 정법이 머무는 기간은 그야말로 찰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게 무량한 암흑의 세월을 보내다가 또 다른 부처님이 출현하셔서 또 정법을 펴곤 한다는 것이다. 고따마 붓다를 포함하여 과거 부처님들이 출현하여 정법을 폈다면 그 내용은 어떤 것일까. 상좌불교에서는 말하는 정법시대는 보통 다음의 3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부처님의 말씀이 담긴 경전이 있는 시대이다. 부처님께서 직접 설하신 '니까야' '아미담마'와 같은 빨리어 경전이 전해지고, 그 경전에 대한 주석서등 '교학'이 있으면 정법시대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둘째,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실천수행을 할 수 있는 '팔정도'가 있으면 정법시대이다. 팔정도는
셋째, 깨달음을 통하여 열반을 성취한 성자인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이 있으면 정법시대이다. 열반을 성취한 성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빨리어경전과 위빠사나 수행이 함께 있다는 이야기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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