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수행자의 4가지 필수품, 생계수단인가 생계청정에 관한 계인가

담마다사 이병욱 2010. 3. 19. 12:04

 

수행자의 4가지 필수품, 생계수단인가 생계청정에 관한 계인가

 

 

 

불자들이 좋아 하는 노래 중에 빠알리어 가사로 된 자비송(metta sutta)’이 있다. 그 노래 중에 ‘4가지 필수품을 보시해준 이(Amhakam catupaccaya dayaka)’라는 문구가 있는데 4가지 필수품은 무엇일까.

 

남방상좌불교에서 4가지 필수품은 옷, 음식, 거처, 약품을 말한다. 수행자가 살아 가는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요소라 하여 필수품이라 한다. 모두 의식주와 관련되어 있는 이 필수품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최소한으로 요구 된다.

 

누더기옷을 입은 스님

 

간혹 우리나라 스님중에 누더기옷을 입은 경우를 볼 수 있다. 예전에 성철스님이 그러하였고, 불교TV에서 본 외국인 스님인 현각스님도 누더기 옷을 입고 있었다. TV에서 또는 길거리에서 누더기를 대서 입은 승복을 종종 본다.

 

그런 누더기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분소의를 떠 올리지 않을 수 없다. 빳빳하게 풀 먹인 고급소재의 승복과 달리 분소의는 공동묘지에 버려진 천조각을 기워서 만든 옷이다.

 

청정도론에 따르면 분소의는 공동묘지에 버려진 천조각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천으로 만든 옷을 말한다.

 

 

공동묘지에 버려진 것, 상점 앞에 버려진 것, 길거리의 천조각, 쓰레기더미에서 발견된 것, 해산할 때 사용한 것, 욕실에서 입었던 것, 공동묘지에 가고 올 때 입었던 것, 불타다 남은 것, 소가 씹은 것, 개미가 쏜 것, 쥐가 갉아 먹은 것, 단이 떨어진 것, 가장자리가 떨어진 것, 깃발로 사용했던 것, 탑에서 얻은 천조각, 사문의 옷, 관정할 때 사용했던 것, 신통으로 만든 것, 골목에서 얻은 것, 바람에 날려 온 것, 신들이 선사한 것, 바닷가에 버려진 것.

 

 

이런 종류의 옷을 주워서 자른 뒤 헤진 부분은 버리고 성한 부분은 빨아서 옷을 만든 것이 분소의라 한다.

 

따라서 보시한 옷은 버리고 이런 분소의를 입어야 진정한 두타행을 실천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수행자에게 옷은 추위로부터 보호함 등이고 그 이상은 아니다. 또 파리, 모기, 햇빛, 바람 등으로부터 보호 하고, 부끄러운 곳을 가리기 위한 불가피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탁발을 하는 이유는

 

수행자들은 생산적인 일에 종사 하지 않기 때문에 음식도 탁발에 의존 한다. 탁발이라는 뜻은 무엇일까. 청정도론에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비구가 탁발을 할 때 발우 속에 떨어지기 때문에 탁발음식(pindapata,덩이가떨어진 것)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혹은 덩이들의 떨어짐이 탁발음식이다.

 

 

이런 탁발은 재미 삼아 하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긍지를 드러내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포동포동 살찌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예뻐지기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다.

 

 

 

 

스리랑카의 탁발(Pindapata)

사진 http://sribodhiraja.org/aboutus.html

 

 

 

탁발을 하는 이유는 4대로 이루어진 이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삶의 과정이 끊어 지지 않기 위해 오랫동안 존속 하기 위해 이 몸을 지탱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탁발을 하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생명기능을 유지 하기 위하여 탁발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수행자에게 있어서 거처란

 

수행자에게 있어서 거처란 무엇일까. 절에서든 저택에서든 눕는 곳이 침상이고, 앉는 곳이 좌구라는 것이다. 이를 거처라 하는 데 오직 기후의 변화에서 생기는 위험을 없애고 한거하기가 적합한 곳이면 어디든 거처인 것이다.

 

마치 옷을 수용 하는 것이 부끄러운 곳을 가리는 목적에 있듯이, 거처 하는 곳 또한 추위와 같은 부적절한 기후로부터 몸을 보호 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런데 그런 거처도 다음의 두가지 사항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가 드러난 위험장소를 피하는 것이다.

사자나 호랑이가 출몰하는 장소 같은 경우이다.

 

둘째, 숨겨진 위험장소를 피하는 것이다.

탐욕이나 성냄을 일으키는 장소를 말한다.

 

 

 

4가지 필수품 중에 약품이 있다. 그런데 약품은 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 bhesajja)은 의사가 허가한 것을 말한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사가 허가 한 것을 약이라고 한다. 그런 약에는 환자의 회복을 위하여 의사가 허락한 기름, , 버터기름과 같은 음식이 될 수도 있다.

 

(, parikhara, 資具)은 보조적인 품목을 말한다. 이 것은 장비와 보조적인 품목을 말한다. 이 것은 괴로움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 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생명을 연장할 기구이기 때문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약품은 이와 같이 환자를 치료 하는 약과 품(자구)으로 구분 되는 것이다. 이런 약품은 의사가 허가해야 수용 할 수 있는 것이다.

 

 생계를 유지 하는 수단으로

 

수행자에게 있어서 4가지 필수품은 살아 가는데 있어서 최소한 수용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생계를 유지 하는 수단으로 활용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런 사항에 대해서 청정도론에서는 생계청정이라는 말을 사용 하였다.

 

생계를 원인으로 하고, 생계를 이유로 하여 수행자가 범할 수 있는 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생계청정에 관한 계

 

      

   

1

높은 법을 얻었노라 지껄인다.

바라이죄

2

중매를 한다.

승잔죄

3

당신의 절에 살고 있는 비구가 아라한이다’라고 말한다.

조죄

4

비구가 아프지 않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청탁하여 먹는다.

단타죄

5

비구니가 아프지 않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청탁하여 먹는다.

회과죄

6

아프지 않으면서 자기를 위해 국과 밥을 부탁하여 먹는다.

악작죄

 

 

 

이 중 세번째 당신의 절에 살고 있는 비구가 아라한이다고 말하는경우 자기를 지칭해서 한 것인 줄 듣는 이로 하여금 알게 하는 경우이다. 이런 계략과 암시을 이용하여 신도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수레에 가득 실어 오게

 

신도들이 절대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신도들이 다음과 같이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스님은 참으로 욕심이 적으시구나. 아무것도 받기를 원하지 않으신다. 만약 작은 어떤 것이라도 받아 주신다면 우리에게 얼마나 행운일까!”

 

 

이런 신도들에게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호의를 배푸는 척 하면서 4가지 필수품등을 받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은 다음과 같다.

 

 

보시할 물건이 있을 때보시 받을 만한 사람이 있을 때 신심있는 선남자는 복덕을 쌓습니다. 당신들에게 신심이 있고, 보시할 물건이 있고, 보시를 내가 받을 내가 있습니다. 만약 내가 보시를 받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복덕을 놓쳐 버리게 될 것 입니다. 이 것은 나에게는 필요치 않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에게 호의를 배풀기 위해 받습니다.

 

 

이것이 청정도론에 나오는 전형적인 계략과 암시와 위선행위이다. 그 다음부터 이런 위선은 그것을 수레에 가득 실어 오게 만든다는 것이다.

 

절에서 사주와 점으로 생계를

 

비단 이런 암시와 위선이 고대불교에만 있었다고 볼 수 있을까.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현상은 많이 목격 할 수 있다. ‘득도했다든가 어떤 영적 능력이 있는 것처럼 말하면서 보시의 공덕에 대하여 칭찬 한다. 또 타종교와 비교 하면서 불자로서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부처를 팔아 매불 하는 행위는 고대나 지금이나 하등의 다를 바 없다. 천도재와 같은 방편불교’, 각종 기도로 인한 기복불교는 물론 절집에서 점보는 행위 같은 것이다.

 

특히 점보는 행위는 5세기에 쓰여진 청정도론에도 소개되고 있다. 범망경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기 어떤 훌륭한 사문과 바라문들이 신심으로 보시한 공양을 먹고 다음과 같은 하천한 재주를 부려 삿된 생계를 꾸린다. 즉 손금보기, 예언, 꿈 해몽, 관상, 쥐가 파먹은 옷의 구멍에 따라서 점치기, 불을 섬김, 주걱으로 헌공함이다.

(범망경, D.i.9)

 

 

절에서 사주를 봐주고 점을 봐주는 행위로 생계를 꾸려 가는 것을 하천한 재주로 보고 있다.

 

이런 삿된 생계는 위의 여섯가지 학습계율을 어길 뿐만 아니라 계략, 쓸데 없는 말, 암시, 비방, 이득으로 이익을 추구 하는 행위 등이 모두 이런 삿된  법 때문에 생긴 다는 것이다.

 

전국시대를 연상시키는 종단정치

 

네가지 필수품에 의존 하여 살아가는 수행자는 부처님 당시부터 내려 오는 아름다운 전통이다. 그런 전통이 남방상좌불교에서는 남아 있지만 북방대승불교에서는 실종 된 듯한 느낌이다. 그런 이유로서 수행의 목적을 들 수 있다.

 

초기불교의 수행자들은 열반하여 해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따라서 선업이든 악업이든 일체 업을 짖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소유청정한 삶을 살아 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계청정을 비롯한 7청정을 닦을 수 있는 것이다.

 

 칠정정과 16단계의 지혜을 닦아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이 되어 열반 해탈 하려는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 된다.

 

반면에 북방대승불교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보살사상이다. 세세생생 살아가면서 중생구제라는 원력을 강조 하다 보니 무소유와 청정함은 그다지 강조 되지 않은 듯이 보여진다.

 

그래서일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종단정치의 양상을 보면 마치 전국시대를 연상하게 한다는 어느 교계 인터넷신문 기자의 글도 볼 수 있었다.

 

 

작금의 조계종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 춘추시대와 전국시대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마치 조계종을 휩싸고 있는 봉건적 구조가, 또 금력을 바탕으로 활개하는 토호들의 정치 세력화가 공공연하게 펼쳐지고 있는 현상이 저 옛날 중국의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 넘어가는 것을 보고 있는 듯한 암울함으로 다가오고 있다면 과민일까.

(이학종 컬럼, http://www.mediabuddha.net/detail.php?number=5296&thread=24r24)

 

 

이에 대한 댓글에서 스님으로 보이는 글도 인상적이었다.

 

 

중들이 불법 문중에 들어와서 법 있는 줄을 안다면 어디 저렇겟습니까. 세속에서 어쩌다 인연이 되 절감에 들어 왔다가 눈에 뵌 것이 저런 것들 뿐이니 자기안에 부처는 등지고 속인도 안하는 짓을 일삼으니 어쩌겠소 승속을 막론하고 불법있음을 귀히여겨 한사람이라도 발심하여 부처의 바른 법을 드러 내는 일이 중요 하다고 봅니다. 오히려 저런 이들을 보고 원력이 더 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바른 법 회복하여 세상의 시끄러움을 법음으로 바꿔 봅시다.()

(글쓴이 ;출가 사문의 소식)

 

 

전국시대를 연상케 하는 종단정치와 일부 정치승들로 인하여 불교의 미래를 암울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때 초기불교의 부처님당시의 수행자들이 네가지 필수품에 의존 하여 생활하는 이야기를 보면 한국불교가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느낌이 든다.

 

 

 

201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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