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수축하는 겁과 팽창하는 겁, 숙명통으로 본 우주의 성주괴공(成住壞空)

담마다사 이병욱 2010. 9. 4. 18:07

 

 

 

수축하는 겁과 팽창하는 겁, 숙명통으로 본 우주의 성주괴공(成住壞空)

 

 

 

불과 물과 바람 이야기

 

태풍 곤파스가 휩쓸고 간 날 거리는 온통 나무잎파리 천지이었다. 어떤 나무는 가지가 부러지고, 심지어 뿌리채 뽑힌 가로수도 볼 수 있었다. 거리에 설치된 플레카드는 찟겨서 바람에 펄럭이고 부실한 담장은 무너져 마치 전쟁터의 폐허를 보는 것 같았다.

 

이를 두고 어느 인터넷 언론의 기사에서 초토화된거리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내보내기도 하였다. 10년만에 보는 중소형급 태풍이 이정도이니 대형이나 초대형 태풍의 직격탄을 맞는 다면 어떤 모습일까.

 

중소형의 태풍에도 밤새도록 유리창이 덜컹거려 잠을 못 이루고, 심지어 유리창이 깨지는 가 하면 정전사태가 발생하기도 하며, 과일을 모조리 떨어뜨려 농사를 망쳐 놓기도 하는 바람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이다. 그저 빨리 그 상황이 지나기기만 바랄 뿐 특별한 대책이 없다. 이런 현상은 바람뿐만이 아니다.

 

산불이 나고 홍수가 나면 그제서야 자연의 가공할 위력 앞에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떠 올리게 되고, 그 동안 이루어 왔던 온 갖 문명의 이기 들이 한 순간에 휩쓸려 갈 때, 인간의 탐욕으로 이루어 낸 문명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를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예로부터 거대한 불기둥과 홍수, 태풍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불이 나면 모든 것을 집어 삼켜서 잿더미로 만들기 때문에 거대한 불기둥을 보면 공포를 느낀다.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하여 댐이 붕괴 되어 물바다가 되었을 때 또한 물의 공포를 느낀다. 태풍이 불어와 모든 것을 날려 버렸을 때 두려움과 공포에 전율한다. 이처럼 불과 물과 바람 중에 어느 것이 더 강력할까.

 

불과 물과 바람의 위력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청정도론에서 물과 불과 바람의 이야기는 초월지에서부터 시작 된다.

 

초월지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은

 

청정도론에서 초월지는 선정삼매 수행을 하여 제4선에 들어야 성취 될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초월지를 얻을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가장 먼저 까시나(kasina)’를 준비 짓는 것인데, 이는 백이나 천사람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까시나를 준비 지은 자라도 표상을 얻는 자는 백이나 천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표상을 얻어 본삼매를 얻은 자 역시 백이나 천에 한명 정도이다. 본삼매를 얻어 마음의 조복을 받은 자는 백이나 천에 한사람 꼴이다. 신통에 의한 변환을 나툰 자라도 재빠르게 선에 드는 자또한 백이나 천명에 한명 꼴이다. 이런 계산법이라면 신통을 부릴 수 있는 존재는 매우 휘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4선을 닦으면 초월지의 이익을 가져 올 수 있다는데, 보통 이 초월지를 오신통이라 한다. , 신족통, 천이통, 타심통, 숙명통, 천안통 이렇게 다섯이다. 이 중 숙명통을 얻으면 전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생을 기억하는 지혜, 숙명통

 

전생을 기억하는 지혜로 알려진 숙명통에서 전생이란 과거의 전생에서 살았던 무더기(, nivuttha kkhandha)를 말한다. , 전생의 자기의 상속에 생겼다가 멸한 것과 경험했던 법들을 말한다. 이런 전생을 기억 하는 지혜는 어떤 것일까.

 

초기경전에 나와 있는 숙명통에 관한 정형구는 다음과 같다.

 

 

한생 전, 두생 전, 세 생, 네 생, 다섯 생, 열 생, 스무 생, 서른 생, 마흔 생, 쉰 생, 백 생, 천 생, 십만 생,

우주 수축의 여러 겁,

우주팽창의 여러 겁,

우주수축과 팽창의 여러 겁 전까지.

 

'거기에서 나는 이름이 무엇 이었고,

종족의 성[種姓]이 무엇이었으며,

용모는 어떠했으며,

어떤 음식을 취했고,

내가 겪은 즐거움 과 괴로움은 어떤 것이었고,

수명의 종말은 어떠했고,

거기서 죽어서는 어디에 태어났으며,

거기서는 다시 이름이 무엇이었고,

… 거기서 죽어서는 여기에 다시 태어났다.'

(맛지마니까야의  마하삿짜까 경, 디가 니까야 사문과경 등에서)

 

 

전생을 기억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초월지를 얻어 기억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우주의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는 우주의 성주괴공을 지켜 보듯이 전생을 기억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청정도론에 따르면 전생을 기억 하는 자를 다음과 같이 여섯부류로 나눈다.

 

 

 

여섯부류의 전생에 대한 기억

 

구 분

기억하는 전생

  

1

외도들

40

오온의 순서만 기억

2

평범한 제자들

백겁, 천겁

오온의 순서와 죽음과 재생연결도 기억

3

뛰어난 제자들

십만겁

오온의 순서와 죽음과 재생연결도 기억

4

상수제자들

1아승지겁과 십만겁

오온의 순서와 관계없이 죽음과 재생연결도 기억

5

벽지불들

2아승지겁과 십만겁

오온의 순서와 관계없이 죽음과 재생연결도 기억

6

부처님들

한계가 없음

원하는 곳에 옮겨가며 다 본다

 

 

 

여섯부류 중에 우주의 성주괴공을 기억 하는 부류는 상수제자들 이상이다. 그러나 상수제자들과 벽지불들은 성주괴공의 일부만 볼 뿐이다. 우주의 완전한 성주괴공을 기억하는 부류는 오로지 부처님들 뿐이다.

 

부처님들은 전지(全知)하기 때문에 전생을 기억 하는 데 한계가 없고 또 원하는 곳이면 옮겨 다니면서 어디든 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의 성주괴공

 

그런 부처님들이 전생을 기억하는데 있어서 본 우주의 성주괴공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부처님들이 본 우주의 성주괴공은 불과 물과 바람에 의하여 주기적으로 파괴 되는 것이었다. 불교의 세계관에서 세계가 수축하는 겁과 팽창하는 겁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이를 좀 더 세분하면 다음과 같다.

 

 

우주의 성주괴공

 

성주괴공

기 간

1

수축하는 것

()

1 아승지겁

1대겁

2

수축한 상태로 머무는 것

괴주(壞住)

1 아승지겁

 

3

팽창하는 것

()

1 아승지겁

 

4

팽창하는 상태로 머무는 것

성주(成住)

1 아승지겁

 

 

 

이렇게 크게 네가지로 괴, 괴주, , 성주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의 기간은 1 아승지겁이다.

 

아승지겁이란 빠알리어로 아상케이야(asankheyya)의 음역으로서 헤아릴 수 없는이라는 뜻이다. 여기에서는 우주가 한 번 팽창하거나 수축하는데 걸리는 각각의 시간을 말한다. 우주가 성주괴공하는데 있어서 모두 4아승지 겁이 걸리는데 이를 1대겁(maha-kappa, 마하깝빠)이라 한다.

 

부처님이 전생을 기억하는 지혜인 숙명통으로 본 우주의 성주괴공은 물과 불과 바람에 의해서이다. 이 중 어느 것이 가장 무섭고 두려운 것일까.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가장 두려운 대상이 이고 그 다음이 ’, 그리고 바람일 것 같지만 불교경전에서는 그 반대이다. 가장 두려운 것이 바람이고 그 다음이 이고, 그 다음이 이다.

 

색계 4선천 정도 되어야 안심

 

불에 의하여 파괴되는 세계와 물에 의하여 파괴되는 세계와 바람에 의하여 파괴 되는 세계는 각각 다르다. 불교의 31개의 세계에서 각각 파괴 되는 세계를 알려면 한 눈에 볼 수 있는 세상도표를 보아야 한다.

 

 

불교의 31개 세계

 

 

세 상

영 역

수 명

바람

무색계 

4

 

31

비상비비상처천

84000 대겁

 

 

 

30

무소유처천

60000 대겁

 

 

 

29

식무변처천

40000 대겁

 

 

 

28

공무변처천

20000 대겁

 

 

 

색계

16

4

27

정거천

색구경천

16000 대겁

 

 

 

26

선견천

8000 대겁

 

 

 

25

선현천

4000 대겁

 

 

 

24

무열천

2000 대겁

 

 

 

23

무번천

1000 대겁

 

 

 

22

무상유정천

500 대겁

 

 

 

21

광과천

500 대겁

 

 

 

3

20

변정천

64 대겁

 

 

19

무량정천

32 대겁

 

 

 

18

소정천

16 대겁

 

 

 

2

17

광음천

8 대겁

 

 

16

무량광천

4 대겁

 

 

 

15

소광천

2 대겁

 

 

 

초선

14

대범천

1 아승지겁

 

 

13

범보천

1/2 아승지겁

 

 

 

12

범중천

1/3 아승지겁

 

 

 

욕계

11

육욕천

11

타화자재천

16000 천상 년

불로파괴

물로파괴

바람으로파괴

10

화락천

8000 천상 년

 

 

 

9

도솔천

4000 천상 년

 

 

 

8

야마천

2000 천상 년

 

 

 

7

삼십삼천

1000 천상 년

 

 

 

6

사대왕천

500 천상 년

 

 

 

인간

5

인간

정해지지 않음

 

 

 

악처

4

아수라계

정해지지 않음

 

 

 

3

아귀계

정해지지 않음

 

 

 

2

축생계

정해지지 않음

 

 

 

1

지옥 

정해지지 않음

 

 

 

 

 

 

도표에서 불로 파괴 되는 세상은 색계 초선천까지이다. 물에 의한 파괴는 색계 2선천, 바람에 의한 파괴는 색계3선천까지이다. 이런 면으로 보았을 때 바람에 의한 파괴가 가장 무서운 것임을 알 수 있다. 또 색계 4선천 정도는 되어야 불과 물과 바람의 파괴로 부터 안심인 것을 알 수 있다.

 

불교의 세계관 중에 가장 수승한 천상은 아마도 색계 4선천일 것이다. 그 중에 정거천은 아나함과를 성취한 성자들이 태어 나는 곳이다. 그 곳에서 1,000대겁에서 부터 16,000대겁까지 수명대로 살다가 아라한이 되어 열반에 들기 때문에 무색계천상 보다 더 수승한 천상으로 본다.

 

또 색계 4선천은 초월지를 성취 할 수 있는 선정삼매의 세계이기도 한데, 4선정에서 부처님이 열반에 드셨다. 이처럼 수승한 색계 4선천은 불과 물과 바람에 의하여 파괴 되지 않는 안전한 세계이다. 따라서 색계에 태어나려면 4선천 정도는 되어야 안심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세계가 불에 탈 때 어떤 징조가

 

불에 의하여 파괴 되는 세계가 색계초선천까지인데, 이 세계가 바로 범천의 세계이다. 대범천의 수명이 1아승지겁인데 4아승지겁 마다 주기적으로 불에 의하여 파괴 되므로 성주괴공의 한 시기의 기간과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불에 의하여 세계가 파괴되면 지옥에서 범천까지 모두 태운다. 이 때 형성된 모든 것은 흔적도 없이 태워져서 재도 남기지 않고, 허공은 일대 암흑을 이룬다.

 

세계가 불에 탈 때 어떤 징조가 있을까. 가장 먼저 우주에 한 차례 큰 비가 내린다. 이후 새순들이 돋아 소가 뜯어 먹고 자랄 때 쯤 천둥소리에도 불구 하고 오랜 세월 동안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는다.

 

이 때 로까뷰하(Lokabyuha, 世莊嚴)라는 욕계의 신들이 백천년 뒤 나타나 겁의 종말이 시작될 것임을 알고서 관모를 풀고, 산발한 머리털과 비참한 얼굴로 눈물을 손으로 닦으면서 물들인 옷을 입고 아주 보기 흉한 모습으로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서 다음과 같이 알린다고 한다.

 

 

여러분, 여러분, 지금부터 백 천 년이 지난 뒤에 겁의 종말이 시작 될 것입니다. 이 세상은 멸망할 것이고, 대해도 마를 것 입니다. 이 대지와 산의 왕인 수미산도 불타고, 멸할 것입니다. 세상의 멸망은 범천의 세계에 까지 이를 것 입니다. 여러분, 자애를 닦으십시요. 연민과 더불어 기뻐함과 평온을 닦으십시오. 어머니를 봉양하고 아버지를 봉양하고 집안의 어른을 공경하십시요.”

 

 

이들의 말을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려움이 생겨 서로에게 부드러운 마음을 가져 자애등의 덕을 행한 뒤 죽어서 욕계천상에 태어난다. 그 곳에서 선을 증득하여 모두 범천에서 태어나게 된다.

 

지옥중생도 마찬가지로 미래에 겪어야 할 업으로 인하여 천상에 태어나게 된다. 그 이유는 미래에 겪어야 할 업이 없이 윤회하여 유전하는 중생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옥 중생도 욕계 천상에 태어나 선을 증득한 후 범천에 태어 나게 된다.

 

일곱개의 태양이 떠 오를 때

 

비가 끊어진지 오랜 세월이 지났을 때 두번째 태양 부터 모두 일곱개의 태양이 떠오르는 데 그 때의 현상은 다음과 같다.

 

 

 

일곱태양이 떠 오를 때

 

  

 

1

두 번째 태양이 떠 오를 때

두개의 태양으로 밤과 낮의 구분이 없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업고, 작은 강물은 모두 말라버린다

2

세 번째 태양이 떠 오를 때

큰 강물도 말라 버린다.

 

네 번째 태양이 떠 오를 때

히말라야의 일곱호수가 말라버린다.

 

다섯 번째 태양이 떠 오를 때

큰 바다에 손가락 한 마디 적실 물도 없다.

 

여섯 번째 태양이 떠 오를 때

전 우주는 한 무리의 연기가 된다.

 

일곱 번째 태양이 떠 오를 때

전 우주는 한개의 불꽃이 된다.

 

 

하늘에 일곱개의 태양이 떠올라 전 우주가 한개의 불꽃이 되면 가장 높은 수미산 봉우리 부터 파괴된다. 이 불꽃은 사대왕천을 덮치고, 보석과 수정궁으로 만든삼십삼천을 덮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불길은 색계 초선의 영역까지 계속 된다. 그 곳에 있는 세가지 범천 즉, 범중천, 범보천, 대범천을 태우고 색계 2선천의 광음천에 이르러서야 그친다. 이렇게 형성된 모든 것들을 재도 남기지 않고 남기없이 태워 허공은 일대 암흑천지가 된다.

 

 

 

 

 

 

 

수축과 팽창하는 겁

 

이렇게 겁을 파과할 큰 구름이 몰려와 불꽃이 될 때까지가 수축하는 겁으로서 괴()라 하고 1아승지로 본다. 겁을 파괴 하는 불꽃이 꺼지면서 우주를 가득 채울 구름이 몰려 오는 때가 수축한 상태로 머무는 겁이라 하여 괴주(壞住)라 한다. 이후 큰 구름이 다시 일어 달과 태양이 나타나는 시기를 팽창하는 겁이라 하여 성()이라 한다. ‘팽창한 상태로 머무는 겁이 성주(成住)이다. 이를 표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주의 성주괴공

 

성주괴공

기 간

 

1

수축하는 겁

()

1 아승지겁

여러개의 태양이 나타나 우주가 불꽃이 될 때까지

2

수축한 상태로 머무는 겁

괴주(壞住)

1 아승지겁

불꽃이 꺼지면서 우주를 가득 채울 구름이 몰려 오는 때

3

팽창하는 겁

()

1 아승지겁

달과 태양이 나타나는 시기

4

팽창하는 상태로 머무는 겁

성주(成住)

1 아승지겁

팽창하는 상태로 머묾

 

 

 

불에 의하여 파괴된 텅빈 암흑의 우주에 아승지겁이라는 오랜 세월이 지난 뒤 큰 구름이 일어나 처음으로 가는 비가 내린다. 이렇게 비가 내림으로서 우주는 다시 형성 되는데 가장 먼저 나타나는 세계가 범천이다. 그 다음으로 불에 탄 역순으로 욕계천상이 나타나고 땅이 나타나게 된다.

 

무슨 이유로

 

무슨 이유로 이와 같이 불과 물과 바람에 의하여 세계가 파괴 될까. 이에 대하여 청정도론에서는 세가지 해로운 뿌리 때문이라고 하였다. 탐욕이 치성할 때 불로 파괴 되고, ‘성냄이 치성할 때 물로 파괴되고, ‘어리석음이 치성할 때 바람으로 파괴 된다고 한다.

 

이렇게 불과 물과 불로 파괴 되는 세계중 가장 높이 올라가는 세계는 64대겁의 수명을 가진 색계 3선천인 변정천까지이다. 이를 표로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구 분

파괴되는 세계

파괴가 그치는 세계

파괴 되는 이유

색계초선천까지

색계 2선천 광음천

탐욕이 치성할 때

색계2선천까지

색계 3선천 변정천

성냄이 치성할 때

바람

색계3선천까지

색계 4선천의 광과천

어리석음이 치성할 때

 

 

 

날씨와 마음

 

한 점 구름도 없이 맑은 하늘을 볼 때가 있다. 매우 청명하고 기분 좋은 날씨이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하루 이틀 지나고 나면 공기가 탁해 진다. 그리고 오염된 대기는 구름을 형성한다. 구름의 양이 점점 많아 지면 바람이 불고 비가 오기 시작 한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잠을 잘 자고 아침에 일어 나면 기분이 매우 상쾌하다. 마치 구름 한 점 없는 성층권의 하늘을 보는 것 같이 마음이 정화 되어 있다. 그러나 일상에 들어 가면 마음은 점차 때가 묻기 시작 한다. 맑은 공기가 탁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런 오염된 마음이 해질녁이 되면 어두움에 지배 받게 된다.

 

같은 어둠이라도 새벽의 동트기 전에 맞이하는 어둠과 해질녁의 네온싸인의 빨간불빛이 비출 때 맞이하는 어둠은 서로 다르다. 저녁에 맞이 하는 어둠은 불선업의 과보의 영향으로 야릇한흥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청정하였던 새벽녁의 마음은 이미 오염 되어 불선과보의 영향으로 불선심이 일어나 불선업을 짓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춘 것이다. 이렇게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중생들은 새로운 불선업을 짓고 다음 날 반드시 후회하게 되어 있다.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는 마음은 날씨와 비슷하다. 날씨가 늘 변화 무쌍하고 때로는 엄청난 자연 재해도 가져 오듯이 마음을 잘 못 사용 하면 우주가 파괴 될 정도로 엄청나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치성하면 우주가 파괴 되듯이 마음속에 탐진치를 가지고 있는 한 파멸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마음속의 들러 붙어 있는 탐진치와 각종 오염원을 마음 밖으로 내어 보낸다면 우주가 파괴 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엔트로피와 네겐트로피

 

모든 것은 내버려 두면 제 멋대로 되어 간다. 집도 내버려 두면 엉망이 되면서 무너지게 되어 있고, 회사도 내버려 두면 저절로 부도의 길로 간다. 아이들도 내버려 두면 나쁜 길로 가게 되어 있다.

 

이렇게 내버려 두면 질서에서 무질서로 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이를 전문용어로 엔트로피(Entropy) 법칙이라 한다. 다른 말로 열역학 제 2법칙이라고 한다.

 

하나의 닫혀진 계에서 에너지의 총화는 항상 일정하다는 것이 열역학 제1법칙이고, 에너지는 질서에서 무질서로 흐르며 비가역적이라는 것이 열역학 제2법칙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것도 엔트로피 법칙에 적용 되고 자연을 파괴 하면 회복 불능으로 되는 것도 엔트로피 법칙의 적용을 받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주도 엔트로피 법칙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질서에서 무질서로이동하여 마침내 열사망에 이르듯이 종말이 올 수 밖에 없다.

 

사람의 마음도 내버려 두면 제멋대로 되는 이유가 엔트로피법칙의 영향 때문이다. 질서에서 무질서로 가려는 것은 자연의 이법이자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을 개발하면 그 역으로 거슬러 올라 갈 수 있다. 각종생명현상이 엔트로피 법칙과 거꾸로 가듯이 마음을 개발 한다는 것은 엔트로피 법칙과 거꾸로 가는 것과 같다.

 

엔트로피 법칙을 거슬러 가는 것을 네겐트로피(Negentropy)’라 한다. 네겐트로피는 무질서에서 질서로가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버려 두지 않고 관리한다면 질서가 생겨 날 것이다.

 

집도 손보고 수리하면 무너지지 않고, 회사도 잘 관리하면 부도가 나지 않고 성장 할 수 있다. 아이들도 잘 교육시키면 나쁜 길로 가지 않는다. 하물며 사람의 마음을 개발 하는 것은 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2010-09-04

진흙속의연꽃