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서당식 강원교육과 암호문같은 한문경전, 승가대학 교과과정 개편안을 보고

담마다사 이병욱 2010. 4. 10. 12:03

 

서당식 강원교육과 암호문같은 한문경전, 승가대학 교과과정 개편안을 보고

 

 

 

 

 

 

 

불자인지 아닌지 판가름 하는 기준이 반야심경을 외는 것이라 한다. 불자이긴 하지만 얼마나 신심 있는 불자인지 판가름 하는 기준은 천수경을 외는 것이라 한다. 신심이 있으면서도 공부도 열심히 하는 불자인지 알려면 매일 금강경독송하는지 본다는 것이다.

 

이들 경전들은 우리나라 불자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생활경전이다. 그런데 그런 경전들이 모두 한문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문의 뜻을 정확히 알고 그 의미를 되새기면서 독송 하기 보다 노래 부르듯이독송삼매경에 빠져 자동적으로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볼 수 있다.

 

300여 년 만에 바뀌는 것

 

한국불교를 대표 하는 장자종단인 조계종에서 승가교육체계를 대폭 바꾼 다고 한다. 무려 300여년간 유지 되던 전통강원 방식의 교육이 현대사회에 맞는 교과과정으로 전면 개편 된다는데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이 교재의 한글화초기불교경전의 도입이다.

 

이제까지 어려운 한문과 대승경전위주로 짜여진 프로그램에서 과감히 탈피 하여 시대와 함께 하겠다는 의지로 보여 진다. 늦게나마 시대의 조류에 따라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시대에 끌려 가는 듯한 인상은 지울 수 없다

 

한국불교의 쇠퇴 원인

 

이를 두고 지난 2009년말 일아스님은 승가교육은 백지에 새로 짜야 합니다.’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저의 주장은 수백 년 내려온 서당식 현 강원 교육은 스님들을 무능력자로 배출한다는 사실입니다.

 

 

일아스님은 수 백년 내려온 강원교육에 대하여 서당식교육이라고 혹평하였다. 현실과 동떨어진 교재로 죽은 교육을 시킨 결과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무능력자만 양산 하여 왔다는 것이다.

 

또 한문으로 된 교재로 공부하면 한문의 어려운 글자를 해독 하는데 시간을 다 보내어서 난자만 습득하여 배우는 서당식 교육이 한국불교의 쇠퇴의 원인이었다고 한문교재의 폐단에 대하여 강력히 성토 하고 있다.

 

암호문과 같은

 

이런 현상에 대하여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법인스님은 불교평론에서 다음과 같이 한문교재의 폐단에 대하여 지적하였다.

 

 

현재의 강원교재는 암호문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현재의 승가대학 학습 내용은 어려운 한문 교재를 읽고 해석하는 데 급급할 뿐 정작 텍스트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이해는 부진할 수밖에 없다.

(불교평론 http://www.budreview.com/news/articleView.html?idxno=939)

 

 

한문으로 된 강원교재는 암호문과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도교수가 해석해 주지 않으면 단 한 줄도 이해할 수 없다니 기가 막힌 현실이다. 그런 텍스트를 가지고 공부 하다 보니 해석에만 매달릴 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이해는 다음 문제라는 것이다.

 

서당식 공부가 좋다는데

 

그럼에도 불구 하고 서당식 강원의 장점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스님도 있다. 월호스님의 지혜는 모두 선정에서 나온다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처음에 출가해서 행자 생활하니까,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데, 하루에 서너 줄 공부하고 끝이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그걸 외우는 것이었다.

 

 

출가 하여 강원에 들어 갔더니 한자로 된 초발심자경문을 하루에 서너줄 공부 하는 것이 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계를 받고 강원에 입학 했더니 치문반 시절에 치문경훈(緇門警訓)’이라는 책 한 권을 가지고 일 년 내내 본다고 하였다. 기껏해야 하루에 한문 넉줄 내지 다섯줄 공부가 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원의 전통교육방식에 대하여 나름대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러다 보니까 차츰 차츰 느껴지는 게! 이게 진정한 공부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학다식(博學多識)하게 이것저것 보고 듣고 얘기하고 세미나 발표하고 이러고 다닐 때에는 뭔가 많이 아는 것 같아도, 진정 아는 게 없었다. 온전한 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몇 줄이라도 그것을 하루 종일 외워가지고 정말 내 것으로, 음식을 씹되 백 번 이백 번씩 씹는 것처럼, 완전히 소화하다시피 하니까 진정 내 것이 되었다. 또한 번뇌 망상이나 시비 분별심, 알음알이는 차츰 차츰 쉬어가는 것을 느끼게 됐다. 실제로 무언가를 외우는데 집중하다보면 망상을 떨 시간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공부는 쉬어가는 공부이고, 쉬어가는 공부를 통해서 청정한 지혜가 나온다고 하는 것이다.

 

 

이것 저것 많이 아는 공부를 할 것이 아니라 한문 몇줄이라도 외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공부가 중요 하다고 말하고, 이것은 분별심과 알음알이를 놓아 버리고 쉬어 가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렇게 강원의 전통적인 공부 방식에 대하여 예찬하는 경우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국어 원전과 다름없는 한문

 

세속에서 공부를 많이 하고 지적인 능력이 있는 경우 한문해독이 가능해서 분별망상을 놓아 버리고 쉬어 가는 공부가 가능 할지 몰라도 한문을 모르는 세대들은 한문교재는 그야 말로 외국어 원전과 다름없다. 문자로만 남아 있는 죽은 언어에 불과한 한문교재는 마치 산스크리트어와 다름 없는 외국어 원전과도 같다는 것이다.

 

강원에서 하는 한문 교재의 대부분은 대승경전이라 한다. 특히 1학년 때 배우는 치문이라는 과목은 중국의 역대 선지식들의 유문을 편집한 책이라 한다. 또 불교에 처음 입문하여 배우는 책이 초발심자경문인데 이책은 옛날 스님들의 글만 들어 있다고 한다.

 

치문이나 초발심 자경문 그 어디에도 부처님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나 가르침은 들어 있지 않다고 한다. 불교에 입문한 스님들에게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은 가르치지 않고 중국의 스님들의 이야기나 옛스님들의 가르침을 우선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이제까지 서당식 강원교육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스님들이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하여 모를 수 밖에 없고, 어려운 한문 독해 때문에 책과도 자연 스럽게 멀어져 설법조차 할 수 없는 무능력자만 양산 되어 왔다는 것이다.

 

조계종 교육원의 개편안을 보니

 

그런 현상을 타개 하기 위하여 조계종 교육원에서 한문경전교육을 탈피 하여 한글교재를 도입하고, 초기불교과목을 도입하여 시대에 맞추어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변경전과 변경후의 내용을 표로 만들어 보았다.

 

 

승가대학 교과과정 개편안

학년

현승가대학 교육과정

개편안

과목

내용

과목

내용

1

학년

치문과

치문

중국의 역대 선지식들의 유문을 편집한 책

초기&아비달마 불교

부처님 생애, 초기불교교리, 아비달마개론

禪學 개론, 禪 사상사

계율과 불교윤리

계율학 개론, 사미() 율의

불교사

세계불교의 역사와 현황Ⅰ

교양

컴퓨터 실습, 문학 및 작문 연습

2

학년

사집과

서장

대혜종고 스님이 선의 질문에 답한 편지글

아비달마&대승불교의 이해

구사론, 청정도론, 대승불교 개론, 중관, 유식

도서

중국 규봉 종밀스님의 중국 선 사상의 형성

禪典 개설, 禪 수행론

선요

중국 고봉 원묘 스님의 선법의 요의를 적은 책

계율과 불교윤리

초기승단의 불교윤리, 초기 승단의 생활 규범

절요

보조국사 지눌의 선의 정혜쌍수를 말한 책

불교사

세계불교의 역사와 현황 Ⅱ

 

 

어학

불교한문, 영어

3

학년

사교과

능엄경

마음이 본래 청정하다는 것에 의거한 공관을 성립

대승불교의 이해

중관, 유식, 정토, 화엄 외 기타

기신론

대승경의 공통된 교리를 말함

禪語錄 강독, 한국 禪 사상사

금강경

, 무아를 설함. 집착을 경계함

계율과 불교윤리

대승보살계, 불교제도사

원각경

마음의 본 성품을 관함

불교사

한국불교사(조계종사, 종헌 종법의 이해 등)

 

염불 의례

불공, 천도의식 및 기타(환자 방문, 영안실 집전, 영결식 집전 등)

 

어학

영어, 일어중국어(선택)

교양

불교 문화(불교 문화재)

4

학년

대교과

화엄경

대승불교의 수행체계의 정립, 보살행과 깨달음

불교와 현대사회

불교와 사회(사회과학 일반), 포교의 이론과 실제, 불교상담, 비교종교학, 철학 개론

 

禪과 현대사회, 參禪 지도 방법론

 

계율과 불교윤리

불교윤리의 현대적 이해, 현대사회의 실천불교 윤리

어학

영어, 일어중국어(선택)

출처 ; 1.일아스님 승가교육은 백지에 새로 짜야 합니다.

2, 사찰 승가대학 교과과정 뜯어고친다 http://www.bulkyo21.com/news/articleView.html?idxno=10438

 

 

개편안을 보면 가히 혁명적조치라 아니 할 수 없다. 기존의 치문, 사집과, 사교과, 대교과와 같은 중국불교의 요소와 서당식 한문경전 교육이 사라지는 대신에 초기불교의 교리와 아비달마, 청정도론과 같은 논서가 도입 된 것이 특징이다. 이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일단 시대의 흐름을 쫒아 가겠다는 신호로 받아 들인다.

 

진정한 불교의 자주화는

 

일아스님의 글을 보면 강원의 2학년 교재중에 우법소승(愚法小乘)’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이 과목은 소승이 어리석은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결과적으로 부처님의 초기경전이 어리석은 가르침이라는 뜻이 된다. 이렇게 초기경전을 부정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부처님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그 대신에 중국선사나 한국의 선사 또는 대승보살, 대승경전의 가르침만 있었던 것이다.

 

정보통신이 발달되어 전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인터넷시대에 재가자들은 수많은 정보를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공부하고 있다. 또 교통의 발달로 인하여 전세계가 글로벌화 된 시대에 새로운 수행법을 배우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미얀마등으로 떠 나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에도 불구 하고 강원에서 쉬어가는 공부, 놓아 버리는 공부와 같은 서당식 공부만 하다 보니 스님들은 점점 뒤떨어지고 구시대에 머물러 고립되는 현실이 되었다.

 

부처님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런 왜곡된 가르침이 수백년 동안 전승되어온 결과 한국불교는 중국불교의 아류로 전락 하고 무기력하게 된 것이다.

 

진정한 불교의 자주화를 이룩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권력으로부터 휘둘림을 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처님을 찾는 일일 것이다.

 

 

2010-04-10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