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하게 ‘원두커피’ 맛을 알게 되면서, 언젠가 ‘차’맛도
우연하게 원두커피 맛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원두커피를 마셔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주로 1회용 커피믹서를 뜨거운 물에 타서 마셔 왔는데 어느 순간 그만 두게 되었다. 문제는 물을 끓이는 급탕기에 있었다. 거의 2년 가까이 사용한 급탕기는 싸구려 중국산 제품이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 급탕기는 물을 매우 신속하게 데웠다. 그런데 전부터 느낀 사항은 이물질에 대한 두려움 이었다. 바닥은 쇠붙이고 용기는 플라스틱인데 거의 매일 사용하다시피 하다 보니 청소할 기회가 없었다. 사용설명서에는 식초를 사용해서 행구어 주라고 하였으나 그럴 여유가 되지 않아 그대로 계속 사용 하였다.
그런 어느 날 끓인 물에 부유물 같은 것이 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자 더 이상 커피를 타서 마시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 한번 신뢰를 잃으면 더 이상 쳐다 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그 날로 다시는 급탕기를 사용 하지 않았다.
새로운 급탕기를 사기 위하여 할인점에서 발견한 것은 겉 보기에 매우 위생적으로 보이는 급탕기를 발견 하였다. 용기가 유리와 같이 투명해 보이고 무엇 보다도 본체와 분리 되어 있어서 청소하기가 좋을 듯 하였다. 가격은 중국산 급탕기 보다 더 비쌋지만 위생을 생각한다면 그 까짓 차이는 문제 되지 않았다.
새로산 급탕기를 사용하기 위하여 뚜껑을 열었는데 구조가 생각한 것과 달라 보였다. 자세히 보니 ‘커피 메이커’ 이었던 것이다. 급탕기를 산다는 것이 커피메이커를 산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원두커피로 바꾸어 보기로 하였다. 그래서 원두 커피를 사게 되었다.
원두도 원두 나름이었다. 원래의 커피열매라는 의미의 원두는 원두 그 자체로 파는 것도 있고 갈아서 파는 것도 있었다. 갈지 않은 원두를 선택하였을 때 그 자리에서 갈아 주기도 한다. 원두를 가는 기계가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터’라는 용지를 사용해야 된다는 것도 알았다.
이렇게 커피믹서와 원두와 필터가 다 갖추어 지게 되었다. 이제 직접 원두커피를 만들어 마시면 되는 것이다. 일러준 대로 필터를 넣고 그 위에 원두 한 스푼을 올렸다. 그리고 바로 옆의 통에 물을 넣었다. 그리고 전원을 넣고 기다리자 물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맛과 향기가 그윽한 원두커피가 완성 되었다.
이제까지 자판기 커피나 급탕기로 끊인 봉지커피를 마셨다. 그렇다고 하루에 여러 잔 마신 것은 아니었다. 하루에 한잔 내지 두잔이 고작이었다. 왜냐하면 너무나 자극이 심했기 때문이다. 특히 ‘프림’이 들어 갔을 때 마시고 나서 속이 불편한 경우가 많았다. 어느 날은 설탕이 너무 달아서 한 모금 마시다 버리는 경우가 허다 하였다. 이렇게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프림과 설탕이 항상 변수로 작용 하였다.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은 날에 마시는 커피는 매우 쓰고 달아서 마치 ‘독극물’을 마시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원두커피로 바꾸고 나자 마치 숭늉을 마시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자극도 없을뿐더러 달지도 안았기 때문이다. 또 프림이나 설탕이 전혀 들어 가지 않아서 원두 그 자체에서 나오는 맛과 향기는 마치 한약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급탕기의 교체와 함께 우연하게 원두커피 맛을 알게 되면서 느낀 사항은 너무 한가지만 집착 하고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 저것 시도해 보고 자신에게 가장 맞는 방법을 찾아 가면 되는 것이다. 지금 원두에 맛을 들여서 열심히 마시고 있지만 원두 보다 더 그윽하고 깊은 맛이 있는 기호품이 있을지 모른다. 아마도 그 것은 ‘차맛’이 될 것이다. 그 차맛도 인연이 되면 또 접하게 될 것이다.
진흙속의연꽃
'진흙속의연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지불교의 현실을 매섭게 비판한 댓글, 한국불교의 자기정체성 제고 (0) | 2009.10.05 |
---|---|
아침 햇살에 보는 나팔꽃, 팽팽한 꽃잎에서 보는 생명력 (0) | 2009.09.26 |
신대승운동보다 신불교운동을, 동네에 사찰이 제로인 현실에서 (0) | 2009.09.24 |
불교학을 난자하는 기독교학자들, 무아윤회 대신에 천지창조의 진위여부를 (0) | 2009.09.20 |
블로그와 추천하기 그리고 애드클릭스, 무엇을 위하여 글을 쓰는가 (0) | 2009.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