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흙푸대집에서 사는 그가 부럽다, 도시탈출한 어느 귀농인을 보고

담마다사 이병욱 2010. 3. 27. 09:00

 

흙푸대집에서 사는 그가 부럽다, 도시탈출한 어느 귀농인을 보고

 

 

 

일의 특성상 대면 없이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로 전화와 메일을 통해서 일을 하다 보니 상대방의 얼굴과 마주 하는 일이 별로 없다. 하는 일이 컴퓨터 작업이라 1주일을 넘지 않고, 일회성이 많아 수 많은 고객들을 상대 하지만 얼굴을 대면 하며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종종 고객이 방문 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개인적으로 일을 부탁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음 대면 했을 때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는 사항은 목소리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 개인 중에 봉화에서 올라온 사람이 있었다.

 

봉화에서 온 귀농인

 

경북 봉화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점심 무렵에 도착한 그 사람은 귀농인이었다. 서울에서 살다가 5년전 가족과 함께 경북 봉화에 터전을 잡았다고 한다.

 

그는 평소 전원생활을 동경하여 은퇴하면 실행 하려 하였으나 계획이 앞당겨졌다고 한다. 그렇게 앞당겨 시골생활을 하게 된 동기는 아내와 의견이 맞았기 때문이라 한다.

 

아내는 자원하여 지방으로 전근하여 직장을 다니고 있고, 자신은 구입한 토지에 농사를 짖고 있다고 하였다. 농촌에서는 농사 이외에 별다른 수입이 없기 때문에 둘 중에 한 사람은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어야 정착 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한다. 농촌에서 농사만 지어서 벌어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에 선뜻 귀농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한다.

 

자신은 다행히도 아내가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한결 낫다고 한다. 그렇게 시골 생활을 하는 이유는 시골에서 생활 하는 것이 좋고, 무엇 보다 부부가  서로 바라는 일이었다고 한다.

 

돈 쓸 일이 없는 시골에서

 

그가 하는 일은 직접농사를 짖기 보다 좀 더 부가 가치 있는 일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런 일로 인하여 업무적으로 서로 인연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부가가치가 있는 일 이외에 그는 시골에 정착 하여 자신의 땅에 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이제까지심은 나무가 1000주 가량 되는데 관상용인지  유실수 인지 첫만남을 통하여 너무 많은 것을 물어 볼 수 없었다. 봉화가 사과로 유명하니 아마도 유실수 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는 한창 일할 나이이다. 지적인 이미지이지에다 얼굴은 맑고 매우 선하게 생겼다. 시골에서 사는 사람 답게 손은 투박 하고 굳은 살이 박혀 있다. 시골에 살다 보면 온갖 집안일을 다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시골에서 살면서 돈 들어 갈 일이 별로 없다고 한다. 먹는 것 외에는 돈 쓸 일이 별로 없는데 아이 교육도 그렇다고 한다. 아이들이 귀한 시골 학교에서 체육복등을 비롯하여 웬만한 교재는 무상으로 주기 때문에 아이에게 돈 들어갈 일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영어과외를 시켜 주고 있는데 선생님은 이웃 동네 필리핀 출신 여성이라 한다. 그곳에서도 다문화 가정이 있어서 필리핀 출신여성이 한국으로 시집와 살고 있는 것이다.

 

영어가 유창한 필리핀 아줌마에게 아이들 영어 교육을 맡기고 지불 하는 돈은 8만원이라 한다. 도시에서의 교육비와 비교 하면 얼마 되지 않은 금액이지만 농촌에서는 무척 큰 돈이라 한다.

 

먹을 것 외에 별로 쓸 것이 없는 농촌 생활에서 한 달에 쓰는 생활비는 30만원에서 50만원사이라 한다.

 

흙푸대로 만든 집에서

 

그의 집은  공장과 같은 산업시설이 결코 들어 올 수 없는 지역으로서 도로변 산골에 있고, 마을에서 약 500~600미터 떨어진 독립가옥이라 한다. 집을 지을 때 마을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 주었고, 김치등 여러가지 도움을 주어서 서울과 다른 인정을 느꼈다고 한다.

 

그가 사는 곳은 사람구경 하기가 힘든 지역이고 어쩌다 사람이 찾아 오면 두렵기 보다 무척 반갑다고 한다. 그런 그가 사는 집은 일반적인 흙집도 아니고, 황토집도 아니고 흙푸대로 만들어진 집이라 하니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쌀푸대 같은 자루에 흙을 집어 넣고 담을 쌓듯이 쌓아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벽이 무척 두텁다고 한다. 60~80cm 정도 되어서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고 한다.

 

지붕은 목재로 되어 있고 외벽은 모두 두터운 흙푸대로 되어 있어서 마치 토굴 같은 느낌이라 한다. 안에 들어가 있으면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 되어서 무척 고요하다고 한다.

 

집은 방2개에 거실로 이루어져 있는데 거실을 크게 했다고 한다. 소문을 듣고 종종 찾아 오는 사람들이 종종 머물다 가기도 하는데 여유가 있다면 게스트 하우스라도 만들려고 생각 하고 있으나 아직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흙푸대집의 난방은

 

난방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 보자 목탄에 의존 한다고 한다. 기름보일러도 아니고, 연탄보일러도 아니고, 전기로 난방 하는 것도 아니라 나무를 때서난방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난방용 목재는 지천에 널려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설령 한트럭분 뗄감용 목재를 산다고 해도 그다지 큰 돈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나무를 때서 난방을 하지만 조금도 춥지 않다고 한다. 워낙 두터운 흙푸대집이라 쉽게 식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몸이 피곤할 때 따뜻한 구들에서 잠을 자고 나면 그렇게 개운 할 수 없다고 한다.

 

흙푸대집은 여름에도 시원하여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필요 없다고 한다. 벽이 워낙 두텁기 때문에 열기를 차단 해 주어 오히려 싸늘하기 까지 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흙푸대집은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고, 외부의 소음을 완벽 하게 차단 시켜 주어 마치 동굴속 같이 아늑한 분위기를 준다고 한다.

 

 

흙푸대집의 이미지는

 

말로만 듣는 흙푸대집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검색을 해 보았다. 아직까지는 생소한 용어이다. 일부 소개 되어 있지만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영문판 위키피디아를 보면 흙푸대집을 어스백 콘스트럭션(Earthbag construction)’으로 소개 하고 있다. 어스백하우스(earth bag house)라고도 하는 흙푸대집은 또 다른 말로 흙튜브집이라고 한다. 이 공법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이미 외국에서는 유행 하고 있는 듯 하다.

 

흙푸대집은 매우 견고하고 빨리 집을 지을 수 있는 공법이라고 소개한다. 또 군대에서 벙커를 짖는 기법이 도입된 자연친화적 건축물이고, 물을 막기 위해서 제방을 만드는 것과 같은 기법을 사용 한다고 한다.

 

그런 흙푸대집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외국의 경우

출처 http://peswiki.com/index.php/Directory:Tim_Hall's_Earth_Ship_Home

 

 

 

 

 

 

한국의 경우

10 http://cafe.daum.net/ju3300

 

 

 

누구나 한 번쯤 도시탈출을

 

누구나 한 번쯤 도시탈출을 꿈꾼다. 지금 당장 떠나지는 못하지만 이 다음에 은퇴한 다음에 또는 돈을 많이 번 후에 산 좋고, 물 맑고, 공기 좋은 전원에서 자연과 함께 자연의 흐름대로 살기를 바라는 것은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생활이다.

 

그러나 실제로 농촌생활은 도시인이 생각 하는 그런 낭만적인 생각과 거리가 멀 다는 것이다. 농사짓기부터 시작 하여 텃발일구기, 난방, 상하수도문제, 집수리등 하나에서 부터 열까지 자신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에 어지간히 부지런 하지 않으면 생활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봉화에서 온 그 사람의 손마디가 온통 굳은 살이 배겨서 도시의 사는 사람들의 희고 부드러운 손과 너무나 대비 되었다. 그런 손을 보면 은퇴한 뒤에 노년이 되어 농촌생활을 한다는 것은 무리라 생각 된다. 가진 재산이 많아 무위도식하면서 지내는 사람을 제외 하고 생활인으로 살아가는 귀농인들은 삶자체가 도시생활 못지 않은 치열한 생존경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전원에서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던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일 것 이다. 봄이 되면 지천에 깔려 있는 냉이와 같은 나물을 채취하여 먹을 수 있고, 여름이면 녹색과 함께, 가을이면 단풍, 겨울에 하얀 눈등 자연의 극적변화와 함께 자연의 흐름에 맡겨 사는 맛을 알게 되면 도시의 딱딱하고 거친 생활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나지 않을 정도라 한다.

 

초면에 너무 많은 것을 알 수 없었다. 일로 인하여 맺어진 인연인데 서로 도움을 주고 받자고 약속 하였다. 나중에 봉화 근처를 지나게 되면 꼭 들르라고 말한다. 또 흙푸대집에 대하여 관심이 있다면 도움을 주겠다고 말한다.

 

자연의 흐름에 맡겨서 살며, 자연친화적인 흙푸대집에서 마치 구도자처럼 삶을 살아 가는 그가 너무나 부러웠다.

 

 

 

2010-03-27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