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미결(未決)인 채로 다음 생을 맞게 된다면

담마다사 이병욱 2010. 5. 29. 09:03

 

미결(未決)인 채로 다음 생을 맞게 된다면

 

 

 

 

 

 

 

 

임금근로자와 달리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 모든 거래에 있어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한다. 먼저 일을 해 주고 또는 먼저 물품을 지급 하고 돈은 나중에 받는 경우가 관행처럼 되어 있는 데 보통 익월결제, 즉 다음 달 결재가 일반화 되어 있다.

 

그런데 다음 달이 되어도 결재가 이루어 지지 않고, 또 그 다음 달이 되도 결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세 달이 가고 반년이 가도 도무지 결재를 하려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중에 하는 이야기는 저쪽에서 돈이 나와야 되는데 그 돈이 나오지 않아 줄 돈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돈이 없어서 결재를 못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돈도 없으면서 왜 주문을 하였고, 왜 물건을 가져 갔을까.

 

일을 하다 보면 돈을 떼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큰 회사보다 작은 회사가 더 확률이 높고, 그 보다 더 확률이 높은 경우는 개인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 중에 과거에 한 번 사업실패를 하여 들어 먹은 경우가 확률이 가장 높다.

 

모든 거래는

 

돈을 못 받게 되면 언제나 그 사람에 대하여 원망하는 감정을 가지게 된다. 그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하여 다시 한번 더 생각 하게 되고, 머리속에 깊이 각인이 된다. 그래서 잊을 만 하면 종종 생각 나서 화를 돋구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불선심(不善心)’을 조장 하는 것이다.

 

모든 거래는 결재와 함께 종료 된다. 더 이상 그 건에 대하여 생각 하지 않는다. 수 많은 상거래가 이렇게 돈을 주고 받는 행위로 인하여 더 이상 마음에 미련을 남겨 두지 않고 깨끗이 잊어 버린다. 그런데 만일 미결인 채로 남아 있다면 1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좀처럼 잊혀 지지 않는다. 더구나 그 액수가 크다면 평생 갈 것이다. 눈에 흙이 들어 갈 때까지 용서 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돈에 대한 집착은 그 어떤 다른 집착 보다 강하다.

 

그런데 꼭 돈 관계에서만 그런 것일까. 삶의 과정에서 미결인채로 진행 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을까. 그런 미결사항이 쌓이면 쌓일수록 한()이 될 것이다. 사건이 발생 하였을 때, 그 때 그 때 풀지 못한다면 한 달이가고, 두 달이 가고, 해가 가고, 수십년이 흘러 갈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 경우 잊혀 지지 않은 상태로 가슴속에 남아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생각 나게 되어 원망 하게 될 것이다.

 

분노를 꾹꾹 억누르고 살다 보면

 

돈을 떼이고 나면 화가 난다. 또 누군가로부터 모욕을 당했다면 화가 나게 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가 나면 보통 참게 된다. 자신의 마음속에 일어 나는 분노를 꾹꾹 억누르고 살아 가는 것이다. 그런데 화를 참는 일이 반복 되다 보면 스트레스로 발전하게 된다. 그 상태가 심하게 되면 정신질환을 일으키게 되는데 흔히 이를 화병(火病)’이라 한다. 화병을 울화병이라고도 하는 데 미국 정신과 협회에서는 화병을 문화관련 증후군의 하나로 등록했다고 한다. 영어로 이를 ‘wha-byung’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풀지 못하고 살아 간다는 것은 커다란 불행이다. 왜냐하면 성을 내는 불선업을 짓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성냄은 탐욕과 어리석음과 함께 가장 피해야 할 불선법으로 규정 한다. 그래서 성내는 것 자체에 대하여 중죄를 짓는 것으로 간주 한다.

 

어떻게 해야 잊어 버리고 살 수 있을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손해 본 것과 무시당하고, 모욕당한 사건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떼인 돈을 받아 낸다면 그 것으로 사건은 종결 될 것이고, 상대방이 미안하다며 사과를 한다면 그 것 또한 없었던 일로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결인 채로 남아 있다면, 그 것이 한이 되어 또 그것으로 인하여 화병으로 발전되어서 불선업만 짓게 된다면, 결국 자기자신만 손해 일 것이다. 이런 면으로 본다면 돈을 떼먹은 사람이나 모욕을 준사람은 모두 불선업을 짓게 된다. 그러나 상대방이 불선업을 짓는 요인을 만들어 준다면, 돈을 떼 먹었거나 모욕을 주었던 사람은 자신의 불선업을 포함하여 이중으로 불선업을 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 생에서 계속 되는

 

오늘은 어제의 연속이고, 내일 또한 오늘의 연속이다. 어제 지었던 일이 말끔히 해결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에 들었다고 해서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내일 아침 눈을 떳을 때 그 미결인 일이 계속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현생은 바로 이전 생의 연속이다. 전생에서 미처 처리 하지 못하고 미결인 채로 넘어 왔다면, 그 채무를 안고 사는 것이다. 현생에서 미결인 채로 다음생을 맞게 된다면 그 채무 또한 상속 될 것이다.

 

이런 경우 주경스님의 책 제목이 생각 난다. ‘미안하지만 다음 생에 계속 됩니다라는 주경스님의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연속극이 전날에 이어 계속되듯이 자살을 한다고 해도 다음 생 역시 지금 가지고 있는 고통과 문제의 연속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문제도 회피해서 해결되는 것은 없고 극복하지 못하면 감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디 금생의 고통과 문제를 내생에까지 끌고 가지 말기를 바랍니다.”

 

 

삶의 과정에 있어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또 하는 일 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더구나 결정적인 순간에 일이 틀어져서 낭패를 보는 경우 단순히 운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마치 누군가 방해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 전생에서 미결인채로 넘어 온 것에 대한 업의 과보는 아닐까.

 

그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그러려니하고 사는 것이다.

 

 

201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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